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원력 모여 백만연등 밝히니”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후 일곱걸음 걸으시니 발끝마다 연꽃이 피어납니다. 낮에 핀 땅위의 칠연화(七蓮花)는 밤이 되니 하늘의 일곱연등으로 바뀌었습니다. 일곱은 일천이 되고 일천은 다시 일만이 되더니, 어느덧 백만연등이 되었습니다. 한 등불이 다른 등불로 이어져 백만등불이 되어도 그 밝음은 차별이 없기에, 백만등불은 백만억 국토와 천만억 중생을 밝힙니다.

백만등불은 남북을 나누는 그늘을 밝혀 천년고도 서울에서 천하제일 금강산과 고려수도 개성을 오가는 길을 비추어 줍니다.

뿐만 아니라 이기심으로 좌우와 상하로 편을 가르는 진영주의자들의 자기속임이라는 무명까지 밝혀줍니다. 더불어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손가락으로 바뀌어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가르쳐 줍니다.

이제 우리는 미세먼지의 안개그물을 걷어내고 생활폐기물로 오염된 수중세계를 살리기 위하여, 스스로 소비를 줄이고 소욕지족(少欲知足)하면서 절제(節制)의 등(燈)을 켜야 합니다. 그리고 나를 태워 남을 밝히는 보살등(菩薩燈)의 심지는 더욱더 돋우어야 합니다.

사부대중은 천칠백년동안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노를 저어 고해(苦海)를 건넜습니다. 삶이 힘들고 험난할 때마다 일심으로 기도하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냈으니, 이제 만년의 정토를 위해 공동체 구성원은 화합(和合)이라는 백만등불을 밝혀야 할 때입니다.

화합은 우리를 불필요한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편안함을 만드는 출발점이요, 종착점입니다.

‘삼계가 모두 괴로움이니 내가 마땅히 편안하게 하리라(三界皆苦 我當安之)’는 탄생게(誕生偈)를 함께 부르며,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편안함에 이를 때까지 쉼없이 정진하면서 백만원력(百萬願力)이라는 등불로 우리 국토를 환하게 밝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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