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해외 구호활동 현장리포트 로터스월드 희망미용센터 사업
헤어ㆍ네일 배우는 캄보디아 빈곤 청소년

로터스월드 희망미용센터 교육생들의 단체사진

캄보디아 씨엠립에는 빈곤 청소년의 자립과 취업을 위해 설립된 ‘로터스 희망미용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1년 동안 봉사활동을 펼쳤던 이선정 봉사단원이 로터스월드 희망미용센터 사업 소개와 당시 현지에서 함께 생활한 아이들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말들을 편지글 형식을 빌어 담았다.

안녕? 로터스 희망미용센터 8기 학생들아. 얼마 전이 졸업식이었는데 모두들 수고가 많았어. 1년 전 너희들을 처음 만난 게 생각이 난다.

로터스 희망미용센터는 불우한 캄보디아 사람들이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무상교육을 해왔어. 처음엔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거리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전단지를 나누어 주기도 했었지. 캄보디아의 3~4월은 가장 더운 시기여서 밖에서 활동을 하다보면 숨이 턱 막힐 때도 있었어.

면접을 볼 때 울었던 라타나도 기억이 난다. 이 교육이 현재 자신에게 꼭 필요하니 꼭 뽑아달라면서 간청했지. 결국 라타나는 뽑혔고, 졸업까지 했지. 나는 너희들이 자랑스러워.

미용가위 잡는 자세를 배우고 있는 교육생들.

정원보다 많은 인원을 선발하지만, 늘 그렇듯 중도에 빠지는 학생들이 생겨났어. 학생으로서 학교일이 늘어났다거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을 해야 한다거나,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고 적성에 안 맞았다는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만두는 아이들이 있었어.

그 중에 피세이라는 친구가 생각이 난다. 늘 웃고 다니던 그는 언제부터인가 얼굴에 그늘이 졌어. 무슨 일인가 상담했었지.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집안이 어려워서 일을 해야 했다고 하더군. 우리 교육은 1시부터 5시까지인데 수업이 끝나자마자 KTV(일종의 우리나라의 술파는 노래방 같은 곳)에서 새벽까지 일을 한다고 했어. 잠이 부족해서 수업시간에 졸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했지. 결국 피세이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어 그만둬야만 했어. 언젠가 피세이가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여성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봤는데,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다시 봐서 기뻤어.

우리 교육은 9개월 동안 헤어가 주된 수업이고, 토요일과 금요일 오후에는 네일과 메이크업 수업을 했어. 나는 서비스교육 차원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쳤지. 아무래도 한국 가게에 취업할 수도 있고, 외국손님들을 대하려면 영어는 필요한 언어이기 때문이지. 한국어야 너희들이 다들 처음 접하는 언어이기에 기초부터 가르쳐야 했지만, 영어는 학생들의 교육 편차가 심했어.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알파벳조차 모르는 아이들도 있었어.

교육생들이 마을 어르신의 머리카락을 다듬어 주고 있다.

나는 늘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심했어. 동요나 게임을 하기도 하고, 알파벳을 모르는 학생들은 따로 계속 시험을 보기도 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었지. 피부미용자격증이 있었기에 피부미용 수업도 가르쳤어. 작년에도 ‘마사지 샵’에 취직한 친구들이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취업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어서 2주에 한 번 가르쳤었지. 다들 수업을 열심히 들어줘서 고마웠어.

메이크업 역시 처음 해보는 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아. 캄보디아 사람들은 유난히 흰색 피부를 좋아해. 단순히 피부가 하얗다는 이유만으로 예쁘다고 말할 정도지. 그래서인지 메이크업을 할 때 메이크업 베이스나 파운데이션을 엄청 하얗게 발라서 마치 가부키 화장을 하는 것 같아. 하하하. 하지만 내가 너희들에게 말했지? 검은색도 아름답다고. 왜 검은 색 옷은 멋있다고 하면서 검은 색 피부는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흑인 중에도 아름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마도 백인, 즉 서양인을 미의 척도로 삼았기 때문인 것 같아. 코가 높아야 하고 피부는 하얗고 몸매는 콜라병이어야 한다는 식. 꼭 이런 게 아름다움의 기준일까? 그렇지 않아. 오히려 백인 여성들은 그 하얀 피부를 햇볕에 태우는 태닝을 해.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많은 것 같아.

빈곤청소년 대상 미용교육.

 

너희들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워. 너희들은 항상 나의 피부가 희어서 ‘싸앗(예쁘다는 뜻)’이라고 말하면서 본인은 ‘아크럭(못생겼다는 뜻)’이라고 말했지. 난 그때마다 아니라고 말했어. 너희들은 빛나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 하얀 피부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 화장을 하거나 안 하거나, 머리를 다듬거나 다듬지 않거나, 예쁜 옷을 입거나 안 입거나 너희들은 그냥 있는 그 자체로 완벽해. 정말이야. 너희들은 헤어 · 메이크업 · 네일 모두 표면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람들이야.

나는 예전에 속이 중요하지 겉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는 너희들을 보면서 표면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지 인식했어. 특히 요즘 시대에는 더욱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기니까. 하지만 내면의 아름다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 내면이 아름다우면 저절로 표면의 아름다움은 드러나기 마련이야. 속도 알차고 아름답고 스스로에게 당당한 여성이 되었으면 해.

졸업여행에 참석한 미용센터 교육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는 봉사활동도 했었어. 처음 6월에 한 미용봉사는 아동센터에 의료봉사를 온 한국의 김안과 병원에 진료를 받으려고 기다리던 대기환자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봉사였어. 그때는 너희들이 아직 서툴렀기 때문에 미용실 직원들의 보조로 있었지. 그러나 11월에 다시 온 김안과 미용봉사에서는 너희들이 직접 자르기 시작했어. 그리고 12월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NGO나 학교 등을 찾아가서 미용봉사를 했지. 너희들은 무상으로 교육을 받았고, 역시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재능을 사회에 환원한 일은 정말 멋진 일이야.

토요일마다 캄보디아 어린이를 만나는 일은 큰 즐거움이었어. 다들 어찌나 귀엽던지. 남자아이들은 ‘머리카락 자를래?’ 하면 순순히 따라오지만 여자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고개를 저었어. 캄보디아 여성들은 대부분 긴 머리를 선호하는 편이잖아. 생각해보면 내가 1년 동안 있으면서 머리 짧은 여성은 단 한 번밖에 못본 것 같아.

네일샵에서 손님의 손톱을 정돈해주고 있는 교육생.

캄보디아 여자들은 ‘끄러엉(머리 땋기)’을 참 좋아해. 반 묶음으로 머리 땋기도 하고, 전체 다 머리 땋기도 하지. 대부분 봉사활동은 남자아이들이나 성인 남자들을 대상으로 했어. 그리고 여자아이들은 머리를 땋아주었어. 나는 주로 사진을 찍었는데 캄보디아 학교는 놀이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곳이 많지 않아. 그 흔한 운동장도 없는 경우도 많고, 시소나 그네는 아예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아이들이 신발을 던지면서 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어.

나는 한국 놀이를 가르쳐주었어. 나 역시 그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아.

로터스월드 희망미용센터 헤어샵에서 교육생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1부터 8까지 그림을 그려서 각 번호에 돌을 던져서 한 바퀴 돌고, 그 돌을 한손으로 집어 올리는 것인데 아마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거야. 비록 크마에가 서툴렀지만 손짓 발짓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아이들에게 게임규칙을 알려주었어. 나중에는 애들이 너무 몰려서 쉬는 시간이 끝나도 계속 놀아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가자고 나오시기도 했지. 무더운 바깥에서 활동하는 것이 때론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너희들의 웃음에 기운이 났어.

너희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던 항상 너희들을 응원할게. 모두의 앞길이 밝게 빛나길 멀리서나마 기원한다. 너희들이 받은 혜택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베풀면서 살아가길 바래. 건강하고 모두 사랑한다. 

교육생들이 손님의 머리카락을 다듬어 주고 있다.
학교를 찾아 미용봉사를 하고 있는 교육생들.

 

이선정

로터스월드 희망미용센터 봉사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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