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경의 미학, 불교의례(272호)

불자들은 법당에 들어가면 ‘삼정례’를 올리고,
법회를 할 때는 삼귀의를 한다.
삼귀의는 삼보께 귀의하는 것이고,
삼정례는 절을 세 번 올리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올린 삼정례는 부처님께 세 번 절을 올린 것일까?
아니면 삼보님께 한 번씩 절을 올린 것일까?
참으로 쉬운 질문 같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고개를 갸우뚱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법당에 들어가 존상을 향해 절을 세 번 하였다면
그 절은 분명 대좌에 앉아계신 분에게 올린 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상이 어떤 불보살이든 간에 절을 세 번 올렸다면,
절을 받으시는 분이 불보살님이든 그분이 삼보의 일원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삼보님’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삼보님이나 불보살님에게 어떻게 예경을 올리는 것이 여법한 예법일까?

 

17세기 명말청초에 활동하신 중국의 홍찬(弘贊) 스님이 편찬한 〈예불의식〉에는, 우리나라에서 설행되고 있는 현실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지만 의미 있는 순서가 제시되어 있다. 먼저 존상의 얼굴을 바라보며 두 무릎을 땅에 대고 향로를 들고 향운게송(香雲偈頌)을 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분향게(五分香偈)〉라고 하여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광명운대 주변법계 공양시방무량불법승’이라고 향을 찬탄하며 삼보님께 공양을 올린다. 이때의 향은 부처님께 나의 신심과 예경을 전달하는 사자(使者)가 된다. 향을 바침으로써 나의 예경은 삼보님을 비롯하여 여러 독각과 선인에게까지 미친다. 이렇게 한 후 우리나라에서는 헌향진언(獻香眞言) 3편을 염송한다.

다음으로는 절을 올릴 분들을 찬탄하는 말씀을 아뢰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각단 의식을 행할 때에 절을 올리고 나서 찬탄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지극한 마음으로 삼보님이나 불보살님께 절을 올릴 때는 먼저 찬탄을 아뢰는 것이 적합하다. 삼보님은 가장 수승한 길상(吉祥)이며, 어진 어른이고, 복전이 되므로, 중생의 업장을 없애주고 마장(魔障)을 물리쳐준다. 그 분이 지은 선행은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다. 삼보는 부처님의 불보, 가르침의 법보, 출가를 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닦는 스님인 승보를 말한다.

〈예불의식〉에 실린 부처님을 찬탄하는 말씀은 이렇다. “일체 출세간께 머리 숙이오며, 삼계의 가장 존귀한 공덕의 바다이자 지혜로운 이로써 번뇌의 때를 불태우시는 바른 각자(覺者)에게 제가 이제 귀명례합니다.” 이렇게 아뢰고, “일심으로 시방삼세 일체제불 세존께 머리 숙여 절합니다.”라고 하며 절을 올린다. 이때, ‘절하는 이나 절을 받는 이의 성품은 허공과 같이 적멸하다. 지성으로 예배하여 응해 주심은 헤아릴 수 없어, 나의 이 도량은 제석천의 보주와 같아 시방의 제불이 그림자로 나타나는 곳에 나의 몸이 그림자로 제불 앞에 나타나니 머리를 부처님의 발에 접촉하며 귀명례합니다.’라고 생각하며 오체투지를 하게 된다.

오체투지는 부처님의 발에 접촉하는 ‘접족례’인데 두 손을 뒤집어 하늘을 받든다. 한 때 두 손으로 하늘을 받드는 방식이 우리의 전통 절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하여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지만, 부처님의 발에 접촉하는 예경이고 허공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예불의식〉에는 밝혀 놓고 있다. 〈예불의식〉에는 부처님을 찬탄하고 대선주(大善呪)를 염송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쓰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이는 찬탄사는 삼보님을 통청하는 〈삼보통청(三寶通請)〉의 가영(歌詠)이다. 청하는 말씀을 아뢴 다음 이렇게 찬탄한다.

“부처님 몸 시방세계 두루 계시니 / 삼세의 여래의 몸은 같으시네. / 넓고 크신 서원의 구름 언제나 다함없고 / 아득한 깨달음의 가르침은 미묘하여 다 알기 어려워라.”라고 아뢰고, “그래서 제가 일심으로 귀명하며 절합니다.”라며 정례의 큰절을 한다. 하지만 실제는 반배를 한다. 불보의 몸은 시방과 삼세에 두루 계시고 삼세의 여래는 한 몸임을 밝히고 있는데, 시간과 공간의 불보를 같은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또 서원과 가르침이 한량없으므로 한량없는 중생을 구제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게송은 부처님에 대한 찬탄이지만 현재 <삼보통청>에서는 삼보의 찬탄게송으로 쓰이고 있다.

 

다음은 〈예불의식〉의 법보에 대한 찬탄게송과 예경이다.

“생사의 험한 길 갈애와 근심과 탐애의 바다에서 뽑아주고 저 번뇌와 죄업의 산을 부숴버리니 머리 숙이며 내가 이제 오묘한 법보님께 귀명례 합니다.”라고 찬탄하고, “일심으로 시방삼세 일체 존귀한 법보님께 머리 숙여 절합니다.”라고 오체투지를 한다. 절을 올리며, ‘참된 공의 법성은 허공과 같고 항상 머물러 있는 법보는 헤아리기 어려우니 내 몸의 그림자로 법보 전에 나타내어 일심으로 귀명례 합니다.’라는 생각을 한다.

 

〈삼보통청〉의 법보를 찬탄하는 가영은 “가르침은 온전한 이치요 이치 속엔 현묘함이 있어 / 이치를 의지하여 수행하면 결과는 저절로 이루어지리. / 보배로운 게송은 인간 세계에 십만이나 되고 / 부처님의 말씀은 삼천세계에 가득하네.”이다. 가영을 아뢴 다음에는 “그래서 제가 일심으로 귀명하며 절합니다.”라며 절을 올린다.

 

이어 승보님께도 같은 방식으로 절을 올리는데, 〈삼보통청〉의 승보 가영만 보자. “둥근 머리 장삼 입고 부처님의 등불 잇고 / 의발 전하고 법을 설해 중생을 유익케 하네. / 귀의하되 분별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 범승과 성승을 가리는 마음을 쉬게 되리라.”하고, “일심으로 시방삼세 일체 존귀한 승보님께 머리 숙여 절합니다.”라며 오체투지를 한다. 삼보에 귀의할 때는 분별하지 않아야 큰스님이네 작은 스님이네 하는 마음을 쉬게 된다고 일러주고 있다.

 

이렇게 삼보님을 찬탄하고 관상하며 절함으로써 삼보님께 올리는 첫 번째 예경을 마치게 된다. 이어 둘째는 참회하고, 셋째는 수희(隨喜)하며, 넷째는 권청(勸請)하고, 다섯째는 발원하고 회향을 함으로써 삼보예경을 마치게 된다.

이성운

현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학술연구교수. 동국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조계종 의례위원회 실무위원, 불교의례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동국대 · 금강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 〈한국불교 의례체계 연구〉, 〈천수경, 의궤로 읽다〉, 〈삼밀시식행법해설〉(공저) 등을 펴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