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도란도란(2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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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가신 뒤 잃어버렸던 ‘관세음보살’

김혜옥 / 부산시 남구 용호동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절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어머니가 계실 때에는 어머니의 일상생활이 곧 나의 생활이었으므로, 어머니의 스케줄에 따라 한 달에 두 번은 절에 간 셈이다. 생각해보면 신심이 깊어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교통수단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직업이 교사인 나로서는 모든 일상, 종교, 사람과의 관계, 취미활동 등이 ‘학교’라는 환경의 범주 안에서만 진행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기독교학교이지만 기독교신자 선생님들의 숫자가 다른 종교를 가진 선생님보다 적어서 회의나 모임 때마다 기독교신자 선생님만이 하는 기도가 너무 자주 차례가 돌아왔다. 그래서 그들도 불편하고, 또 기독교 포교의 관점에서 모든 선생님이 차례대로 기도를 하게 되었는데, 나는 차례가 돌아오면 마이크를 잡고 어김없이 ‘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를 부르며 힘차게 ‘아멘’을 외치곤 하였다. 그리고 가끔 선생님들과 함께 낙동강 너머에 있는 절에 가곤 하였는데 그것은 단지 낙동강변을 따라가는 드라이브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희한하게도, 기독교학교에서 40여 년을 근무하며 여러 번 교회에 나오라는 권유를 받아도 한 번도 교회에 나가지 않았고, 함께 친하게 생활한 기독교교인인 선생님에게 한 번도 절에 오라고 권유한 적도 없었다. 함께 드라이브하고 스님과 차를 마시는 만남의 즐거움만 있었던 우리들은 관계가 매우 원만하였는데, 이것은 우리들이 종교에 대한 개념이 없거나, 또는 종교를 초월한 융합정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종교와 종파를 초월한 이상적인 본성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법당에 가면 나는 항상 맨 뒷줄에 자리했다. 절을 하는 것이 번거로웠고, 무엇보다 ‘왜 저렇게 절을 열심히 할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먹고 정신을 집중해서 스님의 염불을 따라해 보려고 해도 의미는커녕 시작도 끝도 모르게 독경을 해버리니까 스님 옷자락만 쳐다보게 되고 공부에 대한 회의가 들곤 하였다.

무엇이든지 활자로 된 것은 모두 읽어버리는 습관이 있어, 일간지는 물론 종교신문, 기관지 등을 보다가 우연히 〈금강(金剛)〉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여느 책을 볼 때처럼 책장을 쭈르륵 넘겨 버렸다. ‘1분 게임이구나.’ 생각하며. 그러다가 컬러풀한 사진에서 잠깐 멈추고, 또 던져두었다가 사진의 내용이 문득 궁금해져서 다시 읽어 보고……. 이런 과정을 거치며 ‘아, 〈금강〉은 그냥 글이 아니구나!’하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성적을 분석하고 상담도 했던 3학년 담임이었을 때, 1~2학년 때까지 10등급(15등급까지 분류)의 성적이었다가 3학년이 되면서 2등급의 상위성적을 유지하게 된 어떤 학생이 기억나는데, 그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1~2학년 때에는 칠판에 가득 필기된 글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는데, 3학년 올라와서 마음가짐을 바꾸니까 칠판의 글자 하나하나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더라.’는 그 학생이 말했던 바가 바로 나의 경우가 아닐까?

체계성이 없이 여러 장르에 관한 호기심으로 책을 접하여 ‘잡학다식’ 형태로 오랜 세월 취향이 굳어버린 나에게 여러 가지 주제를 적절히 배분하여 시리즈로 연재하는 형식의 〈금강〉의 편집도 마음에 든다.

잡지를 읽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단어 하나하나의 뜻이 각인됨을 느끼며, 불화(佛畫)에 대한 기사는 해외 박물관여행에서 가이드에게서 설명을 들을 때의 황홀함이 있고, 동물 · 환경 · 생활 · 철학이 깃들어 있어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더욱 돈독하게 한다.

주위 지인들에게 모태 불교신자로 알려져 있는 내가 수십 년을 절에 드나들었으면서도 이제야 ‘관세음보살’의 참 뜻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금강〉을 통하여…

어릴 때 익힌 구구단이 어려운 수학공부까지 가능하게 하는, 그런 차원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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