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지방선거
유권자와 정치인
‘여실지견’ 명심해야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6월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역사상 최초로 열린다. 또 국내에는 6월 13일 제7회 지방선거가 있고, 아울러 국회의원이 궐위된 12곳에서 보궐선거까지 치러지게 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는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제하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이다. 이와 같은 정치에는 정치가를 뽑는 정치와 뽑힌 정치가가 정치하는 두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첫째 측면은 구성원들이 의사결정권을 위임할 정치가를 선택하는 정치를 하는 측면이 있고, 구성원들에게서 정치를 위임 받기 위해 정치하는 측면이 있다.

그럼 유권자 정치의 요체는 무엇일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유권자들은 자신들을 대변해줄 수 있는 역량과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 장 폴 사르트르가 “인간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단하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저주 받은 존재”라고 외쳤듯이 우리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권자의 정치행위[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책을 보고 선택하라.’라고 구두선처럼 외치지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정책들은 대개 각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입안된 것이라 일반유권자들이 그 실상을 바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거는 우리의 미래와 공동체를 결정하는 아름다운 시민정치다. 그렇지만 선택의 어려움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성향별 투표로 흐르게 한다. 성향별 투표에는 정치가 혼자의 능력만으로 정치를 잘하기 어렵다는 현실 여건도 한 몫을 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정치후보자 개인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후보자의 정책집행능력과 정직도 및 신뢰도, 나아가 소속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 등에 대해 바르게 알고, 바르게 보는 여실지견(如實知見)의 지혜가 유권자들에게 절실히 요구된다. 이것이 유권자의 첫째가는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정치후보자들의 요체는 무엇인가. 대선이나 시·도지사선거는 정책이 중요할 수 있지만, 구성원의 지역대표나 단체장들은 정책보다 정책의 집행능력 내지 정직도와 신의가 제일 중요한 요체가 아닌가 한다. 당선만 되고 보자는 선심성 공약의 유혹에서 벗어나 정책집행능력이라는 자질과 구성원의 대표로서의 정직과 신뢰라는 도덕성을 증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선거에서 도덕성을 빙자해 상대방을 무조건 비방하고 보는 흑색선전으로 선거를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정치인을 비롯한 공인들의 언행과 사생활은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적용을 받는다. 언젠가 미국의 어느 대통령 후보는 대학시절 남의 과제물을 베낀 것 등으로 인해 중도에 탈락한 적이 있었다. 일반인도 예외일 수는 없겠지만 정치하려는 이들은 자신의 언행 하나하나가 자신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불교에서는 인과를 가르치고 있다. 자신이 지은 행위와 작업의 하나하나가 원인이 되어 자신의 현재를 결정[과보]한다는 것이다. 또 부처님께서는 〈자애경〉에서 유능하고 고결한 삶을 말씀하신다. 유능하고 고결한 삶은 정치하려는 이들이 평소 삶의 한 준거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 한다.

구성원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라는 정치행위를 하는 유권자의 선택과 그 선거행위로 구성원의 대표가 되어 정치를 하려는 이들의 소망이 교차하는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의 계절, 선거의 계절이 실상을 바로 보는 지혜로 나의 삶을 되돌아보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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