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명론(274호)

전국 846개 사찰 21권에 담아낸
〈전통사찰총서〉

사찰문화연구원 刊

〈전통사찰총서〉는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나라(남한) 전역의 전통사찰 846개소(조사 당시)를 직접 답사하여 그 현황을 담아 발간한 총 21권의 책이다. 이 전집은 ‘모든 자료는 기록되는 순간부터 역사이다’라는 어느 선인의 정의처럼 벌써 10여 년 전 완간된 엄청난 기록성과물이다.

‘전통사찰’이란 문화체육부(당시 문화관광부)가 1988년 ‘전통사찰보존법(현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민족문화유산으로서 역사적 의의를 가진 전통사찰과 문화유산을 보존 · 지원하는 것을 명문화 한 사찰’로 정의되며, 2018년 현재 967개소가 지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법령상의 전통사찰에 대한 키워드는 ‘문화적 가치’인데, 그 문화적 가치의 주 대상은 “…… 불교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형상 形象을 봉안 奉安하고, 승려가 수행 修行하며 신도를 교화하기 위한 시설 및 공간으로서 ……”의 정의에서처럼 공간 및 건조물 등 유형에 주로 한정되어 있다. 즉, 국가의 관리를 위한 법률에 따라 사찰공간을 대상으로 그 공간에 남겨진 역사적 건조물을 문화재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기준의 ‘지정적 가치’라는 명분에 대해 불교 본연의 시각에서 ‘전통사찰’을 정의하고 내용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 〈전통사찰총서〉이다. 본 서평에서는 이들 전통사찰의 사료들을 담담한 필체로 풀어내어 교양도서로도, 사료서로도 인정될만한 성과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기획과 집필진 및 책의 구성

〈전통사찰총서〉를 간행한 연구단체는 ‘사찰문화연구원’이다. 1992년 10월에 창립된 사찰문화연구원은 당시 문화부 종무관이었던 이용부 선생님을 비롯한 불교계 인사를 운영진으로 하고, 학술영역 중 문헌사료 부분은 김상영 교수(현 중앙승가대학교)를 필두로 연구진을 구성하고, 성보문화재 영역은 신대현 교수(현 능인대학원대학교)를 중심으로 불교미술 연구자가 참여하여 이 책을 간행하게 된다.

불교의 순수한 학술연구 활동을 지향하는 사찰문화연구원은 간행도서 전체에서 연구원의 설립목적이 잘 녹아있으며, 이러한 순수성으로 인해 책을 완간하기까지 경제적 어려움을 열정 하나로 감내해 온 부분들은 무용담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현 행정구역에 따라 시도별로 편찬되어 있는데, 1993년 강원도Ⅰ(37사찰), 강원도Ⅱ(20사찰)를 시작으로, 경기Ⅰ(46사찰), 서울(54사찰), 인천 · 경기Ⅱ(54사찰), 전남Ⅰ(43사찰), 광주 · 전남Ⅱ(41사찰), 전북Ⅰ(53사찰), 전북Ⅱ(43사찰), 충북Ⅰ(39사찰), 충북Ⅱ(38사찰), 대전 · 충남Ⅰ(43사찰), 충남Ⅱ(35사찰), 대구 · 경북Ⅰ(54사찰), 경북Ⅱ(12사찰), 경북Ⅲ(63사찰), 경북Ⅳ(54사찰), 부산 · 경남Ⅰ(57사찰), 경남Ⅱ(33사찰), 경남Ⅲ(38사찰), 제주(43사찰)편을 2005년에 완간하였다. 이후 2006~08년에 처음 마중물 격으로 편집된 강원도를 재조사하고 편집을 통일시킨 강원도Ⅰ·Ⅱ편을 재출간하여 총서를 완간하였는데, 총 846개소의 전통사찰 연혁과 성보현황을 수록한 우리나라의 전통사찰 백과사전이라 말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문헌사료 정리에 해당하는 ‘위치 및 창건’에 대한 부분을 시작으로, 문화재 정리편인 ‘성보문화재’ 부분에서는 전각과 그 전각에 봉안된 주요 성보문화재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사찰의 말미에는 사찰 배치도를 배치했다.

사실을 근거로 불교 본연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책답게 사찰의 연혁과 인물이 ‘위치와 창건’이라는 항목으로 맨 앞에 전개되는데, 사찰의 창건 · 고승 · 불교적 의미에 대한 내용을 고문헌부터 현대 자료까지 최대한 망라하여 연표 식으로 정리한 후, 담담한 문체로 정확한 사실들을 풀어내는 기술방법은 김상영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필진의 노력들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담백하게 기술된 사료내용을 정리하여 말미에 연표를 만들어 둠으로서 성격 급한 독자의 눈길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전통사찰 조사 당시의 현상에 대해 사찰의 배치와 전각의 구조, 그리고 주요문화재 순으로 해당사찰의 유형들을 시간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부분은 불교미술학계에 몸담고 있는 신대현 교수가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정확성을 담아 풀어내고 있다.

대개의 문화재 책자들은 국가가 정한 문화재의 중요도에 따라 국보 · 보물 · 지방문화재 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서는 사찰의 목적에 맞게 해당 전각과 그 속에 봉안된 성보들을 연속선상에서 설명해 읽는 과정에서 전각과 그 전각속의 신앙물을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즉, 개별 문화재적 가치보다 사찰과 전각 속의 성보들을 신앙차원에서 담아내고 있는 것이 백미이다.

하나의 사찰을 표현하는 필진이 서로 다름에도 사찰의 문헌 · 인물 · 문화(재)가 막힘없이 단숨에 읽혀지는 것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논쟁을 거친 결과물이라 생각된다.

다시 말하자면 대개는 어느 한 분야에 치중되어 있거나 여러 분야가 합쳐진 경우라도 별다른 조율 없이 정리되는 것인데 이 책은 국가가 정한 공간과 유형문화재 정의 위에 해당사찰의 연혁과 인물에 대해 기존의 사료를 총정리하여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그 문헌적 사료는 남겨진 유형적 공간과 문화재와 함께 자연스레 결합되어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구성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말미에 제공되는 사찰배치도는 글자에 지친 눈을 돕는 묘수이다. 1996년 당시 우연한 기회로 이 책의 편찬에 일부지역을 동참할 기회를 얻었을 때, 배치도의 편집을 전문적인 지도식의 평면배치를 제안해 보았으나, 편집진은 일반 독자를 배려한 부담 없는 모식도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고수하였는데, 여기에도 독자를 위한 배려가 담겨져 있다.

총서의 의미와 성과

이러한 책의 집필방법은 서평을 쓰는 필자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고고학, 특히 불교고고학을 연구하는데 있어 하나의 유적에 대해 문화재(유물) 편년법 編年法 만을 중시하던 것에서 사료적 편년을 적극 활용하여 하나의 연표로 작성, 훨씬 많은 정보를 관찰할 수 있게 하는 방법론을 훔칠 수 있었다면 너무 지나친 호평일까?

자신들이 신행하는 불교역사를 담고자 하는 열망임에도 집필진들의 한결같은 학문적 객관성과 담담한 문체는 감성과 달콤함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고마움을 모른 채 숨을 쉬고 있는 산소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2008년의 역사에서 일단 방점이 찍혀있으나, 전통사찰의 지정관리는 지금도 계속되어 100여 개소가 추가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사찰문화연구원에서 이 부분을 지속적으로 증간해 줄 열정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사찰의 정비가 급속화 되는 현실에서 주무부서인 문화체육부에서도 전통사찰에 대한 전수조사가 계획 · 진행되고 있으나, 주체적 역할과 객관적 필체로 불교를 담아내는 〈전통사찰총서〉식의 전수조사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최태선

중앙승가대학교 문화재전공 교수. 경북대 고고학석사를 졸업하고, 부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재청 매장문화재분과 전문위원, 경기도 유형분과 문화재위원, 조계종 성보보존위원, 한국기와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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