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변상도로 읽는 부처님말씀(273호)

신통을 얻어 어머니를 찾다

삼베에 천연안료, 천연염료. 70.5X95cm.
삼베에 천연안료, 천연염료. 70.5X95cm.

 

십대제자 중 신통제일로 불리던 목련존자가 33천을 관하는데, 부친이 화락천궁에서 하늘의 복을 누리고 있음은 보았으나 모친은 찾지 못했다.

“부처님! 제 어머니는 생전에 날마다 오백승재를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마땅히 화락천궁에 태어나셨을 텐데 어머니가 보이지 않습니다.”

“목련아. 너의 어머니는 살아생전 삼보를 공양하지 않고 수미산만큼 많은 악업을 쌓아 지옥에 떨어졌구나.”

목련존자는 크게 놀라 어머니를 찾고자 지옥순례에 나섰다.

목련존자는 검수지옥 · 석합지옥 · 화탕지옥을 두루 다니며, 중생들이 끔찍한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다. 지옥문을 지키는 우두옥졸은 목련에게 아비지옥으로 가보길 권했다. 검은 벽으로 둘러쳐진 아비지옥을 찾아갔지만, 지붕이 철망으로 덮여 있어 목련존자의 법력으로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 돌아가 목련존자가 아비지옥에 들어갈 방법을 여쭙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의 석장을 짚고 내 가사를 입고 내 발우를 들고 지옥문 앞에서 주장자를 세 번 흔들면 옥문과 자물쇠가 저절로 열리고, 옥중에 있는 모든 중생이 내가 짚던 주장자 소리를 듣고 잠시 휴식을 얻을 것이다.”

아비지옥에서 어머니를 만나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사를 입고, 석장을 든 목련존자는 아비지옥에 들어가 옥주에게 어머니를 찾아오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옥주는 목련존자에게 어머니 이름을 묻더니 큰 목소리로 아비지옥을 향해 외쳤다.

“왕사성에 살던 청제부인은 들어라. 부처님의 제자로 법명이 ‘대목건련’인, 그대의 아들이 이곳에 와 있으니 대답하라.”

​옥주가 두 번을 외칠 때야 한 죄인이 나왔다. 어머니는 쇠칼을 쓰고 있었고, 온 몸에는 모진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잠시 동안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한 목련존자는 크게 놀라 말했다.

“어머니! 살아 계실 때 날마다 오백승재(五百僧齋)를 올려 향화와 음식을 모두 법답게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찌 천궁에 계시지 않고 지옥의 고통 속에 계십니까?”

모자의 해후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또다시 벌을 받을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옥졸에게 끌어가면서 소리쳤다.

“아들아! 지옥의 고통을 참기가 너무 괴롭다. 부디 나를 지옥에서 구해다오.”

목련존자는 어머니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어 머리를 기둥에 부딪치다가 피가 낭자하게 흘렀다.

“차라리 제가 어머니를 대신해 지옥의 고통을 달게 받고자 합니다.”

목련존자가 옥주에게 말했지만, 옥주는 이렇게 대답했다.

“스님의 어머니는 업력이 무거워 모자지간이라 할지라도 죄업을 대신 할 수는 없습니다.”

청제부인이 지은 죄업

왕사성에 ‘부상’이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는 큰 부자로 인정이 많아 다른 사람을 잘 도왔고, 항상 육바라밀을 닦았다. 그가 죽자 하나뿐인 아들 나복은 3년간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장사를 하고자 외국으로 길을 떠났다.

나복은 남아 있던 삼천 관의 재산을 3등분해, 어머니께 집안을 보전할 천관과 삼보를 공양하며 매일 100명의 스님께 공양을 올릴 천관 등 이천 관을 드렸다. 그리고 나머지 천관은 자신의 장사 밑천으로 삼았다.

3년이 흘러 귀국한 나복은 하인을 먼저 집으로 보내 어머니께 말씀을 전하도록 했다. 소식을 들은 청제부인은 대문을 걸어 닫고, 창고에서 당번을 꺼내 후원에 늘어놓는 등 삼보께 공양을 올린 모양을 꾸며놓은 후에 다시 문을 열었다.

하인으로부터 어머니가 날마다 오백승재를 지냈다는 말을 전해들은 나복은 크게 기뻐하며 집을 향해 천배의 절을 올렸다. 하지만 나복을 맞으러 성밖까지 나온 이웃과 친척들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대의 어머니는 그대가 집을 떠난 후, 스님이 오면 내쫓았다. 또 공양을 올리라는 돈으로 가축을 사서 피와 고기를 취하고, 심지어 짐승의 간을 꺼내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했네.”

나복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기절을 하고 말았다. 나복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머니 청제부인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만약 내가 오백승재를 지내지 않았다면 집으로 돌아간 즉시 칠 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 아비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나복은 어머니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중병에 걸려 칠 일만에 죽고 말았다. 이후 상(喪)을 치른 나복은 출가하여 목련존자가 되었다.

불보살과 함께 어머니를 천도하다

목련존자는 부처님께 돌아와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여쭈었다.

이에 부처님은 “목련아, 내가 네 어머니를 구하겠노라.” 말씀하시고 허공에 몸을 나툰 후 미간에서 다섯 줄기의 광명을 발해 지옥의 어둠을 깨뜨렸다. 그러자 철상지옥은 연화좌로 변했고, 검수지옥은 백옥 사다리가 되었으며, 화탕지옥은 부용지가 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목련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죄 갚음을 한 모든 죄인이 하늘에 태어났습니다만, 제 어머니는 어디에 태어나셨습니까?”

“너의 어머니는 죄업이 무겁고 두터워 아직도 업장이 다하지 않았다. 대지옥에서는 나왔으나 다시 소흑암지옥에 떨어졌느니라. 여러 보살에게 재를 올리고 남은 발우를 들고 지옥에 있는 어머니께 드리면 그곳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목련이 들고 간 발우를 본 어머니는 탐심을 고치지 못한 채 사람들을 막으며 혼자서만 밥을 먹으려 했다. 하지만 밥은 뜨거운 불덩어리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목련존자는 어머니를 흑암지옥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여러 보살을 청해 대승경전을 외우게 한 후 모친이 아귀의 과보를 벗도록 49개의 등을 켰고, 뭇 산목숨을 살려주었으며, 당번을 만들어 장엄했다.

목련존자의 이 같은 효심에 결국 청제부인은 왕사성에 개로 태어날 수 있었다. 목련존자는 또다시 부처님께 어머니가 개의 몸을 벗을 수 있는 방도를 여쭈었고, 그에 따라 스님들이 여름 안거를 마치는 날인 음력 7월 15일에 맞춰 우란분재를 베풀었다. 마침내 개의 몸에서 벗어난 어머니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오백계를 받았고, 도리천궁에 태어날 수 있었다.

신진환

불교미술 작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 선생에게 사사했으며, 현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이수자. 제3회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향전 전체 대상(2009년), 제36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2011년), 제27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우수상(2013년) 등을 수상했다. 매년 국내외에서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2018년에는 터키 앙카라 아트페어(AB 갤러리 초대)와 홍콩 아트페어(Regina Gallery 초대)에 참가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