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이드(274호)

통사적 관점으로 본 한국불교사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
이이화 / 불광출판사 / 18,000원

불교는 한반도에 전래된 이후 1700년의 세월 동안 우리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오고 있다. 오랜 기간만큼이나 역사 속에서 문화와 사상은 물론 정치ㆍ경제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동안 불교사에 대한 시각은 주로 사상이나 인물에 초점을 맞췄을 뿐 역사적ㆍ사회사적 실체로서 불교를 바라보진 못했다.

이 책은 신앙이자 종교로서의 불교를, 왕권 강화를 목적으로 한 국가통치시스템으로서의 불교, 유교 사상에 의해 이단으로 간주돼 스스로 먹고살 길을 도모해야 했던 불교, 식민지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일제에 기대거나 저항했던 불교로 바라보며 서술했다. 그리하여 한국사의 거의 모든 시공간 속에서 한국불교는 무엇을 했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냉철한 자세로 평가한다.

‘역사를 가장 쉽게 풀어내는 재야학자’로 평가 받는 저자는 책을 통해 한국불교사를 한국사 전체의 틀에서 통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특유의 이야기체로 풀어낸다. 이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불교사를 한층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사의 주요 맥락 속에서 불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넓은 시각으로 서술하며, 한국불교가 우리 역사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님을 설명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무구한 역사 속에 존재해온 우리 불교를 그동안의 포장된 시각에서 벗어나 조금 더 솔직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면서 “책을 통해 우리는 그리고 우리 불교는 앞으로 어떤 길로 내달려야 하는지 비춰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한 삶 찾는 수행일지
위빠사나 명상일기〉
영선 / 운주사 / 15,000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수행에도 해당된다. 저자는 몸과 마음이 무너져갈 때 운명처럼 위빠사나 수행을 만났고, 그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됐다. 이 책은 그에 대한 기록이다.

‘위빠사나’는 지금 이 순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며 알아차리는 명상법을 말한다. 이 책은 위빠사나를 교학적 혹은 학문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오롯이 저자가 직접 겪고 느끼고 깨닫고 검증한 바를 서술한다. 그래서 구체적이고 섬세하며 세밀하다. 그래서 이해하기도 쉽다.

이 책은 위빠사나 수행의 방법론으로 시작해 저자가 경험하고 깨달은 과정을 총 20장에 걸쳐 기록하고 있다. 1장에서 6장까지는 위빠사나가 무엇인지, 좌선과 행선, 일상 속에서의 실천 수행 등을 소개한다. 7장부터 12장까지는 수행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제적이고 기법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몸과 마음의 자연성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한 직접적인 방법 등이 주 내용이다.

13장부터 18장까지는 명상일기다. 위빠사나 수행의 결과물인 고통ㆍ존재ㆍ마음ㆍ육체에 대한 바른 이해 등이 자연스럽게 통찰로 다가와 행복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했다. 또 이 과정에서 저자가 체득한 깨달음의 성취를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저절로 알아차려지는 정도의 행선 △메모지 활용하기 △묵언 △법당 지키기 △원하는 것 놓아버리기 △몰입의 알아차림 △주변을 둘러보지 않기 △아파도 알아차림을 멈추지 않기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기 △손가락 구부리기 △고통의 한계 상황을 극복하기 △‘나’를 포기하기 등이다. 19장과 20장에는 저절로 알아차림을 또 한 번 강조하며, 수행자들이 수행 중 겪는 문제에 대한 물음과 대답을 실었다.

〈아함의 중도체계〉 27년 만에 개정 · 증보
붓다의 철학
이중표 / 불광출판사 / 27,000원

이중표 교수는 자신의 박사학위논문 ‘아함의 중도체계연구’를 1991년 〈아함의 중도체계〉라는 단행본으로 출간한 바 있다. 국한문을 혼용하고, 난해한 문어체로 출간되던 당시의 책과 달리 현대적인 문장과 표현으로 많은 불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책의 개정ㆍ증보판이 27년 만에 〈붓다의 철학〉이란 제목으로 재출간됐다. 전체적인 흐름에 큰 변화는 없지만 독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초기경전 ‘니까야’ 원문을 풍부하게 수록했다.

책은 1장 중도中道, 2장 인식론, 3장 존재론, 4장 가치론으로 구성됐다. 각 장에서는 △붓다의 침묵 △중도의 내용과 체계 △붓다의 진리관 △붓다의 인식론 △붓다의 세계관 △붓다의 존재론 △오온五蘊 △12연기 △붓다의 가치론 △사성제의 구조와 의의 △멸성제와 도성제의 관계 △무아의 세계 등을 다루며 붓다 가르침의 핵심사상을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팔만사천 법문의 핵심을 ‘중도’로 꼽으며, 중도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그중 하나는 팔정도로 대변되는 실천수행이고, 다른 하나는 12연기로 대변되는 철학체계다. 즉, 붓다의 중도 사상은 이론과 실천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하나의 사상체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중표 교수는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학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남대 철학과 교수 및 호남불교문화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범한철학회 회장과 불교학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불교란 무엇인가〉, 〈아함의 중도체계〉, 〈니까야로 읽는 금강경〉,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역서로 〈정선 디가 니까야〉, 〈정선 맛지마 니까야〉, 〈불교와 일반시스템 이론〉, 〈불교와 양자역학〉 등이 있다.

한글세대 눈높이 맞춘 ‘능엄경’ 해설서
우리말로 읽는 부처님 말씀 능엄경
각성 스님 한역ㆍ용하 스님 편저 / 비움과 소통 / 18,000원

〈능엄경楞嚴經〉은 마음을 어느 곳에서 얻을 수 있는지, 여래장이 무엇인지, 깨달음의 본성은 무엇인지 등을 설한 대승경전으로, 원래 이름은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이다. 이 경전은 ‘서분序分’, ‘정종분正宗分’, ‘유통분流通分’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금강경〉, 〈원각경〉 과 함께 강원의 사교과四敎科 과목으로 채택돼 있는, 한국불교에서 중요시하는 경전이다. 결구와 논리 전개에 있어 빈틈이 없고, 단단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어 ‘차돌능엄’으로도 불린다.

〈능엄경〉을 처음 한역한 이는 중인도 출신의 반자밀제般刺密帝, Paramiti 스님이다. 스님은 당나라 때인 705년 중국 광주 제지사에서 〈능엄경〉을 번역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 천태종을 개창한 대각국사가 송나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능엄경〉을 가져왔다는 게 공식기록이다. 일부에선 대각국사 이전에 당나라 유학을 다녀온 신라승에 의해 〈능엄경〉이 전래됐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후 탄허ㆍ운허ㆍ각성 스님 등 내로라하는 학승들이 〈능엄경〉의 주석서와 번역서를 편찬해 후학들의 공부에 도움을 주었지만, 한문을 바탕으로 한 주석과 해설이 많아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어려웠다. 이 책은 한글세대를 위한 〈한글 능엄경〉이다. 편저자인 용하 스님은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각성 스님이 한글로 번역한 〈능엄경정해〉 원문을 저본 삼아 직접 윤문했고, 한자를 부기附記해 경문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주석은 명나라 감산대사憨山大師(1546~1623)가 쓴 〈수능엄경 통의通議〉의 핵심적인 내용을 골라 경문에 맞게 삽입했으며, 난해한 종지宗旨는 천태지관天台止觀 법문 등을 통해 독자들이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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