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금강
편리함의 이면(裏面)금강단상

세상 참 편리해졌다. 돌이켜보면 50년 전만해도 산에서 나무를 주워 땔감으로 썼다. 1980년대 후반까지는 연탄이 최고의 난방 연료였고, 가마솥에 밥을 하다가 전기밥솥이 등장한 시기도 40년 전이다. 세탁기의 발명은 100년이 됐지만, 보급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집안에 빨래방망이 소리가 끊일 날이 없었다. 이제 쌀과 물을 붓고 버튼을 눌러 밥이 되는 걸 신기해하는 사람은 없다. 세제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탈수는 물론 건조까지 되는 기계를 신기해하는 사람도 없다. 인공지능 자동차나 드론 택배가 눈앞에 등장한다면 조금 놀라워 하려나.

편리함은 중독성이 강하다.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다. 자가용에 익숙해진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불편해하고, 일회용품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비닐봉투 사용규제에 당혹스러워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편리함은 우리의 몸을 편하게 만들지만, 마음은 오히려 불편하게 만든다. 자동차의 편리함에 매연이나 교통사고가 불가피하게 동반되듯, 편리함의 이면에 도사린 부작용 때문이다. 중국발 초미세먼지, 필리핀에서 돌아온 수천만 톤의 쓰레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따지고 보면 현대인들이 누리는 편리함에서 기인한 부산물이다.

한동안 생존 버라이어티가 인기를 끌었다. SBS의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은 8년째 세계 오지를 누비고 있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근육맨 이승윤도 인적 드문 산골을 찾아다닌 지 오래다. 편리함에 편승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에 왜 이런 프로그램은 인기를 끄는 걸까? 지인 중에는 노후에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귀농을 해 농사를 짓겠다기보다 도시의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감내해야 했던 인간관계의 삭막함과 이로 인해 잃어버린 가슴의 온기와 여유의 결핍이 원인인 듯하다.

편리함은 ‘사회적 동물’이던 인간을 ‘비사회적 인간’으로 변화시킨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가 줄어드는 만큼 우리의 감정은 메말라가고, 우리가 손안의 핸드폰에 집중하는 만큼 상대를 향한 이해와 배려는 줄고, 아집은 커져간다. 편리함의 중독성을 과감히 뿌리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만 가끔씩 편리함의 이면을 망각하지 않으려 불편함을 꿈꾼다.

윤완수 기자  yws37@nate.com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완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