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명론(274호)

1400년 한국불교사상 정수 담긴
〈한국불교전서 韓國佛敎全書〉

동국대학교 출판부 刊

〈한국불교전서 韓國佛敎全書〉는 신라의 고승 원측 圓測(613~696), 원효 元曉(617~686) 스님에서부터 시작하여 조선말 경허 鏡虛(1846-1912) 스님에 이르기까지 1400여 년간 전승되어온 한국불교의 사상과 문화의 정수가 담긴 324종의 한문 원전을 수록한 책이다. 1979년 동국대학교 출판부에서 제1책을 간행한 이래 2004년까지 총14책을 간행하였다. 제14책이 간행된 2004년에서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내외에 소장되어 있는 한국찬술불교문헌이 지속적으로 조사 · 발굴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성과를 반영하여 한국불교전서의 증보편을 편찬하려는 시도가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볼 때, 한국의 불교도들은 고려시기에 불교의 경율론 經律論 삼장 三藏을 집대성한 대장경을 2회에 걸쳐 판각하였고, 대각국사 의천 義天(1055~1101)에 이르러서는 경율론에 대한 주석서만을 따로 수집하여 교장 敎藏으로 판각하기도 하였다. 현존하는 고려대장경은 초조본이 몽고군의 침입으로 불탄 이후 두 번째로 판각된 뒤, 현재 해인사에 보존되어 있는 재조대장경 再彫大藏經이다. 의천의 교장과 재조대장경이 목판에 새겨진 이후 불전의 간행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일로는 조선의 간경도감 刊經都監을 들 수 있다. 세조에 의해 만들어진 간경도감은 주로 재조대장경을 복각하여 불전을 간행하거나 언해불서를 간행하는 일을 행하였지만, 그 기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 불전 간행의 역사 중에서 특히 고려대장경은 한국의 국보로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뛰어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대장경 안에 한국의 불교도에 의해 찬술된 문헌들이 수록되지 못한 점이다. 교장 또한 의천 당시 고려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의 주석서를 집성한 것인 만큼, 그 범위가 우리나라 불교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국의 불교도들에 의해 찬술된 문헌만을 집대성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세기 전인 20세기 초반 무렵이다. 조선의 몰락과 더불어 시작된 일제의 강점기 동안 한국의 불교도들은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불교의 유산 가운데 문자로 기록된 문헌들을 집대성할 계획을 수립한 뒤 이를 시행하고자 하였다. 1924년 이능화李能和(1863~1943) · 박한영朴漢映(1870~1948) 등의 주도로 조선불서간행회 朝鮮佛書刊行會가 조직되어 ‘조선불교총서 朝鮮佛敎總書 간행 계획’이 수립되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계획서를 보면, 신라에서 조선에 이르는 한국 불교도들의 저술목록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는데, 당시 이를 준비하던 이들이 총서의 간행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이 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을 보면, 지금 우리에게는 거의 잊힌 정황진鄭晄震(1890~?)과 같은 인물들이 일본에서 매우 활발한 활동을 벌였음을 알 수 있다. 정황진은 당시 일본에 유학한 승려로서, 조선불교총서의 간행을 위해 일본과 중국의 불교도들에게 서신을 보내 지원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다만 조선불교총서의 간행은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실현되지 못하였다. 현재 이들에 의해 간행된 원효의 〈금강삼매경론〉과 경흥의 〈무량의경연의술문찬〉 등 2종 문헌이 남아 있어 당시 그들의 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미완으로 마무리된 조선불교총서 간행의 간절한 염원은 보이지 않는 저 밑바닥에서 잠류 潛流하다가 1970년대 동국대학교에서 다시 구체화된다. 당시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에서는 한국의 불교도들이 저술한 문헌의 목록을 수집 · 조사하였고, 이 성과를 1976년 〈한국불교찬술문헌총록 韓國佛敎撰述文獻總錄〉이라는 제명으로 출판하였다. 이후 한국불교전서 편찬위원회가 구성되고, 뜻있는 몇 명의 학자와 실무 연구자들에 의해 실질적인 〈한국불교전서〉 편찬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1979년에 〈한국불교전서〉 제1책(신라시대 편)이 간행되었다. 이후 제2, 3책에 신라시대 불교문헌이 수록 · 간행되었고, 제4책부터 제6책까지는 고려시대의 불교문헌이 수록되었으며, 제7책부터 제10책까지는 조선시대 불교문헌이 수록되었다. 이처럼 신라 · 고려 · 조선의 불교문헌을 담은 총 10책의 한국불교전서는 제1책이 나온 1976년으로부터 13년이 지난 1989년에 와서야 1차 사업을 완료하였다.

이후 한국불교전서에 수록되지 못한 다양한 한국불교찬술문헌들이 제11 · 12책의 보유편으로 간행되었고, 제13 · 14책에는 1935년 중국 산서성 山西省에서 발견된 금장본 金藏本 〈유가론기〉를 저본으로 삼은 책이 수록되어 2004년에 최종 간행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이 책의 간행은 잠시 중단된 상태이지만, 여전히 많은 분량으로 남아 있는 한국불교 문헌들을 조사 · 수집 · 정리하여 간행 준비가 진행 중이다.

〈한국불교전서〉 전 14책은 두 가지 특징을 갖추고 있다.

첫째, 신라에서 조선말에 이르는 1400여 년의 세월동안 170여 명의 한국 불교도들에 의해 찬술된 한국불교문헌 324종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우리나라 불교문화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고전번역원 등에서 간행하고 있는 〈한국문집총간 韓國文集叢刊〉에 필적하는 성과로, 한국불교의 핵심이 이 전서에 녹아 있는 것이다.

둘째, 신라 · 고려 · 조선의 시대 순에 의거하여 저자와 문헌을 나열하고 있으므로, 〈한국불교전서〉의 목차만 보더라도 한국불교의 주요 인물들과 저작들을 일목요연하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전문연구자들에게 있어서는 원전으로 된 한국불교사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15년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에서 간행된 〈한국불교전서 편람집〉(국문 · 영문)은 324종 문헌의 저자 · 서지 · 내용 등에 대해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에서 〈한국불교전서〉의 증보편찬 작업이 진행 중이므로 수년 내로 다시 보유편이 나올 예정이다. 또한 이 전서에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한국불교 문헌으로서의 중요성을 지닌 사지 · 사기 · 의례 · 언해본 등의 자료 역시 〈한국불교전서〉와 유사한 형태로 간행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불교전서〉는 순전히 한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원전 전문가라 하더라도 이에 접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이에 2007년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당시 원장 혜원 스님)은 문화관광부의 국고지원을 받아 ‘한국불교전서 역주 사업’을 진행하였다. 역주란 번역과 주석을 병칭하는 말로서, 한문원전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그에 대한 상세한 주석과 해제를 달아 문헌의 이해를 높이는 작업이다. 이 사업은 5년간 〈한국불교전서〉의 48% 정도를 역주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역주 성과 가운데 대표적인 문헌들을 선별하여 ‘한글본 한국불교전서’라는 제명 아래 총 14권의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간행된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중의 몇 권은 당시 대한민국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학술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현재 한국불교전서 역주사업은 2012년부터 시작된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당시 원장 인환 스님)의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출판작업 역시 병행되어 현재까지 대략 70여 권의 단행본이 간행되었다. 또한 이후 수년에 걸쳐 이 한글번역의 성과물들이 불교학술원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될 계획이다. 이처럼 한국불교전서는 현재 원전 편찬, 역주, 출판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이와 관련된 전문적 연구 성과가 지속적으로 출현할 것이고, 대중적 관심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한국불교전서〉와 관련된 제안을 한 가지 해보고자 한다. 이 책의 제1~3책에는 신라시대 불교문헌이 수록되어 있다. 1980년대 후반, 이 책들이 간행될 당시에는 이들 문헌의 저본을 구하지 못하였으므로, 일본에서 나온 대장경에 의거하여 편찬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일본에서 활자로 간행된 대장경들은 교감이나 띄어쓰기 등에서 간간이 오류가 발견되기 때문에 〈한국불교전서〉 역시 이런 오류를 답습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일본 등의 해외에 소장되어 있는 신라 불교문헌들에 대해서는 그 자료들의 영인본을 확보하여 우리가 직접 정본화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는 학문적으로도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의 문화주권을 수호하는 측면에서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동국대 불교학술원에서 일본에 소장된 국보급 한국불교 문헌들을 고화질 사진자료로 영인하여 출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2018년에는 그 첫 성과물로 그간 실전된 것으로 전해졌던 원측의 〈무량의경소 無量義經疏〉가 출간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다. 앞으로 이런 성과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하여 〈한국불교전서〉의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고 더욱 정교해져서 이에 관심을 갖는 국내외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박인석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조교수. 연세대학교에서 학 · 석사를 마치고, 철학박사를 받았다. 동국대학교 전임연구원, 연구초빙교수를 역임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사상 연구’가 있다. 현재 불교학술원에서 진행 중인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 사업에서 한국불교전서 역주 작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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