종단협 인권위, 불교계 입장 담은 성명서 발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 스님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정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회(위원장 진관 스님. 이하 인권위)는 6월 5일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불교계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5월 25일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사 직업을 독점하는 것이며,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에게만 허용된 안마사자격 허용은 위헌”이라는 판결에 반발한 시각장애인들의 시위와 투신자살에 따른 것.

인권위는 성명서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 간의 입장차이로 소수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생존권마저 박탈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들의 시위가 계속됨에도 정부 당국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무관심을 넘어서 무능한 행정으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부처님께서는 앞을 못 보는 제자 아나율을 위해 바늘귀를 꿰어주는 등 병자와 장애우들에게 깊은 관심과 배려가 있었다”며 “장애우와 사회적 소수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굳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또 “소외계층을 보호하고 사회적 안정망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전국 400만 장애우들과 현재 농성중인 시각장애인들의 생계보장과 직업안정을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향후 종단협의회 이사회에 정식안건으로 상정해 논의를 거친 다음, 장애인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각장애인 단체를 방문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조계사측과 협의해 지난 6월 4일 서울 금천구 시흥 5동 모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손모 씨의 49재를 지낼 계획이다.


다음은〈긴급 성명서〉전문
-정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

소수약자가 차별 없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3조가 국민의 ‘직업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법의 보편적 평등성을 천명했다면,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사회의 차별성을 해소하고 행정과 제도적 공평성을 확립한다는 ‘행정원칙'을 지켜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구나 현재 농성중인 시각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신체장애를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은 선진국에 비하여 교육여건과 미비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불가피한 직업선택이며, 삶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시각장애는 그 특성상 직업교육의 한계와 기능적 제한이 따른다. 그러므로 장애인이 그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을 통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도 보호받기 어려운 실정에 있다.

이러한 특성과 현실적 어려움은 물론, 제도와 행정미비에도 불구하고 법의 원칙만을 내세우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 간의 입장차이로 소수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생존권마저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번 사건으로 투신자살을 한 장애우가 생겼고, 전국 곳곳에서 생존권 투쟁을 위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정부 당국은 열흘이 다 가도록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무관심을 넘어서 무능한 행정으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정부는 시간을 다투어 전국 30만 시각장애인들과 100만 가족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직업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차제에 소외된 장애우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두 번 다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증일아함경》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앞을 못 보는 제자 아나율을 위해 바늘귀를 꿰어주는”등 병자와 장애우들에게 깊은 관심과 배려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장애우와 사회적 소수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굳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며, 그들을 보호하는 법안 또한 차별이 아닌 공동체의 화합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정부와 보건복지부에 촉구한다. 소외계층을 보호하고 사회적 안정망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전국 400만 장애우와 현재 농성중인 시각장애인들의 생계보장과 직업안정을 위한 특별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 국민 모두는 각종 사고와 산업재해 등으로 인하여 나와 내 가족이 항상 장애에 노출되어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여 이번 사태를 내 일처럼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 대한 제도마련 촉구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회'는 장애우들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관계 당국에 준엄한 경고를 보낸다.

불기 2550(2006)년 6월 5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