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여는 불교(271호)

지난 호에는 흡연을 예로 들어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무리 없이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인간의 내면의식에 있는 여섯 가지 차원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우리 인간의 의식차원에는 아래에서부터 환경 - 행동 - 능력 - 신념 · 가치관-자아정체성 - 영성 차원이 있다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예를 들면 흡연행위 같은 것은 행동차원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신념 · 가치관 이상의 높은 차원에서 본다면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흡연 행위 자체만 보지 말고 거기에서 벗어나 더 높은 의식차원인 신념 · 가치관 차원이나 자아정체성(바람직한 나, 반듯한 나) 혹은 영성(모든 사람에게 공헌하는, 공동체 의식에 충실한)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얼마든지 바람직한 다른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이것은 비단 흡연만이 아니다. 게으름, 늦잠자기, 화내기(충동조절 장애), 거짓말, 폭음, 폭식 등 모든 인간 행동에도 적용된다. 사실 우리는 나쁜 버릇(개별적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이 현실적으로 내게 미치는 해악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알면서도 고치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어, 때로는 처절하게 몸부림치면서도 그대로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그 행동 자체에만 매달려 컨트롤하려니까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 높은 의식 차원에서 그 행동을 바라보면 틀림없이 자발적인 대안이 떠오를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자기 내면에서 얻은 스스로의 응답이므로 의사의 권고나 주위의 핀잔 또는 조언 등 다른 어떤 처방보다도 실천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만일 “흡연은 글자 그대로 백해무익(百害無益)이다.”라는 신념·가치관 위에 “나는 내 건강을 스스로 챙기는 사람이다”라는 자아정체성을 확립한다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나아가 “간접흡연의 폐해도 크다. 주위에 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 “환경정화에 동참해야지.”라는 영성 차원에 접근한다면? 그렇게 되면 흡연은 더 이상 문제나 고민거리가 되지 않고 깨끗이 해결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결단과 행동으로 옮긴 자신이 대견하고 자긍심도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러한 이론적인 내용은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몰라 답답해하는 분들이 많다. 이른바 방향, 내용(敎)은 알아도 구체적 방법(行)을 모르면, 이루기(證) 어렵다는 측면의 하소연들이다. 이러한 교, 행, 증의 세 가지는 부처님 입멸 후 500년간에 걸친 정법(正法)이 시행되는 시기의 특징이다. 이 시기는 부처님의 가르침(敎)을 받아 배우고 또 전하며 그에 따라 반듯하게 실행(行)하고 실행의 결과로서 얻는 현상적 실체(證, 깨달음)가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세상을 말한다. 이것은 머리로가 아니라 몸으로 터득하는 성과로서 곧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차원이다.

그 후 1천 년간을 상법(像法) 시대라고 하는데, 이때는 교와 행이 있을지라도 올바른 증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다시 그 이후 1만 년 간을 말법(末法)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는 교가 있어도 행과 증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즉,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경(불상 등 포함)과 불경을 배우는 사람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가르침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않고 따라서 과위를 증득하는 일 또한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말법 시대마저 지나면 부처님의 가르침조차도 아스라이 사라져버리는 법멸(法滅)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현대는 인간의 지혜도 많이 퇴화하여 유연한 응용력도 떨어져 여러 가지 방면에 걸쳐서 스스로 깨닫고 터득하기보다, 가르쳐 준대로 곧이곧대로만 따라 하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하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열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일만도 아니다. 세상이 그만큼 복잡해지고 전문화되어 일반인은 각 방면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 또한 있기 때문이다. 심리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되뇌어봐야 개념은 이해될지라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이다.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 바른 습관을 붙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효과적이고 유용한 NLP 기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NLP기법이라고 해봐야 무슨 특별한 것은 아니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불교적 수행법을 좀 더 인간행동의 과학적 메커니즘에 입각하여 보다 더 형식화, 구체화한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먼저 내면세계에서의 내자아(內自我, Parts)와의 대화이다. 우리 내면에는 무수한 내(내 속의 나)가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시인과 촌장」의 노래 ‘가시나무’의 가사와 같다. 그런 내면에 있는 여러 내자아 중에는 예를 들어 ‘흡연하고 싶어 하는 나’도 있고 ‘건강을 지키고 싶어 하는 나’도 있다. 그래서 그 두 내자아를 각각 꺼내어 주인인 나와 서로 각각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러기에 앞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그들에게는 당연히 긍정적인 의도가 있었고 처음 내 몸에 받아들였을 때는 결코 ‘나쁜 습관’이라는 범주에 들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좋아서, 내가 필요해서(스트레스 해소, 인간관계 원활화, 내면 안정 등) 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다가 어느 땐가 내게 새로운 목적이 생겼기 때문에, 그 목적을 실현하는 데에 이 행동(습관)이 방해가 되기 때문에 비로소 ‘나쁜 습관’이라는 판정을 받게 된 것 뿐이다.

그러므로 흡연을 하는 내자아의 존재에게는 그동안의 나에 대한 헌신을 인정하고 위로해 주며 이제는 날 위해 수고를 그만하고 좀 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것이다. 물론 필요하면 다시 불러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결코 나쁜 녀석으로 간주해서 내쫓거나 멀리 추방하는 것은 아님을 진심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마치 하나의 작은 인격체를 대하듯이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새로운 목표(건강 챙기기)를 그와도 공유하고 싫어하지 않는지, 기꺼이 수용하는지 확인한다. 아무래도 어떤 내자아들이라도 처음에는 자기의 역할이 없어지므로, 다소 내켜하지 않더라도 기본은 주인인 나를 위해 존재하고 기능하는 것이므로, 끝까지 반대나 저항은 하지 못한다. 아니 할 수 없다.

이렇게 이제부터 쉬는 것에 동의하고 주인의 보다 높은 차원의 목표에 동참한다는 다짐을 받아내면 흡연을 하는 내자아는 더 이상 작동을 하지 않게 된다. 약속대로 장기 휴면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밟는 것이 바로 내 무의식에 접근하여 무리 없이 그동안 몸에 배인 습관에서 손쉽게 벗어나고 새로운 바른 습관을 붙일 수 있는 방법이다.

NLP에는 이와 같은 기본적인 원리를 활용한 다양한 기법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현자와의 대화’ 기법이다. 여기서 현자란 다른 타인이 아니라 사실은 미래의 자기 자신이다. 전에 어느 노숙자 전문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알코올중독으로 판정 받은 사람이 시설에 수용되었는데, 무단 외출 했다가 술에 취한 상태로 발견되어 다시 들어왔으니 좀 살펴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가서 만나보니 중장비를 다루던 분인데, 술을 마시면 난폭해져서 상습적으로 손찌검이나 기물파괴를 해왔다고 하였다. 그 때문에 이혼도 하고 직장도 잡지 못했다. 본인도 자기 버릇을 알고 있어 온갖 방법으로 술을 끊으려고 했지만 잘 안되었다고 하며 낙심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잠시 오리엔테이션 절차를 거친 다음 좋은 방법이 있으니 한번 해 보겠냐고 했더니 좋다고 하였다.

그래서 ‘현자와의 대화’ 기법을 실행하였다. 이것은 두 개의 의자를 좀 떨어지게 마주 보게 하여 놓고 한쪽이 본인 자리, 다른 쪽이 현자의 자리라고 정해 두고 두 자리를 옮겨가며 본인이 현자에게 질문을 하는(내적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실행하는 가운데 현자에게 지금 꼭 알고(응답을 듣고) 싶은 것 한 가지만 질문하도록 하였다. 그는 자기 자리에서 앞의 현자를 향하여 “이렇게 술을 마시면 앞으로 어떻게 되겠냐?”고 물었다. 그런 다음 현자의 자리에 와 앉아서 현자의 의식이 되어 앞에 있는 자기에게 대답하였다. “그러면 넌 곧 죽는다!”

그 말을 하는 현자(사실은 그 사람)의 목소리는 격렬한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서늘하고 위압적이었다. 잠시 앞에 있는 본인(의 자리)을 바라보던 그는 다시 현자의 자리에서 일어나 본인 자리에 와 앉아서 현자가 한 말을 접수하였다. 또 다시 그의 몸에서 전율이 스쳐가는 것 같았다.

그 후로 그는 거짓말처럼 술을 깨끗이 끊었다. 그리고 지방의 사회복지 기관에 들어가 숙식을 해결하며 그 기관의 차량담당으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심교준(한국NLP연구소장)

동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일본 산노(産能)대학교 비즈니스스쿨 마케팅, 산업심리과정을 수료했다. 광운대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남서울대 대학원 코칭학과 교수. NLP한국협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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