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불교콘텐츠로 창업하기(274호)

불교콘텐츠 창업의 현실과 전망

창업의 시대이다. 계속되는 경기 부진에 고용쇼크가 오래되었고,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4차 산업 시대도 목전에 와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지만 사람들의 소비욕구는 더욱 세분화되고 온라인과 모바일 매체 환경의 출현,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택배의 확산 등의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이 기회를 노리는 창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불교계도 창업의 열풍에 동참 중이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매년 열리고 있으며, 몇몇 종단에서는 ‘수익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인 영리활동을 전개 중이다. 불교신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스타트업(신규창업) 기업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광대한 불교문화 콘텐츠들이 불교라는 영역을 넘어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세상과 만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불교콘텐츠의 대중화 · 상품화 · 산업화는 현재 진행형이며 점점 더 커질 것이다.

| 다양한 불교콘텐츠와 사업화

불교에 기반한 창업은 크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즉, 본질적 불교의 기능에 관한 것과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불교문화에 관련된 것, 그리고 불교조직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다. 불교와 연관된 모든 콘텐츠들이 창업의 대상이고,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역시 다양하다.

또한 그 창업 추진 주체에 따라 구분이 가능하다. 종단에서 추진하는 사업, 개별 사찰에서 추진하는 사업, 신도단체들이 추진하는 사업, 개인 신도가 추진하는 사업 등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불교계 창업은 상대적으로 ②번과 ④번, ⑤번이 감소하거나 현상유지 수준인 것으로 보이며, 각박해진 삶에서 위안과 평안을 얻고자 하는 세태를 반영하여 ①번과 ③번 위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전통적인 불교 마켓에서 사업을 해온 기존 기업들이 ②번과 ④번, ⑤번에 포진해 있다면, 트랜드를 이끌며 젊은 창업자들이 도전하는 분야는 역시 ①번과 ③번 영역인 듯하다. 최근에는 IT 기술 등을 접목한 사업이나 변화된 미디어 환경(소셜미디어, 온라인 · 모바일 쇼핑의 활성화)에 적극 대응하는 사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으며, 국내외 일반 기업들의 첨단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한 사례도 간혹 보인다.

사설 명상센터나 수행지도 시설이 일반인들을 상대로 사업을 한 지는 오래 되었는데, 뉴욕에서는 차량을 개조한 ‘캄시티Calm City’라는 이동형 명상트럭까지 출현했다. 명상 · 상담 · 치유 관련 사업들에서는 모바일화와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개인형 미디어(팟캐스트, 유투브 등)를 통해 불교신자외 일반인과 상호 소통하는 비즈니스로 확대되고 있다. 스님이 만든 명상앱인 ‘헤드스페이스 Headspace’는 12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한 지혜의 전파나 수행 관련 비즈니스가 점점 세분화와 축제화 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전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이 특정 연령대, 특정 고민을 가진 부류 등으로 점차 세분되어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되고 있다. 미국의 ‘원더러스트

Wanderlust’, ‘버닝 맨 페스티벌 Burning man festival’, 네덜란드의 ‘해피네즈 페스티벌Happinez festival’, 이탈리아의 ‘마인드밸리 Mind valley’ 등의 명상요가 축제들은 수만 명이 참가하는 비즈니스로 발전했다. 명상이나 수련이 대기업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은 국내 단체인 ‘단학선원(단월드)’이 보여준 바 있다. 기체조와 단학명상(단요가), 뇌호흡을 기반으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어 국내외 400여 개의 지점과 30여 개의 교육 · 콘텐츠 · 건설 · 대학원 등의 계열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인공지능 · 로봇 · 첨단 뇌과학 기술 등도 불교 비즈니스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베이징의 용천사에는 로봇 스님(센얼, 賢二)이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웨어러블 테크놀로지나 뉴로 사이언스 등을 이용하여 수행에 도움을 주는 보조도구 개발 역시 하나의 창업 아이템이 되고 있다. 첨단기술은 사찰 운영에도 적용된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통화를 이용한 보시금 관리와 불자 경제시스템을 구축하자는 활동도 ‘카르마코인’ 등의 모습으로 시도되고 있다.

불교의 정신과 문화를 보다 쉽고 친근한 형태로 알리고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일상화시키는 사업도 성행 중이다. 직장생활을 풍자한 웹툰으로 인기를 사고 있는 양경수 씨도 원래 불교 탱화를 현대화시킨 작품활동과 함께 ‘불교 웹툰’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이였다. 조금 다른 시각과 접근으로 불교미술을 접근하는 ‘핑크붓다’ 역시 불교계 아티스트 그룹이고, 불교만화라는 콘텐츠를 보급하기 위한 플랫폼인 ‘만만한 뉴스’나 아트플렛폼 협동조합인 ‘주인공’도 역시 주목되는 곳이다. 이들은 불교콘텐츠도 다양한 표현방식과 전달경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곧 불교 게임도 출현할 것으로 본다. 불교의 정신과 문화를 구체적 소유물(명상용품 등)로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마인드 디자인’과 젊은 감각으로 불교 교육콘텐츠(교구재, 영상물, 불화체험 등)를 만드는 ‘무아’는 ‘불교의 일상화’라는 주제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불교 관련 상징(연꽃 등)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 · 판매하는 회사도 다수다. 연꽃 쿠키 판매 기업인 ‘오붓’, 불교 상징 굿즈 개발회사인 ‘붓다 아티스트’나 명상용품 사이트를 운영 중인 ‘젠힐링샵’도 있다.

사찰 등에서 필요한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관련 물품을 제공하는 것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우선 시대에 맞춘 홈페이지나 앱 등을 개발하는, ‘절로’라는 앱을 만든 ‘다나’라는 회사가 있고, 보다 정교한 불구 가공업을 하는 ‘세라믹 랩 루멘’ 등의 업체도 있다.

2017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모습. 박람회는 불교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알리고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불교계에서도 이런 불교콘텐츠 산업을 확산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부양책을 준비하고 시행하고 있다. 조계종의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벌써 6회째 진행되었고, 불교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불교사회적경제지원본부도 활동하고 있다. 인도에는 불교계 기업들의 비즈니스 네트워킹 업체인 ‘부디스트앙터프러너스(http://www.buddhistentrepreneurs.com)’라는 곳도 있으며, 많이 알려진 스리랑카 사르보다야 운동 측에서도 경제사업부서(http://www.sarvodaya.org/seeds)를 따로 두어 마이크로크래딧과 소상공인 육성에 힘쓰고 있다.

참불선원과 BBS불교방송이 2016년 6월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 컨벤션 홀에서 봉행한 ‘2016 세계명상대전’ 입제식 모습.

| 협소한 시장 극복이 관건

꽤 큰 내부 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공급자 역시 가지고 있으나 불교에 기반한 사업의 한계성도 분명하다. 이용자가 한정적이고 연령대도 높은데다가 그나마 그 수가 줄고 있으며, 새로운 이용자의 유입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정신치유와 관련한 시장이 커지고는 있다고 하지만 주류 시장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스몰마켓에 머물러 있으며, 그나마 대중화되었다고 하는 요가와 명상 같은 사업을 불교콘텐츠로 볼 수 있을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전통이나 불교 관련 콘텐츠를 고리타분한 것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역시 큰 벽이다. 전반적으로 시장의 확장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불교콘텐츠 사업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새로운 대상의 확보와 그들이 만족하고 선택할만한 콘텐츠의 개발 또는 제공방식의 변화이다. ‘정토회’ 법륜 스님의 법문은 비록 ‘상품화’의 대상은 아니지만 불교 정신과 문화의 비즈니스에 상업적 힌트를 줄 수 있다. 전통적인 한문 경전의 한자 풀이와 난해한 선종의 지혜 전달방식은 현대에서 통하지 못한다. 법륜 스님의 법문은 실생활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간접적이고 은밀(?)하게 전하는 방식(즉문즉설)을 활용, 전국과 해외를 직접 순회하는 소비자 중심 유통방식을 택했다.

무엇보다도 정토회 내부에 오래전부터 온라인 팀을 운영해 온라인 영상법회를 시작하였고, 적극적으로 유튜브 등의 영상 공유 플랫폼을 활용하여 법문을 전파하였다. 결과적으로 불교신자들이 아닌 일반인들도 스님의 법문을 듣고 불교의 지혜를 얻고 있다. 직접 절을 찾아가서 듣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 · 모바일이라는 기기를 활용해 원거리에서 편하게 불교의 정수를 맛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템플스테이 역시 잘 고안된 ‘대중화 상품’이다.

‘정토회’ 법륜 스님의 법문은 비록 ‘상품화’의 대상은 아니지만, 불교 정신과 문화의 비즈니스에 상업적 힌트를 줄 수 있다.법륜 스님이 국회도서관에서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불교’라는 명찰을 붙여놓았을 때만 불법이 전파되고, 불교문화가 계승되는 건 아니다. ‘알고 보니 불교’이면 되는 것이다. 카메라로 유명한 ‘캐논 Canon’이 관음보살의 ‘관음’이고, ‘종교 宗敎’라는 단어 역시 ‘으뜸 되는 (부처님)가르침’에서 기인했다. 많은 상담기법 역시 불교적 가르침에 기반하고 있으나 사람들은 그것이 불교와 관련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거나, 알 필요도 없다고 본다. 사람들 곁으로 파고들기 위해서는 ‘정신’은 유지하되 ‘모양’은 바꿀 필요가 있다. 거기에 불교계 창업과 성장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불교계 창업의 성공 조건

사실 창업의 성공 공식은 어느 사업 어느 분야든 비슷하다. ‘성공한 이유는 전부 달라도, 실패한 이유는 대략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스타트업 쪽에서 회자되는 ‘기업이 실패하는 20가지 이유’ 중에서 1위는 시장이 원하는 물건을 못 만드는 것, 6위는 고객이 만족할 수준의 제품을 못 만드는 것, 9위는 고객의 욕구를 무시하는 것이다. 즉,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공의 요인이라는 말이다. ‘망하는 기업들은 고객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

불교계 창업이라고 해서 이 진리가 다르진 않다. 또 많은 창업가들이 두려워하는 것 중에 ‘불교를 내세우면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질 것’이라는 편견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콘텐츠 소비 측면에서 사람들은 종교성을 큰 저항요소로 꼽지 않는다. (물론 직설적인 전법이나 문화 강요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실은 불교적이라서 거부감을 가지는 게 아니라 시대에 안 맞거나, 쓸모가 없거나, 품질이 안 좋아서 거부감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달라진 시대, 달라진 사람들에 맞게 변형한 콘텐츠와 누구나 인정하는 품질만 갖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쯤에서 한 번 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는 불교계 창업의 성공을 무엇으로 볼 건가 하는 점이다. 일반 기업들처럼 돈 많이 벌면 성공한 기업일까? 불교인이라면 모두 잘 아는 팔정도 八正道에 ‘정명 正命’이 있다. 바른 생활수단, 바른 직업 정도로 알려진 이 내용이 불교계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의 성공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불교콘텐츠의 사업화를 논하는 것은 그 근본이 불교의 정신에 입각한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애써 불교계 매체에서 이러한 내용을 다루고 지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불교계 기업이라면 그 사업의 내용이 ‘바른 것(타인의 고통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지 않는 것)’이어야 하며, 그 사업의 운영 역시 올발라야 한다. 세상이 정한 법을 지켜야 할 것이며, 보다 높은 도덕률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한 운영체계를 구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기업을 ‘정명 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불교계 창업을 염두에 둔 이라면 불교콘텐츠 개발과 판매만이 아닌 ‘기업의 불교적 운영’ 역시 고민해봐야 한다. 이를 고민하고 실천하려 했던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임제종에 출가한 적도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창업한 일본 교세라 그룹이다.

김재춘
김재춘가치혼합경연구소장. 중앙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POSCO 6시그마 블랙벨트과정을 수료했다. 벤처회사 BR시스템 마케팅팀장, (재)아름다운가게 정책국장, 서울특별시 대외협력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비영리·사회복지·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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