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해외 구호활동 현장리포트(271호)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이동 게르도서관’ 사업

글· 부르네(Burendelger) 몽골지부 프로젝트매니저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몽골울란바토르의 '이동 게르도서관'. 게르 너머로 낮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지만 , 도시를 벗어나면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게르(Ger)’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게르는 나무로 엮은 벽에 양털로 만든 펠트와 흰색 천을 씌워 만든 둥근 천막집 형태의 이동식 텐트 가옥입니다. 오랜 세월 몽골인들은 유목을 하며 지냈습니다. 오늘날에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정가옥에 거주하는 생활형태로 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초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게르에서 생활합니다. 이렇게 게르와 같은 가옥 형태는 아직 발전되지 않은 지역에 주로 밀집돼 있는데 이를 게르촌이라고 부릅니다.

게르촌 중에서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타르(Ulaanbaatar)시 바양주르흐구 게르촌에는 특별한 게르가 있습니다. 바로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이동(移動) 게르도서관’입니다. 이동이 용이한 게르의 특성을 살려 각 구역별로 이동하며 아동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교육과 학습을 돕고 있습니다. 학습의 기회가 부족한 게르촌의 아이들이 꿈을 키워 나가고, 주민들의 삶이 변화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것입니다.

도서관 운영과 더불어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 봉사동아리 활동, 요리교실, 생일축하파티, 체육팀 활동 등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소년 축구팀과 진로체험활동, 명절맞이 행사 등의 특별프로그램은 무척 인기가 높습니다.

‘이동 게르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활동가. 겨울에는 영하 30도의 강추위가 몰아쳐 바깥활동을 할 수 없다.

게르촌, 낮은 소득에 열악한 교육환경
이동 게르도서관, 청소년 교육 큰 도움

게르촌 주민들은 추운 겨울, 석탄과 나무를 태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곳 아이들은 대부분 소득수준이 낮아 책을 접할 기회가 적은데, ‘이동 게르도서관’은 아이들이 따뜻한 공간에서 읽을 수 있게 하고, 다양한 책을 집에 빌려갈 수도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을 조사해 매년 신간도서를 구입해,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독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요.

올해부터는 아이들이 읽은 책 내용을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소감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갖기로 하였습니다. 서로 느낀 점을 공유하고 좋은 책을 추천해 아이들이 더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자신이 느낀 점을 이야기를 하고, 다른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아이들이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입니다.

‘이동 게르도서관’은 다양문화체험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그 중 미술프로그램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유명한 문학가와의 ‘만남프로그램’도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시인 · 소설가 · 시나리오 작가 등 다양한 문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숙제도움 · 독서 · 미술교실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숙제도움과 몽골어 교실을 통해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혹은 친구에게 배우고 가르쳐주면서 부족한 공부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한국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굉장합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한국어에 흥미를 갖고 있는 아이들의 꿈을 키워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에 대해 잘 이해하고, 보다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동 게르도서관 아이들 중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 아이들은 미술교실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표현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슬라임이나 지점토 등 다양한 재료들이 준비돼 있어, 아이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작품을 만들게 합니다. 또 완성된 미술작품들을 이동 게르도서관에 전시하고, 우수한 작품에 상도 주고 있습니다.

이동 게르도서관은 게르촌에 부족한 교육시설의 대안이 되어준 고마운 프로그램입니다. 방과 후 숙제지원, 미술교육, 한국어 교육 등을 통해 지역 아이들의 학습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친교의 장이 되었습니다.

몽골 ‘이동 게르도서관’을 설치할 때의 모습이다.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외벽을 감싸고, 지붕을 덮고 있다.

지난해 6월 ‘붓다트리 축구팀’ 창단
코치는 재단 복지시설 출신의 청소년

몽골은 겨울이 길고 매우 춥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야외에서 뛰어놀기가 어려운 환경입니다. 재단에서는 추운 겨울에도 아이들이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주말마다 체육활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스포츠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3일부터 ‘붓다트리(Buddha tree) 축구팀’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재단에서는 멋진 유니폼도 맞추어주고, 축구 코치도 섭외하여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몽골의 겨울은 바깥활동이 불가능하다. 실내체육관에서 ‘이동 게르도서관’이 진행하는 축구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

재단에서 앞서 운영하던 몽골 다목적 복지시설인 ‘드림센터’를 이용하던 청소년 중에 축구선수가 된 학생이 있었는데, 이 축구선수가 우리 이동 게르도서관의 축구팀 코치로 와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습니다. 우리 재단에서 꿈을 키운 학생이 자라나 다시 다른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작년 축구팀이 창단한 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을에 열린 몽골 고등학생부 리그에 참여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올해에는 정기적으로 체육활동시간을 갖고 실력을 키워, 또다시 축구대회에 참가해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축구팀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운동을 통해 스스로의 성장을 느끼며 매우 행복해 합니다. 그래서 곧잘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곤 합니다.

사실 아이들의 서로 협동하고, 소통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아이들의 요청으로 팀 스포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축구는 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협동하고 소통하는데 알맞은 프로그램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 저도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동 게르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아이들과 활동가들의 다정한 모습.
‘이동 게르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몽골인들.
아이들이 몽골전통의상을 입고 문화체험교육을 받고 있다.

진로 체험ㆍ특별행사 인기 프로그램
대학생 “진학에 큰 도움 감사” 인사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특별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으로는 특별행사와 진로 체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특별행사로는 새해맞이 행사와 어린이날이 있습니다. 새해맞이 행사 때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옷 중에 가장 예쁜 옷을 입고 단장하는데, 선별해 상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도서관에 찾아오는 모든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어서 겨울에 오래 만나지 못한 아이들이 오랜만에 얼굴을 보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특별한 날입니다. 이 행사는 새해를 맞아 함께 이동 게르도서관의 앞날을 응원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몽골의 어린이날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따뜻한 날씨에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즐기며 맛있는 것도 먹고 몽골의 자연을 느끼는 날입니다.

몽골은 광활한 국토를 가지고 있지만, 인구는 300만 명에 불과하다. 그 중 대부분이 수도 울란바토르에 모여 있다보니수도를 벗어나면 민가나 인적이 드물다. 초원을 뛰어다니는 말의 모습이 한가롭다.

또한 ‘나담(Naadam)축제’라는 고유의 명절은 몽골민족의 전통축제이자 스포츠축제입니다. 이때는 아이들과 함께 근교로 하루 간 여행을 다녀오곤 합니다. 아이들은 일 년 중 이 행사를 가장 즐거워합니다. 우리 이동 게르도서관에서도 가장 큰 행사로 꼽는데,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고 건의할 수 있어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는 편입니다.

진로 체험은 아이들과 부모님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직업 10개를 선정해 직접 현장에 가서 체험하거나 실제 그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 다양한 진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원해왔던 직종인 경찰관 · 군인 · 소방관 등의 직업군을 다루는 한편, 새롭게 뜨고 있는 직업군으로 범위를 넓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게르촌 아이들은 ‘알다르(Aldar) 스포츠 위원회’의 운동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고, 몽골 배우이자 가수인 문크(D.munkh-Od), 어린이 동화작가 선두이(O.Sundui)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필자와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동 게르도서관에 있는 책이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게 한다면, 아이들이 꿈꾸는 직업군의 사람들과의 만남은 아이들 자신이 장래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이동 게르도서관에는 어린 아이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찾아옵니다. 이 중에 고등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고민들을 하고 있고, 우리는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대학에 진학한 후 진로체험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을 많이 보내주고 있습니다.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해 시야를 넓힐 수 있었고, 건전한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몽골의 겨울은 매우 길고 춥습니다. 오늘도 게르 밖은 영하 30도에 달하고, 때때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동 게르도서관 안은 따뜻하고 안락하며, 웃음과 행복이 넘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동 게르도서관은 몽골의 많은 아이들에게 따스한 손길이자 등불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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