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선계경(菩薩善戒經)〉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모욕을 참지 못하는 것이 번뇌의 원인이다. 나에게 집착하는 온갖 번뇌는 남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내 잘못 때문에 생긴 것이다.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참지 않는다면, 이는 곧 스스로 죄업을 짓는 것이 되고 그 죄업은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이 모욕이라고 말합니다. 인격을 무시하고 폄훼하면 사람들은 대개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게 되며 결국 싸움으로까지 확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모욕으로 인해 충돌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는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검찰에서 밝힌 수치를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모욕으로 다투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검찰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돼 소송으로 간 수치가 2004년 2,225건에서 10년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27,945건이라고 밝혔습니다. 무려 12.5배가 증가한 것인데 이 역시 해마다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도 경적을 울렸다고 여성운전자에게 욕설을 한 한 남성이 모욕죄로 벌금을 부과받았고, 유명배우와 작가 등에게 악플을 단 사람들이 무더기로 벌금을 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욕은 단순히 사람과의 관계만을 망치지 않습니다. 서로를 적대시하고 항상 갈등과 대립을 부르기 때문에 이 파급효과가 지역과 사회, 심지어 나라의 운명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분노하면 법을 보지 못하고, 분노하면 도리를 알지 못한다.”고 제자들을 경책하셨습니다. 모욕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우선 참으라고 강조하셨던 부처님은 모욕 역시 인과의 법칙에 매우 익숙함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백 번 참는 집안이 화목하고 만사가 형통하며, 참을 인(忍)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다릅니다. 오히려 참는 사람이 바보며 인생을 잘못 사는 사람이라고 공개면박당하기 일쑤입니다. 인터넷에선 이런 저런 변호사들이 나와 로펌이름을 달고 모욕을 당했을 때 참지 말고 소송을 하도록 안내합니다. 소송에서 이겼을 경우 민사소송으로 배상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한마디로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고 싸움을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사람들은 모욕을 당하면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이 수치심이 분노를 일으키게 되어 어떤 형태로든 복수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변호사의 소송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정작 복수가 이루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그 수치심과 분노가 해결될까요? 소송에서 이겼다고 기분이 상쾌해질까요? 소송을 해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모욕을 안긴 대가로 소송전에서 이겼다고 해서 분노가 치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마음의 상처만 깊어졌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전언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입니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치유하느냐가 평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관건입니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다음의 일화는 모욕에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 핑기카라는 젊은이가 찾아와 차마 입에 담기 거북한 욕지거리로 부처님을 모욕했습니다. 그래도 부처님은 핑기카가 퍼붓는 욕을 잠자코 듣고만 계셨습니다. 핑기카는 아무리 욕을 퍼부어도 부처님이 잠자코 있자 이내 분심이 가라앉아 조용히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때 부처님이 핑기카에게 물었습니다.
“젊은이여, 그대의 집에도 손님이 찾아오는가?”
“물론 그렇소.”
“손님이 찾아 왔을 때 음식을 대접하는가?”
“물론 그렇소.”
“만약 손님이 그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 음식은 누가 차지하는가?”
“손님이 먹지 않은 음식은 내 차지가 되겠지요. 그런데 그딴 질문은 왜 하는 것이요?”
“젊은이여, 그대는 오늘 나에게 욕설로 차려진 진수성찬을 대접하려 했소. 그러나 나는 그것을 받고 싶지 않소. 그러니 그 모욕적 언사들은 모두 그대의 차지가 될 것이오. 그렇게 되니 마치 자기가 자기에게 욕한 것과 다를 바가 없게 됐소.”
핑기카는 이에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부처님께 욕설을 한 핑기카는 외도(外道)로서 자신의 동료들이 불교에 귀의하자 무척 화가 나 있었던 것입니다. 화를 참지 못한 핑기카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와 무턱대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에 대한 부처님의 응대는 매우 차분하고 지혜로우셨습니다. 분노는 불길과 같아 부채질하면 할수록 더욱 거세게 타오를 뿐입니다. 분노를 가라앉히는 방법은 마음의 정려(靜慮)에 있습니다. 선은 악을 이기고 진실은 반드시 거짓을 항복받게 됩니다. 이러한 마음을 흩뜨리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나를 모욕할 수 없습니다. 모욕을 잘 참고 견딜 때 존경의 대상이 됩니다. 날마다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