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평생에 사찰 참배는 처음”

적멸궁을 참배하는 새터민들.

“평양에 사찰이 있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북한에 있을 때도 단 한번 가보지 못했습니다. 육십 평생 사찰이라곤 오늘 구인사에 와 본 게 처음이니까요.”
8년 전 함경북도 온성에서 가족과 함께 탈북, 중국에서 숨어 지냈던 김정수(66, 가명) 할아버지. 3년 전 아내와 딸이 먼저 남한 땅을 밟았지만 그는 지난해 겨울에서야 중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모든 게 신비롭고, 화려하고, 웅장해 놀랍다”는 그는 “법당에서 부처님께 절을 할 때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웃음 지었다.
새터민(탈북자)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사찰문화체험행사가 6월 1일과 2일 단양 구인사에서 열렸다. 정부가 운영하는 새터민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사회적응훈련을 하고 있는 남성 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행사는 ‘새터민과 함께하는 천태종 구인사 템플스테이'.
입제식 후 관음정근을 하고 있다.새터민 일행이 구인사에 도착한 시각은 낮 12시경. 구인사 향적당에서 소백산 산나물과 절에서 직접 재배한 청정채소로 점심공양을 마친 일행은 관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입제식을 봉행했다.
입제식에서 천태종 사회부장 무원 스님은 총무원장 정산 스님을 대신한 법어에서 “여러분은 북녘 땅을 떠나오며 겪은 애별이고(愛別離苦)가 뼈아픈 한이 되겠지만 굳센 용기와 희망으로 이겨내야 한다”면서 “작지만 소중한 만족, 나보다 어려운 이웃의 고통을 함께하는 자비의 마음을 갖고 살아가길 바라며, 천태종도 힘닿는 대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새터민 이성구(28, 가명)씨는 일행을 대표해 봉독한 발원문에서 “북녘 땅에 두고 온 가족들의 무사평안과 평화통일의 그날 반가운 상봉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남녘땅에서 뿌리를 내려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처님 전에 발원했다.
탑돌이를 하며 북녘 동포들의 평안과 통일을 기원했다.입제식 후에는 천태종과 구인사를 소개하는 VTR을 시청했다. 낮에 울력을 한 신도가 저녁 관음기도시간에 졸다가 스님으로부터 죽비 경책을 받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던 새터민들은 계를 받는 비구니 스님이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에는 숙연함을 드러냈다. 또 공양간에서 대중의 한 끼 공양을 위해 10가마니(총 600kg)의 밥을 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진 순서는 구인사 참배. 조사전 참배 후 적멸궁까지 단숨에 올라 상월대조사께 삼정례를 올린 일행은 소백산의 절경을 둘러본 후 하산 길에 그네터에 들러 신명나는 그네놀이를 체험했다. 저녁공양에 앞서 설선당 앞 삼층탑에서 북녘에 두고 온 가족·친지들의 무사안녕과 조국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탑돌이도 펼쳤다.
관문사 다도회원들과 함께 다도체험을 하는 새터민.새터민 불교문화체험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저녁공양 후 마련된 다도체험.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관문사 다도회원 10여 명은 햇차와 갖가지 다식을 차려놓고 새터민들에게 다도예법을 지도했다. 이후 새터민들은 ‘나누며 하나되기 운동본부' 사무국장 도웅 스님의 지도아래 천태종의 수행법인 관음정진을 체험했다.
이번 행사 참가한 새터민들은 남한에 온지 4~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25명 중 22명이 개신교를 신앙하고 있었다. 종교에 대해 무지했던 이들은 사선을 넘고 중국에서 불법 체류를 하는 동안 개신교 목사와 전도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들에게 교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터민들은 이튿날 오전 회향식 후 온달동굴 등 단양관광을 떠나며 이번 행사를 진행한 사회부장 무원 스님과 도웅 스님, 구인사 관계자이 보내준 정성과 격려에 감사를 표하며, 합장한 채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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