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걸어 잠근 2평 독방서 용맹정진

설악산 깊은 자락과 계곡을 넘어서야 만날 수 있는 백담사 무금선원(無今禪院)은 시간마저 멈춘 수행처다. 무금선원은 눈 푸른 납자들이 목숨마저 놓고 용맹정진하는 무문관으로 불자에게 이미 잘 알려진 수행처다. 무문관 수행은 잠을 잊고 수행하는 용맹정진과 등을 붙이지 않고 수행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와 함께 최고 공부로 친다.

무문관은 원래 중국 송나라 선승인 무문혜개가 지은 책이름. 깨달음의 절대경지를 ‘무(無)'라 표현하고, 이 무자(無字)를 탐구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65년 도봉산 천축사에서 ‘무문관'이라는 참선수행도량을 세우면서 그런 공간을 일컫는 보통명사로 자리 잡았다.

무문관 수행은 혼자만 기거할 수 있는 독방(2~3평)에 문을 걸어 잠근 채 문 밖을 나가지 않고 정진하는 수행법이다. 공양물은 정해진 투입구를 통해 하루에 한 번 전달된다. 이 밥을 두 번 먹든지, 세 번 먹든지 혼자 알아서 한다. 몸에 병이 있으면 공양구에 짧은 글을 남긴다. 그러면 그곳으로 약과 필요한 물건이 들어온다. 무문관에서는 편지나 전화를 금하고 책도 수행에 꼭 필요한 한두 권만 허용된다. 무문관에서 밖으로 통한 곳은 오로지 산과 하늘만 보이는 크지 않은 창문과 하루 한 끼 공양물이 오가는 공양구가 유일한 창구다.

총 11명 수용 가능한 무금선원 무문관은 승랍 20년 이상의 선원장급 스님들 입방만 허용하고 있다. 이번 안거에는 법랍 40여년의 초대 기초선원장 진허 스님을 비롯 대흥사 회주 보선 스님, 파계사 기본선원 보설 스님, 용주사 성월 스님, 조계종 기본선원 운영위원 영일 스님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는 선객들이 무문관 수행을 하고 있다. 

무금선원장인 신룡 스님은 백담사에 무문관이 개설될 때 3년간의 폐문정진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백담사를 떠나지 않고 수행을 해 오고 있다.

“입제 때마다 혼신을 다하리라 마음을 냅니다. 수행에 임하면 목숨마저 놓고 자신을 극복하자고 결심하지요. 용맹정진이 끝날 때쯤 밥을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 앉아 있는 곳이 윗목인지 아랫목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중에 한밤중 작은 창을 열어보면 밤하늘의 별이 가슴에 들어옵니다. 낮에는 작아 들리지 않던 물소리도 밤이면 지친 육신을 가다듬게 하는 청량한 보살의 소리가 됩니다. 이 자연과의 교감이 무문관 생활에서 얻는 기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하는 무문관 수행은 스님들에 따라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 길게는 1년, 3년, 6년 단위로 이어진다. 무문관으로 들어가면서 문을 닫아거는 소리를 들은 수행자들이 3개월, 1년 뒤에 나오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금강불교 3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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