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서 ‘관세음보살’ 칭명, 쇠사슬 풀려 탈출

두전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오직 정성스럽게 관세음보살님에게 의지하였습니다. 그러하기를 딱 사흘이 지나자, 그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수갑과 쇠사슬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게 단단하게 채워졌던 수갑과 쇠사슬이 느슨하게 풀려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는 시험 삼아 쇠사슬로부터 벗어나 보았습니다. 헐렁해진 수갑과 쇠사슬에서 그는 쉽게 빠져 나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질길자해(桎桔自解)로, 쇠사슬의 질곡에서 저절로 풀려난 것입니다.

서기 350여 년, 중국 동진. 병주자사 고창과 기주자사 여호는 각기 권력 다툼으로 사이가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너 죽고 나 살자!”
“절대 나만 죽지 않는다!”
그때, 하내(河內) 출신으로 두전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두전은 고창의 부하 관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창이 멀리 외유를 간 틈을 타서 기주의 여호가 병주를 기습하였습니다. 여호는 병주의 관원들을 모두 사로잡아 갔는데, 두전도 그들에게 잡혀가서 6~7명이 함께 묶여 한 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이들을 수갑과 쇠사슬로 묶고, 며칠 안으로 모두 죽이도록 하라!”
여호가 고창을 왜 그토록 미워하는지도 모른 채, 그들은 감옥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두전 또한 옥에 갇혀 자신이 죽게 된다면 불쌍하게 남을 가족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지도산(支道山)이라는 스님이 여호의 영중(營中)에 있었는데, 그는 두전과 서로 잘 아는 사이였습니다. 함께 〈법화경〉을 외우고 독송한 막역지우였지요. 지도산 스님은 두전이 잡혀와 곧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이봐요, 두전!”
지도산은 옥문 틈으로 두전을 불렀습니다.
“아, 스님!”
“이게 무슨 일이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여호 자사가 우리를 몽땅 죽이려고 합니다. 스님께서는 자사와 각별한 사이니 잘 말씀드려 무고한 사람들을 살려주십시오.”
“나도 자사가 왜 병주자사를 그리 미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내 곧 자사를 만나보겠소.”
지도산 스님은 그 길로 곧바로 자사 여호를 찾아갔습니다.
“어서 오시오.”
여호는 기다렸다는 듯 지도산 스님을 맞았습니다.
자리를 잡은 지도산 스님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게, 지금 옥에 있는…….”
그러나 여호는 스님의 말을 막았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 일로 스님이 오실 줄 알았습니다.”
“그들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더구나 관장으로 있는 두전은 저와 함께 불법을 공부한 도반일뿐더러 나라에도 충심이 깊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욱 살려둘 수가 없습니다. 그런 훌륭한 관리가 고창 밑에 있다면 반드시 뒷날 내게는 후환이 될 것입니다.”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그가 고창 옆에서 일을 잘 한다면, 반드시 임금의 눈에 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창이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로 고창을 그리 미워하십니까?”
여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원래 그와 나는 그리 나쁜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저잣거리에서 그의 수하들이 나를 나쁘게 이야기하여 임금께서 암행까지 하였습니다.”
“무슨 나쁜 얘기입니까?”
“술과 여자를 좋아하여 공무는 뒷전이라고요.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여호는 밤낮으로 기녀를 끼고 살았던 것입니다. 그에 반해 고창은 술과 여자를 일절 가까이 하지 않았습니다. 밤낮으로 관청에 박혀 나랏일에만 몰두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꼭 고창이 옳고, 여호가 틀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여호는 나름대로 시정의 민심을 누구보다 잘 읽고, 특히 각 고을의 수령들을 아주 잘 다스렸던 것입니다.
“난 한시도 백성을 생각지 않은 적이 없소.”
“그건 소승이 잘 알고 있지요.”
“다른 건 몰라도 주색에 빠져있다는 얘기는 참을 수 없습니다.”
“고창이 아닌 다른 관리들은 용서해주실 수 없는지요?”
“미안하지만 다 죽일 것입니다. 아주 계획적으로 그런 헛소문을 퍼뜨린 자들이 바로 고창의 수하들이기 때문입니다.”
지도산 스님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닫힌 여호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기실 동서고금, 모든 원한은 그렇게 작은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조만간 그들의 목을 모두 벨 것이오.”
지도산 스님은 다시 감옥으로 달려갔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소.”
“그럼 우리는 그냥 속절없이 죽고 말겠군요.”
절망한 두전은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다른 관리들은 아우성을 쳤습니다.
“스님, 부디 우리를 살려주세요!”
“우린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지도산 스님도 참 난감한 일이었지요. 그는 눈을 감으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하여 간절하게 청원한다면 반드시 감응이 있을 것 입니다.”
스님이 그렇게 말하자 여기저기서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무슨 관세음보살!”
“너나 그걸로 국 끓여 먹어!”
“빌어먹을 땡중 같으니라구!”
그러나 두전은 전부터 관세음보살님의 영험을 들은 바가 있었는지라, 스님의 말대로 관세음보살님을 칭념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는 오로지 지극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님을 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법화경〉은 오로지 청련화(靑蓮流) 향내, 꽃나무(花樹) 향내, 과일나무(果樹) 향내로 세상을 밝힘으로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러나 역시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습니다.
“죽음이 바로 코앞이라 실성했군.”
“부처가 밥 먹여주는 줄 아는 바보로군.”
“차라리 마룻장에 절을 하지?”
그러나 두전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오직 정성스럽게 관세음보살님에게 의지하였습니다. 그러하기를 딱 사흘이 지나자, 그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수갑과 쇠사슬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게 단단하게 채워졌던 수갑과 쇠사슬이 느슨하게 풀려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는 시험 삼아 쇠사슬로부터 벗어나 보았습니다. 헐렁해진 수갑과 쇠사슬에서 그는 쉽게 빠져 나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질길자해(桎桔自解)로, 쇠사슬의 질곡에서 저절로 풀려난 것입니다.
그 때는 밤이었습니다. 그는 자유로워진 몸을 벌떡 일으켜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함께 갇혀 있는 사람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지쳐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는 그들을 두고 혼자서 도망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주저앉아 지극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님을 찾았습니다.
“대자대비하신 신통력을 입어서 저의 몸은 쇠사슬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하오나, 저의 일행이 모두 묶여 있는 것을 두고 혼자 떠날 수가 없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의 크신 신통력은 능히 모두를 구제하시오니, 부디 이 사람들도 함께 벗어나게 하여 주옵소서!”
그는 간절한 기원의 말을 마치고 곧 묶여서 자고 있는 일행을 조용히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런데 귀찮아하면서 부스스 일어나는 그들의 몸에서 쇠사슬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이 아닙니까? 흡사 누가 끌러 놓은 것 같았습니다.
쇠사슬에서 벗어난 그들이 감옥을 지키는 경비병들의 눈을 피해 무사히 성을 넘었을 때에는 이미 새벽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4~5리를 달아나다가 날이 밝았으므로 재빨리 숲 속으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날이 밝자 감옥에서는 그들이 탈출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호는 병정들을 풀어서 사방의 통로를 차단하게 하고 숲 속을 샅샅이 뒤지게 하였습니다. 게다가 상금까지 걸었으니, 병정들은 눈에 불을 켜고 수색을 하였지요. 조금의 빈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두전 일행이 숨어 있는 곳에는 끝내 접근하지 못하였습니다. 날이 저물어서 그들이 무사히 그곳을 떠날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은 그 숲 속에서 안전하게 숨어 있을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같은 이적은 지도산 스님이 훗날에 강을 건너가서 사부거사(謝敷居士:光世音應驗傳 原撰者)에게 이 일을 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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