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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계기로 수행적 삶 기반 마련”불자의 새해 소망, 새해 다짐(276호)

필자는 금년 2월말이면 40년 8개월에 걸친 공직생활을 마무리 하고 인생 제3기의 첫 발을 내딛는다. 앞으로 남은 생이 얼마가 될지 몰라도, 모든 시작이 그러하듯이 올 기해년(己亥年)은 새 삶의 첫 출발이니만큼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에 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새해 다짐과 소망의 일단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인생 3기의 첫 발을 내디디며

무엇보다도 진리의 세계에 확실하게 진입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임제록>에서 말한 대로, 스스로 가는 곳마다 진리에 입각하는 ‘입처개진(立處皆眞)’의 삶을 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먼저 ‘수처작주(隨處作主)’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 말을 ‘가는 곳마다 주인공을 작동시키자.’로 이해하며, 그 주인공은 진아(眞我)로서의 ‘지금여기(now & here)’라고 여긴다. 이때 ‘지금여기’란 명사가 아니고, 동사이다. 내가 ‘지금여기’ 그 자체가 되면 ‘지금여기에서 자타불이(自他不二)로 현행(現行), 곧 현재진행(~ing)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대아(大我)의식을 지닌 우주적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삶은 일체의 외물로부터 오염되지 않는 무염무애(無染無碍)의 청정한 삶일 것이다.

‘지금여기에서 자타불이로 현행’하기

‘수처작주’, 곧 ‘지금여기에서 자타불이로 현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념(正念)수행으로 집중력과 의지력의 배양을 최고의 상태로 고조시켜서 선정삼매(禪定三昧)에 들어 공부를 무르익게 한 뒤에 드디어 정혜일체(定慧一體)의 깨달음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첩경(捷徑)은 호흡명상 곧 수식관(數息觀)과 이에 따른 화두참구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법은 선도회(禪道會) 2대 법사인 법경(法境) 박영재 교수가 강조하는 수행법이기도 하다. 이 수행법을 채택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금년 중에 법경 법사에게 나아가 입실점검(入室點檢)을 받아볼 생각이다.

무문관 48칙의 첫 관문 통과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언정 통과하면 더욱 가행정진(加行精進)으로 향상일로(向上一路) 할 것이다. 그리하여 개인적 차원에서 깨달음을 얻은, ‘깨달음 속에 있는 중생’으로서의 보살, 곧 보살마하샬[大菩薩]의 자격을 얻게 된다면, 이후 6바라밀의 실천으로 깨달음의 사회적 확산에 발 벗고 나설 것이다. 이 길이야말로 대승불교의 근본정신인 대승보살도(大乘菩薩道)이자 성불(成佛)의 유일무이한 길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러한 소망을 달리 표현한다면 그것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색즉시공(色卽是空)’을 바탕으로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삶을 살아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십 수 년 전인 2005년 8월 말, 작년 초에 작고하신 대학원 은사였던 심원(心遠) 김형효(金炯孝, 1940~2018) 선생님의 정년 퇴임식에 참석했을 때, 고별강연 제목이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철학’이었다. 고금의 동서양 철학에 두루 관심을 기울이면서 많은 학문적 업적을 남겼던 심원 선생의 고별강연 제목이 <반야심경>의 한 구절이라는데 유념하면서 열심히 듣고, 강연 책자를 갖고 와서 읽어 보았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였다. 최근 와서야 이분이 그 때, 앞으로 정년하면 ‘공즉시색의 삶을 살겠노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음을 알았다. 실제로도 그렇게 사신 것으로 듣고 있다. 이런 삶을 살자면 역시 그 이전에 먼저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닌 색즉시공의 경지’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이후 백 척의 간짓대 꼭대기에서 한 걸음 내딛게 되면 ‘산은 의연히 그 산이요, 물은 의연히 그 물인 공즉시색의 경지’에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서산 휴정의 ‘내은적암 터’ 찾기 소망

이런 삶에 더해 필자의 또 다른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 불교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장소 하나를 찾는 일이다.

필자는 조계종의 중시조(中始祖)인 서산 휴정(西山休靜, 1520~1604)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필자가 꼭 찾고 싶은 장소는 서산대사의 18년 지리산 생활 중에서 2차 지리산 생활 6년 중 첫 3년(41세부터 43세까지)을 보냈던 ‘내은적암(內隱寂庵) 터’이다. 내은적암에 대해 서산대사가 남긴 글은 13편이나 된다. 그가 얼마나 이곳을 사랑하고 아꼈는지 잘 알 수 있다. 벌써 몇 번 소재처로 짐작되는 곳의 답사를 시도했으나 아직 찾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 정년을 기하여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면 다시 본격적인 답사에 나서려 한다. 이 터가 발견된다면 내은적암을 복원한 뒤 이곳을 서산불교, 호국불교 현창의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새 삶의 계기 마련을 다짐하며

그러고 보니, 온통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뿐이다. 아마도 스스로 지금까지의 삶에서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고 여기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일단 그 동안 공들여 확보한 좋은 습관(일기쓰기, 수식관, 운동하기, 선식하기 등)을 바탕으로 남은 내 삶이 긴장과 발산의 리듬을 타고 ‘제 자리에서 제 할 일하는 삶’, 법경 법사가 강조하는 원오극근(圓悟克勤, 1063~1135) 선사의 ‘좌일주칠(坐一走七)’을 실천하는 생수불이(生修不二)의 삶, 나아가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의 삶이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금년 안으로 이런 삶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는데 온 힘을 다해볼 것을 다짐하는 바이다.

손병욱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로 2월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경상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입학본부장, 한국윤리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서산, 조선을 뒤엎으려하다>, <기학>, <한국의 전통사상과 민족문화>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글 · 손병욱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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