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단상(273호)

2년 전, 20년 타던 자동차를 폐차할 때 기분이 묘했다. 생애 첫 차여서 애정도 각별했지만, 큰아들이 태어날 때 구입해 가족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터라 더욱 그랬다. 이 차는 수동기어였는데 급경사로에 멈췄다가 출발할 때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창문도 손잡이를 잡고 돌려야 오르내리는 수동. 차량성능이 떨어지면서 운전 중 필자의 투덜거림이 잦아졌다. 그럴 때마다 아내 하는 말 “차 듣는데서 그런 말 하면 안돼요.”

본의 아니게 큰아들 나이를 공개했는데, 필자의 집에는 큰아들보다 고연령의 냉장고와 세탁기가 있다. 둘은 올해로 23살 동갑이다. 그동안 냉장고는 문의 고무패킹을 한 번 갈았고, 돌아갈 때마다 기묘한 신음을 토해내는 세탁기는 두 차례 왕진을 받았다. 그 중 한 번은 폐가전에서 부품을 구해와 이식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식품보관 잘 하고, 옷과 이불도 잘 빤다.

누군가에겐 궁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가계가 어려워서나, 근검절약을 의도한 건 아니다. 무언가를 교체할 때 뒤따르는 번거로움, 즉 귀차니즘이 한몫 했고, 더 큰 이유는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물건에 대한 애집(愛執)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필자와 아내의 옷장에는 20년 넘은 옷도 여러 벌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와 친숙해진 물건에 대한, 나름의 정(情)이고 의리다.

공장은 날마다 신제품을 쏟아낸다. 사람들은 고장 났다고 버리고, 싫증난다고 버린다. 그럼, 이 쓰레기들은 전부 어디로 갈까?

중국은 세계 폐플라스틱과 비닐의 56%(2016년 730만 톤)를 수입하던 최대 쓰레기 수입국이었다. 그런데 지난 1월 1일부터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며 ‘더 이상 중국은 지구의 쓰레기통이 아님’을 선언했다. 2017년 중국에서 개봉한 다큐 ‘플라스틱 차이나[ 塑料王國 ]’(감독 왕구량)가 불씨가 됐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고장 난 가구와 가전제품도 고치면 다시 쓸 수 있다는 걸 잊어버렸다. ‘고장이 나면 수리를 맡기는 게 아니라 내다버리면 된다.’는 고정관념에 빠졌다. ‘너무 잘 만들면 안 팔린다.’는 걸 알아버린 기업들은 10년 이상 쓸 수 있는 가전제품을 잘만 만들다가, 되레 수명을 줄인 제품을 내놓고 있다. 광고에 굴종한 언론들은 ‘고쳐 쓰면 서민이고, 신제품을 써야 상류층’인 냥 여론을 몬다.

중국의 쓰레기 수입금지 이후 6개월, 세계는 쓰레기 대란이다.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가난한 나라 곳곳에는 이미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선진국들이 싸지른 ‘배설물’이다. 대공황 시대에는 “소비가 미덕”(존 메이너드 케인즈, 1883~1946)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쓰레기로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 시점에도 여전히 소비가 미덕일까?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