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이드(271호)

‘숫타니파타’로 배우는 불교
〈숫타니파타 독후감〉
김광하 / 운주사 / 13,800원

‘숫타(sutta)’는 팔리어로 ‘경(經)’, ‘니파타(nipāta)’는 ‘모음[集]’이란 뜻이다. 즉 〈숫타니파타〉는 ‘부처님의 말씀(가르침)을 모아 엮은 경전’을 뜻한다. 〈숫타니파타〉는 〈법구경〉과 함께 가장 이른 시기에 성립한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후대의 변형 없이 원형 그대로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경전이라고 평가 받는다. 따라서 〈숫타니파타〉는 소박하면서 직접적이고 일상적이다. 또 교훈적이고 현실적이며, 인간적이다. 그리고 친근하다.

〈숫타니파타〉에 담긴 짧은 경들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 사람이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렵지 않다. 그래서 ‘불교는 무엇인가’,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 ‘수행자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재가자의 길은 어떠해야 하는가’,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불교의 모든 가르침이 담겨 있다. 가히 불교의 시작이자, 궁극이 제시되어 있는 기본 설계도라 할 수 있다.

저자 김광하는 “〈숫타니파타〉를 비롯한 초기경전은 ‘멀리 여읨[遠離]’과 ‘고요함[寂靜]’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이 두 가지야말로 불교 수행의 방법이자 목적이며 궁극이기 때문”이라며 “〈숫타니파타 독후감〉은 부처님의 원음이 살아 숨 쉬는 초기경전에 나타난 가르침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 속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보림선원에서 불교를 배웠다. 그 후 10여 년 동안 불교봉사단체 ‘작은손길’에서 활동했다. 저서로 〈금강경과 함께 역사 속으로〉, 〈금강경-깨달음에는 길이 없다〉, 〈붓다를 기억하는 사람들〉 등이 있다.

소설가 한승원의 자전적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한승원 / 불광출판사 / 16,000원

한국 문단에서 문인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받는 ‘작가들의 스승’ 한승원. 그를 향한 존경은 등단 52년이라는 세월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작가로서의 치열함과 스스로를 냉혹하게 다스리며 변화하는 자기 갱신에 있다.

2018년 새봄과 함께 출간한 신작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에는 작가의 성실함과 치열함이 꼿꼿하게 살아있다. 이 책은 작가가 20여 년 동안 고향인 전남 장흥의 해산토굴에서 쓴 ‘나를 가장 잘 알려 줄 수 있는 글’을 모았다. 원고 중 일부는 지난해 본 잡지에 연재되기도 했다.

산문들은 ‘아버지의 의지와 상반되는 쪽으로 황소처럼 나아가던 아들’의 나날에서 자꾸만 ‘슬픈 눈이 되어버리는 늙은 아비’의 시간까지, 작가가 살아온 긴 세월을 아우르고 있다. 또 ‘풀 베고 책 읽고 글 쓰고 명상하고’, ‘땅끝 바닷가 토굴’의 소소한 일상을 따라가노라면 ‘이쯤해서 자신을 성찰해보라’는 작가의 은근한 권유를 받게 된다.

등단 52년, 어느덧 작가는 생의 말년을 지나고 있다. 문득 화장실 거울 속에 비친 ‘부스스한 반백의 늙은’ 얼굴에 놀라고, 이유 없이 몸살을 자주 앓고, ‘하느님이 나를 솎아내려고 한다’고 직감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유와 성찰의 습(習)을 익힌 작가는 곧 ‘하느님이 솎는 대로 솎아지지 않겠다.’며 ‘아직은 버팅기겠다.’, ‘폴 발레리처럼 살려고 분투하겠다.’고 다짐한다.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우리’이지만 분명하게 존재해 있는 지금 이 순간은 최선을 다해 살아내겠다는 발버둥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쩌면 삶이란, 온전하게 살지 못하도록 이끄는 수많은 유혹과의 싸움이 아닐는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말미에 부록으로 실린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주는 편지’는 작가가 독감으로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쓴 글로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조언을 담았다. 한승원 작가는 “책을 본다면 선문답을 하면서 사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정신 구현하는 행위, 의례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
이성운 / 조계종출판사 / 18,000원

물질보다는 ‘마음’, 결과보다는 행위의 ‘동기’를 중시하는 불자들에게 어쩌면 ‘불교의례’는 그리 관심 있는 주제가 아닐지 모른다. 실제로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의식게송과 진언, 의례방식과 절차는 불자들에게 친숙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가 전래된 이래 전승되어온 ‘불교의례’는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진리를 구하는 구법(求法)의 몸짓은 ‘수행의례’에서, 중생을 교화하는 몸짓은 ‘공양’과 ‘시식의례’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저자는 “의례는 불교철학이자 교학의 실천”이라 주장한다. 종교는 ‘의례’로 이념을 구상화하고 정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의례는 제사ㆍ헌공ㆍ예배와 마찬가지로 정형화된 행동을 반복하는 실천체계다. 의례행위 속에는 표준화된 신념체계가 있기에 이를 공유하는 집단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하다. 더불어 이 실천행위를 설명하는 설화와 교리가 의례를 뒷받침한다. 그래서 불교의례에는 종교교리와 신념체계뿐 아니라 그 지역ㆍ국가의 역사와 설화, 풍습 등의 전통문화도 함께 녹아있다.

책은 불교의식을 집대성한 〈석문의범(釋門儀範)〉과 조계종 〈통일법요집〉에 실린 의례를 중심으로 △믿음의 몸짓 ‘귀의’ △해탈의 몸짓 ‘수행’ △바침의 몸짓 ‘공양’ △베풂의 몸짓 ‘시식’ △귀환의 몸짓 ‘다비’ 등 총 5부로 구성했다. 저자는 의례를 집전하는 스님이나 일반 불자들에게 불교의 현실적 실천이 바로 ‘의례’임을 상기시키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저자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학술연구교수로, 대한불교조계종 의례위원회 실무위원, 불교 의례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불교의례문화ㆍ언어문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 〈한국불교 의례체계 연구〉, 〈천수경, 의궤로 읽다〉, 〈삼밀시식행법해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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