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걷어낸 초기불교의 민낯
미야모토 케이이치 저ㆍ한상희 역/불광출판사/16,000원

모든 종교는 세력이 확장될수록 포장되기 마련이다. 불교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에서 불교가 탄생하고, 부처님 입멸 후 부파불교, 대승불교로 나아가면서 초기불교의 민낯 위에는 여러 형태의 포장이 덧씌워졌다. 특히 대승불교의 문헌까지 포함해서 개론서가 만들어지면서 초기불교의 본래 골격을 알아차리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그런 점에서 부처님 당시에 가장 가까운 최초기 불교의 모습을 보다 선명하게 담아내려한 이 책의 시도는 신선하다.

불교 성립 이전부터 부처님 입멸까지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한 이 책은 부처님께서 인도 사상계에서 받아들인 점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비교ㆍ대조해 불교가 당시 사상계를 주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또한 변형이 적은 초기불교의 문헌과 부처님 입멸 이후 더해진 가르침을 구분해 부처님께서 중생들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도알려준다.

책에는 초기불교의 불교용어에 담긴 뜻이 대승불교에 와서 달라진 사례도 언급한다. 예를 들어 ‘제행무상(諸行無常)’이 세상의 무상함이나 찰나멸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담은 가르침이 아니라 ‘인간은 오래 사는 존재가 아니므로 수행에 몰두해야 한다.’는 의미로 부처님이 말씀하셨고, ‘따타가따(Tathgata)’는 ‘(중생 구제를 위해) 이와 같이 온 분’이라는 뜻의 ‘여래(如來)’로 번역되고 있지만, ‘(피안으로) 건너간 분’이란 뜻의 ‘여거(如去)’로 이해해야 한다고도 적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인도에서) 불교는 기원전 5세기경부터 기원후 1000년에 걸친 사상사에서 항상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 힌두교 사상의 골격이 되는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고하거나 초월적이지 않았고, 다른 사상과 대립과 융합 속에서 생성ㆍ발전해 갔다.”면서 “불교 사상 안에서 ‘외도’의 사상이 발견되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단순한 뺄셈식으로 불교에서 ‘외도’와의 공통 요소를 제거한다면 (불교는) 아마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외도’와 공통된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불교를 어떤 이유로 ‘역시 불교’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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