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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알레르기’ 치료약금강단상 (276호)

나는 꽃가루 · 먼지 · 동물 알레르기(Allergy, 과민반응) 등 8종의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을 가까이 하면 콧물과 재채기가 나오고, 결국 약을 한 알 털어 넣어야 멈춘다. 여기에 더해 최근 알레르기가 하나 더 생겼는데 바로 ‘사람 알레르기’다.

사람이 많은 곳이나 편치 않은 자리에 가면, 손에 땀이 나고 손톱 끝을 뜯는 불안증세가 생겼다. 물론 손톱을 뜯는 와중에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 아마도 낯선 무리에서 불편하지 않은 척 노력하지만 감추지 못해 나오는 증상이라 여겨진다. 알레르기 반응처럼 심리적으로 반응하는 ‘사람 알레르기’에 감염된 게 분명하다.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를 수 있겠지만 급변하는 시대흐름에 따른 신종 알레르기라고 생각한다. 1인 가구 증가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 늘고, 모든 업무가 손안의 휴대폰으로 가능해지면서 눈으로 상대를 보고, 표정을 읽어야 하는 대화의 필요성이 점차 줄고 있다. 나 역시 이런 시대 흐름에 익숙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보니 사회생활 속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밥자리, 술자리에서 탈이 난 것이다.

사람 알레르기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혼자만의 시간’과 ‘적당한 외로움’이 아닐까 싶다. 주말에는 꼼짝 않고 집에서 은둔하거나, 영화관에 가서 ‘혼영(혼자 보는 영화)’을 하며 나홀로 시간을 갖기도 한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이어폰을 귀에 꽂아 혹시 모를 대화를 차단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더 고독한 시대가 올 것 같다. 사람 간의 부대낌은 줄겠지만,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고 일은 늘 것 같다. 그때마다 손톱을 뜯을 수는 없는 일. 복숭아 알레르기는 복숭아를 안 먹으면 해결되겠지만, 현실에서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하다. 알레르기의 원인은 면역체계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 알레르기도 사람과의 관계가 취약한 게 원인이다.

결국 사람 알레르기는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치유해야 한다. 손톱을 물어뜯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주 좋은 인간관계 만들기에 나서고, 다른 사람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애써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내 감정을 드러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다른 알레르기는 모르겠지만, 사람 알레르기는 사람을 통해 고쳐야 한다.

정현선 기자  honson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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