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금강 기획
천태 신행현장을 찾아서부산 삼광사 천일결사(276호)
  • 글 · 사진 이강식 기자
  • 승인 2019.01.21 14:23
  • 댓글 0

‘백련결사’ 계승, 불교중흥ㆍ인류평화
천 일간 ‘참회ㆍ관음주송’으로 기원

부산 삼광사는 2018년 12월 1일 ‘국운융창 · 인류평화· 불국토건설 관음염송 천일정진 결사’를 시작했다. 삼광사 대중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진한다.

종교인들은 기도로 개인의 소원성취뿐만 아니라, 국민 화합과 국가 발전, 나아가 인류 평화를 기원한다. 기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목숨을 걸고 수행하는’ 것을 결사(結社)라고 부른다. 과거 불교계 고승들의 주도로 여러 차례 결사가 있었지만, 현재 결사를 행하는 사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천태종 부산 삼광사(주지 세운 스님)가 지난해 12월 신도들의 수행을 독려하고, 종단 발전과 불교 중흥, 국운융창과 불국토 건설을 발원하며 천일결사에 돌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수행현장을 찾았다.

불교에서 ‘결사(結社)’는 혁신운동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불교 내부의 병폐를 개혁하기 위해 펼치는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이런 의미는 개혁적 성향의 결사를 말하고, 수행적 · 신행적 측면에서는 ‘물러섬 없이 수행 정진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불교 결사의 역사는 오래됐다. 오랜 역사만큼 불교의 변화를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5세기 초 중국 여산 동림사에서 혜원(慧遠) 스님 주도로 이뤄진 ‘백련결사(白蓮結社)’는 전란 속에서도 정토종의 뿌리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신라의 발징(發徵) 스님은 강원도 고성 건봉사에서 ‘미타만일회결사’를 개설했으며, 고려 말 혼란기에는 강원도 철원 지역민들이 결사를 통해 도피안사에 철조비로자나불상을 조성하기도 했다. 또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 등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피폐된 불교정신을 되살리고자 ‘봉암사 결사’를 결행하기도 했다.

삼광사 극락전에서 진행하고 있는 참회정진에서 주지 세운 스님이 명상지도를 하고 있다.

상월원각대조사 가르침 선양
‘더불어 행복한 세상 구현’ 목표

한국 불교에서 족적을 남길만한 결사로는 고려 말 혼란기에 보조지눌(普照知訥) 국사가 수선사(현 순천 송광사)에서 결행한 ‘정혜결사(定慧結社)’와 고려 천태종 원묘요세(圓妙了世) 국사가 강진 만덕산 백련사에서 일으킨 ‘백련결사’를 꼽을 수 있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 때 수행을 통한 중생구제 즉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해야 하는 수행자의 본분을 잊고 세속적 이익을 취하려던 일부 승려들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불교는 쇠퇴의 길을 걸었고, 이에 불교중흥을 외치며 뜻있는 승려들이 모여 혁신운동을 일으켰던 것이다.

삼광사 천일결사는 역대 결사의 개혁적 정신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고려 천태종 중흥에 힘쓴 원묘국사의 백련결사 정신 계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광사가 천일결사를 결행하는 이유는 지난해 12월 1일 봉행한 ‘국운융창 · 인류평화 · 불국토 건설 관음염송 천일정진 결사’ 입제법회에서 발표된 결사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 삼광사는 천태종단을 대표하는 거찰이요, 천태법화의 일승원교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정법도량이다. 역사는 어느덧 반백년을 이루었으니, 그동안 수수만만의 중생이 이 도량에 귀의하여 정법에 인연 맺었고 억겁보살의 대자대비가 드리웠다. 그 수승한 원력과 지극한 신심의 총결은 연화정토 극락세계에 빛나는 한 떨기 백련이리니, 여산 동림사와 강진 백련사를 비롯한 무수한 결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결사의 길을 열어 가고자 한다.”

삼광사는 과거 불교의 고승들이 결연한 의지로 결행한 결사의 정신을 바탕으로 ‘혼란의 시대를 극복하고, 광도중생(廣度衆生)의 서원을 이루는 길을 모색하겠다.’며 대원력을 세웠다. 삼광사가 기치로 내건 ‘국운융창 · 인류평화 · 불국토 건설’에는 천태종도들이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로 연화정토를 이루겠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아울러 삼광사 대중을 비롯해 천태종도들이 불조의 혜명을 받들고, 중창조 상월원각대조사의 장엄한 원력을 가슴에 새겨 일심으로 정진해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구현하겠다는 다짐도 녹아 있다.

삼광사 지관전은 매일 천일결사에 동참해 정진하는 불자들로 북적인다. 주지 세운 스님과 삼직스님, 불자들이 정진하고 있다.

매일 네 차례 기도 시간 정해
<천태예참> 독송, 관음주송 수행

천일결사에 동참하는 불자들은 2021년 8월 26일까지 1,000일 동안 삼광사 지관전에서 ‘관세음보살’을 염송하는 수행을 한다. 기도는 매일 오전 9시~11시30분, 오후 2시~5시30분, 저녁 8시~11시30분, 저녁 10시30분~익일 오전 3시30분 등 4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이 시간 외에도 편한 시간에 언제든지 정진할 수 있다.

천일결사 동참 불자들은 주지 세운 스님이 편역한 <천태예참>을 읽으며 육근(六根, 안 · 이 · 비 · 설 · 신 · 의)으로 알게 모르게 지은 자신의 죄업을 참회하는 것으로 정진을 시작한다. 이어 천태종의 소의경전인 <법화경>을 독송한 다음 ‘관세음보살’을 염송하는 관음주송(觀音呪誦)을 한다.

극락전에서도 매일 오후 8시 참회정진을 하는 100명(매월 선착순 모집)의 불자들이 있다. 이들 역시 주지 세운 스님의 지도아래 <천태예참>으로 참회정진을 한다. 또 참회의 절을 한 뒤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21일간의 참회정진이 끝나면 천일결사에 동참해 정진하게 된다. 극락전에서의 참회정진은 매달 신청자를 모집해 진행한다.

이에 대해 세운 스님은 “우리 사회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는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데, 그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삼광사 불자들만이라도 참회를 한 후 수행정진하면 혼탁한 사회를 조금은 맑게 할 것이고, 이런 참회의 문화가 확산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음정진을 하기 전에 참회를 먼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광사는 천일결사 동참 불자들의 수행을 돕기 위해 불자 개개인에게 수행수첩과 <천태예참>을 배포하고 있다. 수행수첩은 결사문과 발원문, 매일 시간과 날짜를 체크할 수 있는 리스트, 당일 수행에 대해 반성문 형태의 짧은 글을 적을 수 있는 메모란 등으로 편집돼 있다.

‘관세음보살’ 염불은 천태종의 전통 수행법이다. 2년 8개월(1,00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심으로 관음정진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국의 천태종 불자들은 이미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재가불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한 달 안거에 여러 차례 동참한 경험이 있어 관음주송 수행에 비교적 익숙한 편이다.

관음정진을 하는 삼광사 불자들.

재가불자 한 달 안거는 ‘주경야선(晝耕夜禪)’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한국 천태종만의 독특한 수행종풍으로, 1961년 여름에 상월원각대조사의 가르침에 따라 처음 실시한 이후 지금까지 116회째 이어오고 있다.

천일결사에는 삼광사 역사의 시작인 ‘천태종 부산신도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고, 결사 기간 중 진행될 상월원각대조사전 건립불사 원만회향의 의미도 깃들어 있다. 주지 세운 스님을 비롯한 삼광사 대중들이 천일결사에 들어가며 불보살 전에 올린 발원문에는 그들의 신심이 얼마나 굳건한지가 잘 드러난다.

“저희는 부처님의 정법을 실천해 이 결사를 기필코 성취해 신심을 배가하고 청정생활을 실천하며 회삼귀일의 천태법문을 배우고 전하겠습니다. 국가의 발전과 평화통일, 민족번영을 이루고 인류가 평화롭고 만생명이 상생하는 불국토 건설의 주역이 되겠습니다. 상월원각대조사님의 가르침이 더욱 새롭게 전해지고 삼광사의 모든 불사와 전법교화 활동이 억조창생 구제중생 원력으로 회향되도록 삼대지표를 실천하고 종지종통을 현창하겠습니다.”

불교계와 불자들의 귀감이 될 삼광사 천일결사의 닻이 오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결사 동참자들과 함께 매일 기도 정진하는 주지 세운 스님과 삼직스님들, 스님들을 믿고 의지하며 대승보살의 길을 걷고자 용맹정진하는 불자들의 신심이 금강석처럼 굳건해지고, 간절한 발원 또한 반드시 이뤄지길 기원한다.

천일결사에 동참한 불자들이 <법화예참>을 독송하고 있다.

인터뷰 - 삼광사 주지 세운 스님

“타인에게 신경 쓸 겨를 없다.
오로지 자기 수행에 몰두해라.”

“자신의 시간에 맞춰 하루하루 수행하면 어느덧 1,000일이 됩니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매일 꾸준히 수행을 이어가면 됩니다. 남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말고 오로지 자기 수행에만 몰두해야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삼광사 천일결사를 이끌고 있는 주지 세운 스님은 결사 동참자들에게 매일 이같이 경책한다. 신도들 입장에선 잔소리같이 들릴 수 있지만, 스님의 입장에선 ‘남 탓’, ‘세상 탓’하며 수행에 몰입하지 못하는 신도들이 안타까워 저절로 쓴 소리를 내뱉게 된단다.

세운 스님은 삼광사 주지에 부임한 뒤 신도들의 수행을 독려하기 위해 당초 100일 기도를 계획했다. 그 과정에서 불자들의 수행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스님들이 그들을 잘 이끌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해 신도들과 함께 천일 동안 기도를 하기로 결심했다. 명칭 또한 ‘천일결사’로 바꿨다. 여기에는 고려 천태종 원묘국사의 ‘백련결사’ 정신을 이은 현대의 ‘백련결사’를 삼광사에서 꽃피우겠다는 포부도 담겨있다.

세운 스님은 “부산지역에 대조사님의 가르침을 전한지 50년이 됐다. 천막 법당에서 시작해 지난 50년간 부단히 노력해 부산지역에 천태법화의 가르침이 뿌리를 내렸다.”며 “다가올 50년을 지금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하다가 수행 밖에 없다고 판단해 천일결사를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광사 주지 세운 스님. <사진=삼광사>

스님은 고려 백련결사의 정신을 이은 현대의 천일결사를 통해 상월원각대조사님이 주창한 3대 지표를 더욱 부각시키는 한편 불자들이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진력할 계획이다. 수행풍토가 살아나지 않으면 한국불교의 중흥과 대한민국의 국운융창은 요원한 꿈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결사를 진행하게 된 중요한 이유다.

세운 스님은 “결사를 시작한 뒤로 불자들의 수행 분위기가 한층 나아졌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불자들이 힘찬 목소리로 ‘관세음보살’을 염송하는 소리를 들으면 절로 마음이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결사 동참자가 점점 늘고 있지만, 초기에는 천일 동안 기도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신청하는 불자들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신도들에게 수행수첩을 나눠준 후 1,000일이란 숫자에 얽매이지 말고, 최소 300만독이라도 해보라고 권했더니 접수 인원이 늘기 시작했단다.

세운 스님은 “수행을 해도, 수행을 하지 않아도, 2년 8개월은 지나가게 되어 있다. 지금부터라도 수행을 하면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가정과 사회와 국토가 청정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시점이 국내 · 외적으로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라고 본다. 이럴 때일수록 불교인들은, 특히 천태종도들은 시시비비만 가리지 말고 수행에 매진해 ‘심청정(心淸淨) 국토청정(國土淸淨)’을 이뤄야 한다.”면서 “삼광사에서 시작한 천일결사가 인근 지역으로 퍼지고,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돼 수행 열풍이 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 · 사진 이강식 기자  ggbn@ggbn.co.kr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 · 사진 이강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