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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깨달음의 시대부처님오신날 봉축 특집(272호)

| 인공지능 출현

기술문명 발전의 가속화로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 나가기조차 버거운 시대가 되었다. 이른바 IT기술의 발달로 4차 산업혁명이 밀려오고 있는데, 이 변화의 여울 속에서 물살에 휩쓸려가지 않고 중심을 잡고 살아가려면 그 핵심을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자신을 바꾸어 갈 필요가 있다.

45억 년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대변혁을 꼽으라면, 38억 년 전 생명의 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성이나 금성 · 목성 · 토성 등 다른 행성은 생명체가 없는 흙덩어리에 불과한데, 유일하게 지구만이 적절한 공기와 물과 자기장 등 생물의 생존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어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었다. 무생물의 세계에 생태계라는 새로운 지평이 열렸기 때문에 지구의 가장 획기적 변화라 할 수 있겠다.

생명은 38억 년 동안 평탄하게 발전해 온 것이 아니다. 이 기간 동안 산소의 발생으로 대기가 오염되어 대부분의 생명체가 절멸(絕滅)된 가운데 일부가 산소를 호흡하는 생명체로 진화하여 살아남게 되었다. 그리고 운석 등으로 지구가 갑자기 얼어붙는 기후 대재앙으로 공룡은 멸종되고, 포유류가 새로 나타나는 등 진화는 그야말로 발전이냐 진멸(盡滅)이냐의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기면서 대서사시를 써 내려왔다.

이 긴 진화의 정점은 현생 인류(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의 출현이었다. 겨우 7만 년 전에 나타난 인간의 출현 후 지구의 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는 질적 변화를 겪게 되었다.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그 이전 생태계의 상황이었다면, 인간은 주택 · 도로 · 항만 · 도시와 같은 인공환경, 즉 문명이란 것을 지구에 건설했다. 이로 인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만큼 지구에 큰 변화가 진행 중이며, 화성 등 주변 행성을 개척하여 인류의 생존 영역을 늘리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생명진화의 긴 역사에서 인류의 출현만큼이나 큰 변화를 불러 올, 또 하나의 요인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식물로부터 먹이를 얻는 자연동물이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여 스스로 에너지를 얻는 기계동물과 섞여 사는 상황이 올 뿐만 아니라, 기계동물들이 인간을 압도하고 주도권을 잡는 그런 세계가 올 것을 경계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다른 한편 ‘기계인간’들은 인간을 신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지적 노동에서까지도 해방시킴으로써 힘들여 일할 필요가 없는 지상낙원이 도래할 것이라는 낙관적 상상을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어쨌든 인간은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 또는 인간의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수행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화두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 인간의 기본 특성, 체성 · 지성 · 영성

인간의 기본적 특성은 체성 · 지성 · 영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체성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다양한 신체적 능력이 있지만 모든 면에서 다른 동물보다 우수한 것은 아니다. 달리는 것은 표범을 따르지 못하고, 덩치는 코끼리보다 작고, 날지도 못하거니와 멀리 보는 능력은 독수리보다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모든 동물들을 제압하고 지구의 주인처럼 행세하게 되었다. 그것은 사고능력과 언어능력, 즉 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성에 기반을 두고 인류문명을 건설하게 되었고, 인간사회는 지적능력에 따라 지위와 대우가 결정되는 가치체계를 형성해왔다. 특히 지난 400~500년 동안 서구를 중심으로 전개된 과학기술의 발달에서 비롯된 지식교육의 대중화로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지적능력에 있다는 관념에 가득차게 되었다. 지적 우수성이 곧 그 사람의 가치와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의 역할을 하였다. 예를 들어 교육제도만 보아도 체능이나 인성은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오직 지적 능력만 가지고 평가하고 있다. 인간이 가진 다른 능력들, 예를 들면 직관력이라든가 영적 능력 등은 객관성이 없는, 따라서 신뢰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미신적 요소처럼 취급되기 일쑤다.

근대 사회는 지적능력의 적용으로 방적기(紡績機)와 기차의 발명 등 산업혁명을 통하여, 인간의 체력으로 하던 일을 기계로 대체하는 데 성공하였다. 인간과 기계를 합하면 어떤 동물보다 강력한 체성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지난 3차에 걸친 산업혁명의 결과이다. 인간을 육체적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킨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지식 중심의 평가와 서열사회를 질적으로 바꾸는 사회혁명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적능력이란 것이 인간 고유의 어떤 특성이 아니고, 기계도 같은 종류의 능력을 갖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둑에서 알파고를 이길 사람이 없음은 이미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매우 특별하고, 좁은 한 분야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점차 거의 모든 분야의 지적인 일들이 인공지능에 의하여 수행될 것이며, 그 정확성과 효율성은 인간의 지적능력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가 될 것이다.

당연히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걱정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체성과 지성보다 더 상위인 영성이 있기 때문이다. AI를 갖춘 로봇이 사람의 신체적 노동이나 지적업무를 대신 잘 해줄 수 있으므로 인간은 이제 이런 노동으로부터 해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야말로 인간 고유의 최상위 능력을 발휘할 때가 온 것이다. 사회적 가치관도 이에 준하여 변화할 것이고, 자연히 영성적 능력을 계발하는 교육과 제도가 늘어날 것이다.

| 깨달음의 시대

아무리 여러 기능을 다 갖춘 AI라 할지라도 그것은 소프트웨어에 바탕을 둔 존재라는 기본조건을 벗어날 수 없다. 때문에 언어·논리·기호 · 수학 · 정보 등의 세계를 넘어설 수 없다. 다시 말해 지적능력을 넘어서는 심성 또는 영성이나 불성(佛性)은 AI의 운용 프로그램에 넣을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까지 사람들은 지성에 관심이 집중되어, 자신의 본성이 무엇인지 찾으려는 심각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수행자라고 불리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지성을 넘어서 자신의 본성을 알려고 애썼던 것이다. 이제 AI의 보편화로 본성 또는 영성의 깨달음을 추구하지 않으면 할 일이 별로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불과 100여 년 전에는 주민의 90%이상이 농민이었고, 대부분의 사람이 체성적 업무에 종사하였다. 근래에는 농민은 10%도 안 되고 대부분이 지성적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앞으로는 먹고 살기 위하여 체성이나 지성을 주로 써서 일하는 사람은 10% 이하로도 충분한 산업구조가 될 것이다. 모두가 영성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음은 동서양의 선지자들이 이미 강조하였던 바다. 4차 산업혁명과 AI는 이러한 시대 변화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서구의 영성지도자들의 이 같은 주장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달라이라마, 틱낫한과 함께 세계 3대 영성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는 에크하르트 톨레는 저서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A New Earth)〉에서 “인류는 지금 진화할 것인가? 사멸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 아직은 그 숫자가 적지만, 이미 자기 자신 안에서 에고(ego, 자아)의 지배를 받는 오래된 마음의 방식이 붕괴하고, 새로운 차원의 의식이 등장하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사이면서 영적지도자로 널리 알려진 데이비드 호킨스도 그의 저서 〈호모 스피리투스〉 한국어판 서문에서 “현재 깨달음의 가능성은 과거 천년의 인간 진화에 비해 천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측정된다. 지금 인류의 의식수준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으며, 나는 한국 사람들이 선두에 서게 되리라는 걸 안다.”라고 하였다.

영성시대에서 삶의 기본은 깨달음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불교는 앞날이 가장 밝은 종교라 말할 수 있다. 근세에 들어 선불교의 중흥을 가져온 경허 스님과 성철 스님을 비롯하여 그 어느 나라 어느 종교보다도 깨달음을 가장 치열하게 추구해 온 종교이기 때문이다. 물질적 외형성장이나 건물의 장엄과 같은 허세를 부러워하지 말고, 인류의 영적 진화를 촉진하는 선의 정신을 계승하고 더욱 강화하여 수많은 불보살이 계속 배출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광섭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나와 브리운대학교 대학원에서 양자장론 분야를 연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원, 서울대 융합기술원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소광섭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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