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변상도로 읽는 부처님말씀(272호)

삼베에 천연안료, 천연염료.

“天上天下 唯我獨尊(천상천하 유아독존)”
아기 부처님은 룸비니동산에서 태어난 직후 이 같이 외쳤습니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다 존귀하다.’
우리 개개인이 모두 존귀한 존재인 이유는
부처가 될 수 있는 씨앗[佛性]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땅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중생들은
귀한 씨앗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묘법연화경〉 ‘오백제자수기품(五百弟子授記品)’에는
불성을 갖고 태어났음에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중생을 빗댄 ‘옷 속의 보배구슬[衣珠喩]’이란
비유가 나옵니다.

설법제일(說法第一) 부루나존자(富樓那尊者)는 부처님께서 설해주신 사리불과 4대 제자의 수기(授記) 이야기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해한 내용을 부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야기를 듣고 부루나존자에게 삼세에 걸쳐 닦은 인행(因行)을 들려준 후 수기를 하셨습니다. 이어 일천이백 아라한에게 차례로 수기를 하셨는데, 먼저 아야교진여를 비롯해 오백 제자에게 수기를 하셨습니다. 오백아라한은 수기를 받은 후 기뻐하며 자신들의 허물을 참회하고, 그 깨달은 바를 옷 속에 매어둔 보배구슬에 비유하며 이와 같이 말하였습니다. 

삼베에 천연안료, 천연염료.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가난했던 그는 세상을 유랑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한 고을에 이르렀을 때,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죽마고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높은 관직에 올라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그를 진심으로 반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해 진수성찬을 내놓았습니다.
가난한 남자는 오랜만에 산해진미와 함께 미주(美酒)를 마신 후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
친구는 나랏일로 급히 먼 길을 떠나야 했습니다.

남자를 배웅하지 못할 것 같았던 친구는
잠든 남자의 옷 속에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비싼
보배구슬을 매달아준 후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남자는 다시 유랑을 떠났습니다.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면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구하려 갖은 고생을 했습니다.
하지만 겨우 목숨을 연명할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궁핍한 생활이 반복됐습니다.

몇 해가 흘렀습니다.
남자와 친구는 우연히 또다시 만났습니다.
남자의 몰골을 본 친구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을 만한 보배구슬을 주었는데도
친구는 거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달프구나. 친구여,
어찌 옷과 밥을 구하기 위해 이 지경이 되었느냐.
나는 예전에 자네가 안락을 얻고,
오욕락(五慾樂, 세속적 욕망)을 누리게 하고자
모년 모월 모일에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구슬을
자네의 옷 속에 매달아 두었다네.
하지만 그대는 아직도 구슬을 옷 속에 매달고 있군.
자네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온갖 고생을 하고, 근심을 하며 살아왔어.
어리석은 친구여,
이제라도 이 보배구슬을 필요한 것과 바꾸어
풍족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게.”

여기서 가난한 남자는 중생을, 부자인 친구는 부처님을 의미합니다. 또 술에 취함은 무명(無明)의 번뇌에 빠져있음을, 그리고 보배구슬은 중생을 구제해 성불하게 하는 유일한 가르침[一佛乘]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즉, 옷 속의 보배구슬을 알지 못한 채 먹고 입는 것에 만족한다는 비유는 작은 깨달음에 만족해 궁극의 깨달음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봅시다. 먹고 살기에 바쁘다는 이유로 수행을 등한시하고, 내 가족 챙기기에 급급해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의 옷 속에 감춰진 보배구슬을 갈고 닦는 일에 나서봅시다.

그대는 세속의 삶에 지쳐
구도의 길 걷길 주저하고 있진 않는가?
작은 깨달음을 얻고서
마치 지극한 깨달음[究竟]을 얻은 냥
우쭐거리고 있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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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 앉아라.
잠을 자서 너희들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가? ​
화살에 맞아 고통을 받으며
괴로워하는 자에게
잠이 도대체 웬 말인가?

일어나서 앉아라.
평안을 얻기 위해
철저히 배우라.
그대들이 방일하여
그 힘에 굴복한 것을
죽음의 왕이 알고,
현혹하지 못하게 하라.

애착에서 벗어나라.
찰나를 그냥 보내지 마라.
순간을 헛되이 보내면,
지옥에 떨어져 슬퍼하게 된다.
방일하는 것은 티끌이다.
티끌은 방일에서 생긴다.
방일하지 말고 밝은 지혜로
자기에게 박힌 화살을 뽑아​라.

〈숫타니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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