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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사회현상도 법문이다
  •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승인 2018.06.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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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상이 들려주는
탐·진·치의 결말
들을 줄 아는 지혜 필요

자연의 모든 삼라만상이 법문을 한다. 산문에서 많이 듣는 말이지만 언제 새겨도 울림을 준다. 그런데 사회의 모든 현상도 법문을 한다. 탐·진·치의 끝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우리는 생게망게한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금강신문의 독자들 가운데 ‘이념 벗어나 생활 속으로’라는 표제 아래 ‘제3노총 뜬다’는 기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잖을 성싶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행되는 신문에 사회면 머리기사였다.

기사는 들머리에서 “투쟁 관련 부서는 줄이고 조합원 건강·보건에 힘써 ‘생활형 노동운동’하겠다.”는 결의를 소개한 뒤 “한국노총·민주노총의 양대 노총 체제와는 별개로 탈(脫)이념·탈투쟁의 ‘생활형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제3의 노총’이 오는 6월 출범한다.”고 대대적으로 부각했다. 그 기사가 나온 시점, 2011년이 새삼 오늘 중요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7년이 지난 오늘,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노동운동에 ‘분열 공작’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부의 고용노동부에 전격 압수수색을 펼쳤다.

국가정보원과 고용노동부가 손잡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중심의 노동조합운동을 와해하기 위해 국민노총 설립을 주도하며 억대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땀 어린 돈을 세금으로 걷어 바로 그 돈으로 세금 낸 사람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운동을 분열시켜 약화하는 공작을 감행한 셈이다. 실제로 그해 출범한 이른바 국민노총의 초대위원장은 민주노총을 ‘이념과 이데올로기 집착’으로, 한국노총을 ‘노사 간의 투명하지 못한 유착관계와 관료주의’로 비난하고 나섰다. 특정 신문만이 아니다. ‘국민노총’의 출범을 여러 신문과 방송이 돋보이게 편집했다.

정권도 내놓고 지원했다. 노사정 신년인사회에 늘 참석하던 한국노총을 빼고 국민노총을 불렀다. 최저임금위원회에도 국민노총에게 자리를 내주려 했다. 하지만 노골적인 지원은 현장에서 반발을 불러왔다. 일하는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노총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부정했지만 정작 국민은 국민노총을 거부했다.

아직도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 여당과 야당의 정파논리로 세상사를 진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새삼 명토박아둔다. 노사 관계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해 세금으로 공작하는 작태는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근본적으로 유린하는 불법 행위다.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3권을 명문화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결성해 경영진과 교섭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이다.

더구나 국가정보원은 말 그대로 ‘국가 안보’를 담당해야 할 조직이다. 마땅히 안보 강화에 써야 할 혈세를 대통령의 사적 용도로 은밀히 제공하거나 노동운동을 약화시키는 공작 자금으로 쓴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여러 통계가 생생히 입증해주고 있듯이 무장 악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부익부를 누리는 사람들은 독식하려는 탐욕을 도무지 그칠 줄 모른다. 권력을 장악하고 권세를 부리던 그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가는 살풍경이야말로 청량한 법문 아닐까. 문제는 그 법문을 들을 귀가 과연 그들에게 있는가에 있다.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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