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포교현장(273호)

청아한 목소리로
마음에 큰 울림주는
‘명화사 소년소녀합창단’

2016년 10월 30일, 산사음악회 '구인사의 밤' 무대에 선 명화사 소년소녀 합창단.

청아한 소리로 부르는 아이들의 합창은 우리 마음에 큰 울림을 준다. 유명 연주가나 성악가의 무대와는 또 다른 감동을 일으켜 환희심을 솟게 한다. 2016년 10월 30일 저녁에 열린 산사음악회 ‘구인사의 밤’. 서울 명화사(明華寺) 소년소녀 합창단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석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큰 스승을 찬탄하는 노래 ‘상월원각대조사님’을 아이들이 부를 때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손수건을 눈가로 가져가는 불자들의 모습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어린이’단원이 ‘청소년’단원으로

창단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아이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단원 중 맏이는 18살, 막내는 9살이다.

이빨 빠진 9살 단원부터, 대학입시를 앞둔 18살 단원까지 열여덟 명의 초 · 중 · 고등학생이 함께 화음에 맞춰 찬불가를 부른다. 본래 ‘어린이’ 합창단으로 시작했지만, 단원들이 청소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소년소녀’ 합창단이 됐다. ‘노래’ 하나로 한자리에 모인 아이들의 합창을 듣노라니, 고전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일곱 남매가 눈앞에 등장한 듯 마음이 설레였다.

명화사 소년소녀합창단의 창단은 2006년, 당시 명화사 주지였던 덕중(德中) 스님이 어린이법회 후 찬불가 교육을 한 게 발단이 되었다. 법회를 마친 뒤 아이들은 선뜻 찬불가를 배우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며 실력도 늘어났다.

후임 주지로 온 대명(大明) 스님은 찬불가 교육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2010년 3월 21일, 최화선 씨를 단장으로 ‘명화사 어린이합창단’을 창단했다. 천태종 최초의 ‘어린이 합창단’이 만들어진 것이다. 본래의 목적은 소박했다.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목소리로 부처님께 음성공양을 올리면, 아이들은 물론 사찰 신도들의 신심 고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보았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1년 2월, 어린이합창단이 사고(?)를 쳤다. 연습하던 찬불가를 수록해 앨범 〈어린이 찬불가〉를 출반한 것이다. 어린이들이 맑은 목소리로 찬불가를 부르면 보급에 큰 도움이 되리란 판단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사찰에서 비용을 대 3천장을 찍었고, 종단 말사를 중심으로 무상 배포를 했다.

2013년 주지로 취임한 성해(性海) 스님도 아이들 사랑이 각별했다. 스님은 부임 직후 다년 간 찬불가를 지도했던 성악가 정민수 씨를 어린이합창단 지휘자로 초빙했다. 활력 넘치는 아이들이 매번 모여서 노래연습만 하면 지겨울 수 있다고 판단, 단원들을 대상으로 캠프와 도보순례를 열어주기도 했다. 목적의식을 높이기 위해 자체 음악회도 진행했다. 사찰 측의 이 같은 물심양면 지원으로 2016년 10월 두 번째 앨범 〈꿈꾸는 아이들〉도 내놓을 수 있었다.

현재 명화사 주지를 맡고 있는 대거(大車) 스님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현재 대거 스님은 단원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자모회원들과 함께 3박4일간의 ‘제주도 도보순례’를 계획 중이다.

“학업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시험 준비기간에는 합창연습에 자율적으로 참석하고, 외부 초청공연의 출연 여부도 아이들이 직접 결정합니다. 합창단이 잘 굴러갈 수 있는 건 기반을 마련해주신 앞선 주지 스님들의 노고 덕분입니다. 그 뜻을 잘 받들어 이어가는 게 제 역할이 아닐까 싶네요.”

사찰의 적극적인 지원은 단원들과 부모님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 같은 호응은 어린이합창단이 청소년합창단으로 발돋움하는 원동력이 됐다. 탄탄한 지원과 묵묵히 지켜봐주는 응원의 눈빛. 단원들은 시험기간에도 부담 없이 절에 와 한 편에 마련된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기도 한다.

2011년 1집 <어린이 찬불가> 2016년 2집 <꿈꾸는 아이들>을 출반했다.
2011년 1집 <어린이 찬불가> 2016년 2집 <꿈꾸는 아이들>을 출반했다.

 

2016년 세종문화회관 초청공연도

명화사 소년소녀합창단은 종단이나 사찰 행사 때 자주 음성공양을 한다. 기자가 취재를 간 7월 8일은 백중기도 입재일이었다. 단원들은 백중 천도재 때 부를 곡 ‘영겁을 하루같이’를 연습하고 있었다.

“향내 흐르는 고요한 법당 님 전에 엎드려 비옵니다
이 마음 영원토록 샘물처럼 향기로운 향내음처럼
이 몸 태운다면 저렇듯 향기로울 수 있을까
이 몸 태운다면 모든 이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을까…….”

슬프면서도 웅장한 선율에 사진을 찍다가,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2시간 수업을 하는데, 단원들 모두 집중력 있게 따라오는 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절에 다녔고, 부모님을 따라 구인사 한 달 안거를 한 아이도 여럿 있어요. 그래서인지 또래에 비해 인내심이 많고 성숙해요. 새로 온 친구나 동생들도 잘 챙겨줘서 서로간의 분위기도 참 좋습니다.”

6년간 합창단을 지도해 온 지휘자 정민수 선생님은 주말마다 절에 나와 연습하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그런 만큼 작은 실수도 꼼꼼하게 짚어주고, 때때로 노래시험도 본다. 아이들은 유쾌하게 수업을 진행해주는 정 선생님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찬불가 수업을 맡아주셨으면 좋겠단다.

명화사 소년소녀합창단은 사찰 소속이고, 어린이 · 청소년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공연장소를 대관할 때 제약이 많다. 하지만 각종 행사 때마다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정 선생님과 단원들은 그 중에서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에 올랐던 공연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한다. 2016년 4월 17일, 니르바나 필하모니오케스트라 26회 정기연주회 때 청소년 합창단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돼 전문성악인 · 불교합창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밖에 광복 70주년 신명나눔음악회(2015) · 용성 스님 탄생 150주년 기념음악회(2014) · BBS 붓다콘서트 초청공연(2014) · 태고종 성주암 산사음악회(2013) 등에도 초청을 받았다. 산사음악회 ‘구인사의 밤’(2016) · 구인사 박물관 개관 1주년 전야제(2014) 등 종단의 큰 행사 때도 초청 0순위. 종단에서 매년 열리는 ‘천태동요제’ 때는 특별공연을 갖기도 했다.

창단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주지 스님의 애정과 사찰의 지원 덕분에 2011년 1집 〈어린이 찬불가〉, 2016년 2집 〈꿈꾸는 아이들〉 음반을 냈다. 조계사 연꽃노래잔치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2008년부터 지금까지 10여 개 상을 수상했다. 초기 개구쟁이 단원들은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돼 멋을 부린다.

“아이의 불심, 부모에겐 큰 기쁨”

명화사 주지 대거 스님이 소년소녀합창단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대거 스님은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올 10월 '제주도 도보순례'를 계획하고 있다.

입시를 앞둔 쌍둥이 연주 · 윤주 자매는 올해가 합창단 활동의 마지막 해다. 언니오빠들이 하나둘 합창단을 떠날 때(졸업)마다 야속하고 섭섭했는데, 이제 두 사람에게도 떠나야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합창단 활동하면서 즐거운 추억이 많아요. 오랫동안 활동해 정들었던 곳인데 막상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공연을 준비할 때,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 서보면 실력도 자신감도 확확 늘어요. 동생(후배)들에게 큰 무대를 겁내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무대에 설 때는 언제나 긴장되지만, 최선을 다하고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의 기쁨과 행복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어요. 저희들이 졸업하고 나서 새로운 법우들이 더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연주 · 윤주는 초등학교 3학년인 동생 승욱이와 함께 수원 영통에서 매주 찬불가 연습을 하러 명화사까지 온다. 인천 검단에 사는 지현 · 향래 · 수민이도 어머니 팽미경 씨와 함께 명화사를 찾는다. 팽미경 씨는 소년소녀 합창단원들의 매니저 역할을 담당하는 자모회원이기도 하다.

“집에서 사찰까지 거리가 있는데, 아이가 셋이잖아요. 그래서 셋 다 합창단 활동을 하던지, 아니면 하지 말라며 의견을 물어봤어요. 그런데 셋 모두 하겠다고 했어요. 저도 함께 다니며 단원들이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자모회원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딸들은 음악과 친해졌고, 성격은 더 활발해졌다. 여럿이 함께 부르는 합창을 통해 협동하고, 배려하는 법도 배웠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아이들이 사찰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처님 가르침을 배운다는 건 불심 깊은 부모의 입장에서 큰 기쁨이다.

“아이들에게 특별히 해준 것은 없지만, 어린 시절 ‘부처님 믿는 마음’ 하나만큼은 물려줄 수 있다는 데 감사해요. 그 어떤 유산보다도 불심은 큰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장과 반주자를 겸해오던 최화선 선생님도, 현 지휘자 정민수 선생님도 모두 어릴 때부터 불교와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 포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들이 손톱으로 부처님의 모습을 그리고, 모래로 밥을 지어 공양 올려도 무량한 공덕이란 말씀이 경전에 나온다. 사찰이 좋고, 노래가 좋아 날마다 찬불가를 부르는 명화사 소년소녀합창단원들. 이 아이들의 공덕은 얼마나 클까?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공연 중인 명화사 소년소녀합창단원들. 아이들은 합창을 통해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을 떄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는 걸 배운다.
2016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모습. 청소년 합창단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돼 전문성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백중노래 '영겁을 하루같이'를 연습하고 있는 아이들. 꾸준한 연습만이 실력을 쌓는 비결이다.
2016년 11월 20일 홍천 강룡사 주최로 홍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4회 너브내 행복마당 정기연주회'. 연주회 후 당시 강룡사 주지 대명 스님(왼쪽)과 명화사 주지 성해 스님(오른쪽)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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