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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法話 속으로> 68.마하라 비구

왕이 비구 앞에 엎드려 머리칼로 진흙 덮어

“여래께서 열반하신 후 누가 〈묘법연화경〉 한 게송이나 한 구절만이라도 듣고 오직 한 생각으로 기뻐하면 내가 모두 완전한 깨달음의 수기를 주리라.”

조금 더 들어가자 한 수행자가 〈법화경〉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온 몸이 금빛으로 빛나는 어떤 사람이 큰 코끼리 위에 앉아 그 수행자를 향해 합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옛날 인도의 어떤 조용한 절에 ‘마하라’라는 이름의 비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수행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혼자 멀리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틈만 나면 산이나 들로 나갔습니다. 날씨가 맑으면 맑아서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고, 비가 내리면 비가 내려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세상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땅, 그곳이 어디라고 다를까요?

봄이면.

“꽃이 어떻게 저리 붉을 수가 있는가?”

가을이면.

“하늘이 어떻게 저리 푸를 수가 있는가?”

천품이 한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는 그는 그래서 단 한 권의 경도 읽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부처님 법은 나중 시간을 내어 공부하면 될 터였습니다. 떠도는 구름을 따라,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그는 귀한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당연히 그는 절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저 산천이 좋은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들판에서, 산에서 노숙하는 것이 더 편안했습니다.

그런 그를 보고 함께 수행하는 대중들이 비웃었습니다.

“저런 사람이 왜 수행자가 되었는가?”

“부처님 법은 커녕 세속 법도 지키지 못할 사람이지.”

“아예 사람이 되지 말고 산짐승으로 태어나지.”

대중들이 그렇게 비웃어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요지부동.

그는 도무지 남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흐른 어느 때.

한 번 절을 나간 그가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대중들은 모두 그가 이제 영영 절을 떠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 잘 된 일이라 여겼지요. 그런데 웬걸? 그가 불쑥 절에 나타났습니다. 아주 밝은 얼굴로.

대중들은 궁금했습니다.

“어디에 있다가 왔나?”

“그동안 무엇을 하였소?”

그러나 그는 그저 빙긋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그는 도무지 절에 있지 않았습니다. 대중들은 이제 그를 수행자로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가면 가고, 오면 오고, 마치 투명인간처럼 대했습니다.

들락날락.

왔다갔다.

그렇게 또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날도 어김없이 그가 외출하려고 하자 그 나라의 국왕이 머리를 풀어 진흙을 덮으며 밟고 지나가게 하였습니다. 진흙을 덮어 공양한 예는 옛날에도 있었지만 국왕이 비구를 위해 그렇게 한 일은 아주 드문 일이었습니다.

사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요. 더구나 수행에는 관심 없는 마하라 비구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한 비구가 국왕에게 물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참으로 현명하신 대왕님께서 어찌 그토록 허망한 일을 하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오?”

“왕께서 베푼 공덕은 참으로 크고 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 비구는 경전도 별로 보지 않는 사람인데 어찌 그에게 그토록 큰 공양을 올리십니까?”

왕이 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공양을 받아야 할 비구는 어떤 비구요?”

왕의 물음에 비구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모름지기 부처님을 따르는 비구란 밤낮으로 경을 읽고, 남는 시간이 있으면 또 염불로 생활하는 비구여야겠지요.”

“그럼 마하라 비구는 어떤 분이오?”

“그는 전혀 경을 읽지 않는 사람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왕이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사연인 즉.

‘우리는 어디서 태어나서 어디로 가는가?’ 이런 의문으로 삶에 회의를 느낀 왕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왕은 할 수 없이 신하들을 시켜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행자를 찾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나라에는 그런 수행자가 없었습니다. 진정한 수행자라고 하여 많은 이들을 만나봤지만 도토리 키재기 식의 엄격한 계율만 강조하는 수행자들뿐이었습니다.

왕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왕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금빛 광명이 비추는 곳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왕이여, 그대가 진정한 수행자를 만나려거든 금자산 오파동굴로 가시오.”

“금자산이면 항상 광채가 도는 곳이고, 오파동굴이면 밤낮 귀신이 나온다는 그곳 말씀입니까?”

“그곳으로 가시오.”

그리고는 찬란하게 빛나던 광채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왕은 놀라 눈을 번쩍 떴습니다.

현실같은 꿈이었습니다.

왕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는 신하들을 모두 물리치고 혼자 그 동굴을 찾아갔습니다. 한 번도 혼자 움직여 본 적 없는 왕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습니다. 첩첩산중, 여기저기서 들리는 산짐승들의 울음소리. 방향 없이 마구 휘도는 바람소리.

더구나 억수같이 비까지 내렸습니다.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지만 금자산에서 비치는 빛을 따라, 드디어 귀기서린 오파 동굴에 도착했습니다. 막상 동굴에 도착했지만 도저히 그냥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왕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안에 누구 있습니까?”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왕의 목소리만 메아리로 들려올 뿐이었습니다. 이판사판, 왕은 살금살금 동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맑은 독경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래께서 열반하신 후 누가 〈묘법연화경〉 한 게송이나 한 구절만이라도 듣고 오직 한 생각으로 기뻐하면 내가 모두 완전한 깨달음의 수기를 주리라.”

조금 더 들어가자 한 수행자가 〈법화경〉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온 몸이 금빛으로 빛나는 어떤 사람이 큰 코끼리 위에 앉아 그 수행자를 향해 합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왕은 자신도 모르게 합장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국왕으로…….”

그러나 아무 대답 없이 금빛 찬란한 사람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왕은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왕은 처음 본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요. 왕은 여전히 〈법화경〉을 들고 독경하는 수행자에게 물었습니다.

“저 분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수행자는 〈법화경〉을 접고 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 금빛 찬란한 사람은 바로 변길보살이오. 이 보살은 만약 어떤 사람이 〈법화경〉을 외우면 마땅히 흰 코끼리를 타고 그곳에 나타나 그를 공양하고 보호하겠다고 스스로 서원을 세운 분이오.”

“변길보살이면 보현보살의 다른 이름입니까?”

“왕이시여, 그대도 부처님을 따르시는구려.”

“부처님을 따르는 진정한 수행자를 모시고자 왔습니다.”

“보현보살님은 하찮은 나 같은 하찮은 수행자가 〈법화경〉을 읽고 있어도 찾아오셨소.”

왕은 감읍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왕은 자신이 머리칼로 진흙을 덮은 공양을 지나치다고 공박한 비구를 쳐다보며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습니다.

“인연이 있으면 천리 밖에서도 서로 만나고,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대하고도 서로 만나지 못한다.만남이 있으면 헤어지게 마련이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고,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

작가 / 우봉규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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