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드니 미소 짓다〉의 저자 제운 스님.


꽃을 드니 미소 짓다〉
제운 스님/지혜의 나무/18,000원

三間古屋文房繁 세 칸 고옥 문방(서재) 꽉 차 있고
門外海鷗數數翻 문밖 바다갈매기가 나를 반기네.
佛影書窓爲叱責 서창에는 부처님 그림자 아른대는데
何時一笑頂崑崙 어느 때 곤륜에 올라 한바탕 웃을까.

- 본문 ‘待頂崑崙’(곤륜산에 언제 오를까)
 

선(禪)의 미학은 간결함으로 표현되는 독창성과 자유로움이다. 현대인에게 이러한 선의 아름다움을 가장 적절하게 전달하는 수단은 선시와 선서화가 아닐까? 선서화가로 잘 알려진 제운(堤雲) 스님(65)이 선시와 선서화를 한 권에 담아낸 책 〈꽃을 드니 미소 짓다〉를 펴냈다. 부제는 ‘시·서·화를 통해 본 수행자의 세상일지’.

경상매일신문과 경기데일리신문 등에 연재 중인 글을 묶은 이 책은 부제에 드러나듯 수행자가 세상에서 체험하고, 체득한 바를 직접 지은 한시와 직접 그린 선화, 그에 대한 해설을 통해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70여 컷의 선화와 선시를 수록한 책은 총 4부로 나눠져 있다. 1부 ‘염화미소’는 참선수행과 관련된 내용, 2부 ‘세로(世路)’는 세상과의 소통, 3부 ‘연하(戀河)’는 일상의 추억과 그리움, 4부 ‘방하착’은 중생의 집착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이 책은 제가 살아오며 보고 느끼고 체험한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금강경 오가해〉에 나오는 야부선사의 게송 ‘심불부인 면무참색(心不負人 面無慚色)’처럼 ‘마음에서 사람에게 짐 되지 (남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으면, 얼굴에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과 같은 수행자로 남고자 정진하고 있다.”면서 “요즘 같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조금 느린 걸음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도에서 옛 선비들이 즐겨 썼고, 불교 수행자들이 많이 써온 표현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보았다. 우리의 자아를 찾아가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는 10대 후반 동화사에서 경산(京山)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범어사승가대학 사교과를 이수했으며, 용주사 교무국장, 적조사 주지 등을 거쳤다. 36년 전 인연이 닿아 서예가이자 미술평론가로 유명한 석도륜 선생을 사사했다. 네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저서로는 〈달마산책〉, 〈산사의 주련〉, 〈너는 금생에 사람노릇 하지 마라〉,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여행〉 등 13권이 있다. 현재 포항 토굴에서 수행과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인성(人性)의 고향을 그리며'편(265페이지). 저자의 한시 풀이는 이렇다. "산천은 좋은데 인성은 그렇지 못하고 / 절 찾는 신도는 예전같지 않네. / 자성에 맹인 되어 동거동락 하니 / 산봉우리에 물고기 놀고 원숭이는 바다에서 춤을 춘다."
'황매산에 올라'편(191페이지). 저자의 한시 풀이는 이렇다. "황매산 오르며 철쭉꽃을 생각하다 / 연분홍치마 입은 여인 물가에서 춤을 추는 듯하네. / 아득히 보이는 푸른 호수 무학(無學)의 그림자 드리우고 / 떨어지지 않는 빈승의 발걸음 쓸쓸히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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