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해외구호활동 현장리포트(274호)

지구촌공생회 라오스 교육지원사업

쌈본 화계초등학교의 쉬는 시간. 학생들 여럿이 모여 게임을 하며 즐겁게 놀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 내륙에 남북으로 길쭉하게 자리한 라오스는 연평균 기온이 29도로 사계절이 따뜻한 나라다. 인구의 약 90%가 불교도이고, 불교는 라오스인들의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빈국에 속하지만 마음만은 넉넉하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라오스의 초등학교 입학률은 75%, 이 가운데 33%는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다. 초등학교 졸업자 중 중학교로 진급하는 학생은 34%로 급격히 낮아진다.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 스님) 라오스 지부는 이곳에서 교육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공생청소년센터에서 영어와 컴퓨터 수업을 수강하던 학생이 성장해 이제는 자원활동가로 봉사하고 있다. 눋 씨(앞줄 정중앙 파란색 티셔츠)가 전통 춤 교실 수강생들과 종강식을 진행하고 있다.

초등 교육시설 15년 간 10여 곳
신축ㆍ개보수

지구촌공생회 라오스 지부는 2004년 비엔티안시 싸이타니구에 개설됐다. 첫 성과는 그해 11월 공생유치원 1호인 던눈 공생유치원의 개원이다. 이후 △2006년 - 던눈 초등학교 개 · 보수 △2007년 - 단쌍 초등학교 개 · 보수 △2008년-쌈본화계 초등학교 신축과 위양께오 초등학교 증축 △2011년 - 나응옴마이 초등학교 신축과 나 초등학교 개 · 보수 △2012년 - 공생청소년센터 개관 △2013년-논킬렉 불국 초등학교 · 던룸 지환 초등학교 · 위양께오 유치원 신축 △2014년 - 켕카이 금화 초등학교 신축과 나파쑥 초등학교 개 · 보수 등 15년 동안 라오스 비엔티안 지역에서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펼쳐왔다.

지구촌공생회가 라오스에 지부를 개설했을 당시만 해도 라오스 초등학교는 그늘막 안에 책상을 놓은 야외학교였다. 기둥에 지붕만 얹어 간신히 햇볕은 피할 수 있었지만, 비바람이 불면 공책이 날아가고, 바닥은 진흙탕이 돼 수업을 할 수가 없었다. 10여 년 사이에 야외학교는 번듯한 건물을 가진 교육시설로 바뀌었다. 학교시설 신축과 개 · 보수를 마친 후에는 도서관 준공과 화장실 신축 등 보조시설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8개 초교 연합운동회날 아침. 날씨만큼이나 아이들의 기분도 맑았다.

최근에는 지원 중인 초등학교 간의 화합과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학교 간 연합운동회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5회째를 맞는 연합운동회는 화합의 장일 뿐만 아니라, 각 학교의 우수 운영사례를 공유하는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지난 3월초 운동회를 개최했는데, 개최 한 달 전 8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고 진행사항을 논의했다. 이때 공생청소년센터에서 행사 진행 경험이 있는 자원활동가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8개 초등학교 연합운동회는 비엔티안 나응옴마이 초등학교에서 열렸다. 마을부녀회는 350인분의 점심 준비를 맡았다. 운동회 시작 전부터 마을부녀회의 점심준비에 분주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여서 더욱 적극적이었다. 연합운동회이다보니 경쟁을 통해 최종 우승학교를 가려야 했는데, 모두가 상대를 이기는 것보다 대회 자체를 즐기며, 패배에도 개의치 않았다.

특히 대회 마지막에 참가자 전원이 함께 라오스 전통춤을 추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서로 모르던 8개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 라오스지부 직원뿐만 아니라, 점심준비에 도움을 준 나응옴마이 마을부녀회와 주민 모두가 하나가 돼 라오스 전통음악에 맞춰 리듬을 탔다. 그 춤은 경쟁보다 상생을 더욱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라오스인들의 국민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라오스 지부장 태유 스님과 쌈본 화계초등학교 아이들이 도서관 개관을 위해 책 정리를 돕고 있다.

최근엔 교사 역량강화, 도서관 활성화

이들의 성향은 주어진 업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지구촌공생회 라오스지부는 책을 접할 기회가 없는 외곽지역의 아동들에게 독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각 학교에

1명의 도서관 관리 아동을 두고, 다독왕 · 도서관 관리아동 스터디투어 · 독서경진대회 · 

초청강사 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교 자체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도록 돕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도서관 정리가 관리 아동의 책임이라고 외면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도서관을 정리를 돕는다. 대가를 바라지도,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우리 학교의 도서관’이라는 책임의식과 친구를 도우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자연스런 행동이다.

교사들 또한 나누기를 좋아한다. 도서관 운영평가와 운영에 대한 의견을 듣는 도서관 관리교사 간담회에서는 학교별로 점수를 부여해 우수학교를 선발하는 경쟁적 방법으로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우수 운영학교에는 보상이 주어지는데, 선정 여부를 떠나 그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들의 노하우를 기꺼이 공유하며 상생의 길을 나아간다.

라오스지부는 교사 역량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한 해 모니터링 실시 후 도서관 프로그램에서 미흡한 부분을 발견하였다. 도서관에서 교사들이 진행하던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단순히 책을 보고 읽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올해부터 초청강사 특강에 초등교사 교육프로그램을 포함했다. 특강에는 8개 초등학교와 주변 학교 교사, 교육청 관계자, 센터 자원활동가 등 약 70명이 참석했다. 특강의 모든 과제는 다른 학교 교사끼리 짝을 지어 5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도서관 관리교사 역량강화를 위한 초청 특강에서 8개 초등학교 교사들이 그룹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이 센터 도서관에 모여 앉아 어려운 문제를 함께 공유하며 풀어가고 있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됐는데, 오전 활동은 주로 강사의 질문에 대한 그룹별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그룹별로 주어진 과제에 대해 토의한 후, 타 그룹 및 강사에게 피드백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오후 수업에서는 보다 실용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방법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오전 수업 중 익힌 이론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직접 시연을 통해 교사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 피드백하고 개선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청 특강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여 연습한 교사들은 11월로 예정된 8개 초등학교 연합 독서경진대회에서 그 실력을 맘껏 뽐내게 될 것이다. 독서경진대회는 8개 학교의 다독왕 중 교사의 추천을 받은 학교 대표 10인과 교사가 참가하는 대회이다. 이 대회는 참가자 전원이 한 권의 동일한 책을 읽고 주어진 시간 내에 △독후감 작성하기 △속독 및 퀴즈 △연극 △교사 스토리텔링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획과정에서부터 진행까지 8개 초등학교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여 학교 간 화합하고,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대회이다.

본 지부는 이런 행사를 통해 도서관 우수학교 사례를 공유하고 아동들의 독서 욕구를 더욱 증진시켜, 8개교 모든 학교 도서관이 활성화 되고 또한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영어반 자원활동가 교사 따이 씨의 생일을 수강생들이 축하해 주고 있다.

학생이 성장해 자원활동가 교사로

지구촌공생회는 라오스 비엔티안시 외곽에 공생청소년센터를 운영, 지역 아동 · 청소년 · 주민들에게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주로 지역민의 문화 및 교육활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다. 독서 교실 외에 영어 · 컴퓨터 · 전통 춤 교실 등 라오스 자원활동가들이 운영하고 있다.

자원활동가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센터를 이용해온 학생들이다. 즉, 센터에서 배우고 꿈을 키워 성장한 이들이다. 그들이 청년이 되어 어린 동생들과 지역민에게 자신들이 배운 학문이나 기술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보니 아이들은 ‘선생님’이란 호칭 대신 형 · 오빠, 누나 · 언니라고 부른다. 자원활동가 교사들의 센터에 대한 애정은 깊을 수밖에 없다.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센터를 운영할 때의 중심축은 자원활동가들이다. 지난 2분기 센터 특강 초청강사로 우리 센터 자원활동가 교사인 포통 씨를 모셨다. 포통 씨는 센터에서 배우고 성장해 해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라오스 국립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포통 씨는 센터에서의 배움과 활동이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아이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꿈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지구촌공생회 라오스 지부는 2017년 10월 쌈본 화계초등학교에 손씻기 시설을 설치 했다.
이현정 지구촌공생회 라오스지부 프로젝트 매니저.

센터의 아이들과 자원활동가들에게 공생청소년센터는 놀이터이자 꿈을 키우는 터전이다.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받을 것을 다음 세대에 더 풍성하게 나눠주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고맙게 받았고, 누렸던 빚을 갚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느리지만 라오스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고, 인재 육성에도 큰 보탬이 되리라 확신한다.

본 센터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스터디그룹을 운영할 수 있도록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돕는 라오스 문화는 아이들의 공부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건,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공생하고 상생하는 현명한 길이란 걸 이곳 아이들은 잘 알고 있다. 라오스 아이들이 건강한 가치관과 사고방식 아래 꿈을 키워 나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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