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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식의 알면 도움되는 노후준비2. 가진 것 잘 지키기
<삽화=박구원>

돈, 놓친 이익보다 입은 손실이 치명적이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돈이 없는 노후는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 되었다. 노후가 두렵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나온 우스갯소리가 ‘재수 없으면 120살까지 산다.’이다. 어떤 유명한 생물학자 두 명이 ‘120살까지 인간이 살 수 있다.’와 ‘없다.’를 놓고 내기를 했다고 한다. 과연 인간의 평균 수명이 120살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돈이 없는 상태에서 100세 시대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노후에 대한 재정계획이 없다. 많은 사람이 충분한 준비 없이 은퇴하게 된다. 부처님도 열심히 돈을 벌라고 하셨다. 노후에는 돈이 최고라고 하며, 은퇴 후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은 오히려 건강과 삶의 만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하니 차라리 죽는 날까지 열심히 돈을 벌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은퇴 후 창업을 하는 사람도 제법 있다지만 은퇴 후 돈벌이에 나서기엔 여러 가지가 망설여진다.

| ‘했어야’와 ‘하지 말았어야’의 후회

삶이란 후회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후회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와 ‘그때 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다. 우리에게 있어 부끄러움이나 자존심이란, 별것 아닌 감정의 인위적 조작이라는 사실을 나이가 드니 알게 되고, 후회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된다. ‘그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는 점점 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인생이란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르면서 살 수 밖에 없다는 진리를 나이 들어서 깨닫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때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더 하게 된다. ‘뭐가 부끄러워서, 뭐가 자존심 상한다고 해보지도 않았지?’, ‘왜 그때 그것을 몰랐을까?’, ‘좀 더 부지런했어야 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았어야 되는데’ 따위의 생각 말이다.

지난 호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가장 후회되는 일을 물었을 때 남 · 녀 모두 20대는 ‘공부 좀 할 걸’이었다. 30대도 ‘공부 좀 할 걸’이었고, 40대와 50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60대 남자는 ‘젊을 때 돈 좀 벌 걸’이었고, 여자는 ‘자식 공부 좀 더 시킬 걸’이었다. 70대부터는 남 · 녀 모두가 ‘돈 좀 벌 걸’이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하는 후회보다 ‘했어야 했는데.’하는 후회가 압도적이라는 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했다가 실패한 것보다 해보지도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더 아쉽고 크다.

인생이란 후회하면서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후회하지 않고 살 수는 없기 때문에, 후회의 양을 줄여나가야 한다. 후회할 때면 어김없이 우리 뇌는 불편한 상태가 되어 후회를 합리화하려 덤빈다. ‘그때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그 녀석은 정신을 못 차렸을 거고, 결국 대학에 떨어졌을 거야.’, ‘직장에서 네가 쫓겨나서 그나마 건강해진거야. 계속 일했으면 너 암에 걸렸을 거야. 맨날 술 마시고 늦게 퇴근했잖아.’라는 얼토당토 않는 합리화를 곧잘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아무리 합리화를 해도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다.

인간은 욕망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보다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더 절실하다.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는 욕망이 놓쳐버린 이익으로 인한 후회이지만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는 욕망으로 인해 입은 손실로 인한 후회이다. 인간은 놓친 이익을 입은 손실보다 더 아쉬워하며 더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수십 명을 조사하니 한결같이 ‘골든게이트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순간 뼈저리게 후회했으며 너무나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후회는 이렇게 바로 죽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골든게이트에서 자살하는 사람의 후회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대부분 노후에 하는 후회와 반대이기 때문이다.

| 모험과 패기 대신 안전 추구해야

삶에서 대부분의 일은 적극적으로 해도 큰 손해가 나지 않는다. 너무 조심조심 살거나, 눈치 보고 부끄러워하며 자존심을 세울 필요는 없다. 다만 돈에 관한 일, 매우 중요한 일, 생명에 관련된 일은 다르다. 예를 들어 부모자식, 형제자매, 친한 친구 사이에 절대해서는 안 될 말을 하면 평생 지속될 손실을 입는다. 극단적인 사례로 자살을 들 수 있다. 한 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자살을 해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돈에 관한 일, 매우 중요한 일, 생명에 관한 일에 한해서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하고, 일상과 관련한 일은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시장자본주의 시대에 돈에 관하여 놓친 이익은 다행히 우리에게 치명상을 입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돈과 관련해 입은 손실은 나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봉급생활자가 1억 원 모으려면 10년 혹은 거의 평생이 걸리지만, 1억 원을 잃는 것은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인공지능 · 로봇 · 뉴노멀 시대는 복잡성과 변화로 점철되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므로 무슨 일이 나에게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손실의 최소화가 더 중요하다.

은퇴 후 평생 모은 퇴직금을 사기당하거나 잘못된 투자로 날려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 갑자기 나타난 오래전 친구나, 평소에 왕래가 거의 없었던 친척이 나타나 퇴직금으로 동업을 하자고 권한다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길 권한다. 가진 돈이 많지 않다면 대박이 날 주식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고, 가장 안전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노후의 은퇴자는 모험심과 패기로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잃어버리거나 치명적 손실로 생존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 선진국과 달리 대한민국은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미비하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존의 법칙과 원칙이 무용지물인 시대에는 어떠한 돌발적인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세상이므로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기준도 바뀌게 된다. ‘안 그러겠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 철석같이 믿었던 친구가 배반할 수도 있고, 형제자매가 재산 때문에 나에게 칼을 겨눌 수도 있다. 재차 강조하건데, 나이가 들수록 이익을 얻고자 모험을 하지 말고 가진 것을 잘 지키고 치명적인 손실을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윤성식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고려대와 미국 오하이오대 졸업 후 일리노이대에서 석사, UC버클리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또 동국대에서 불교학 석 · 박사를 받았다. 2004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과 국회공직자윤리위원장, 미국 텍사스대학(오스틴) 경영대학원 교수를 맡은 바 있다. 저서로 〈부처님의 부자 수업〉, 〈예측불가능한 시대에 행복하게 사는 법〉 등 다수가 있다.

윤성식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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