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다고 합니다. 이는 세계경제규모 11위에 해당합니다. 세계무역경쟁에서도 선두를 달리면서 교역규모 6위의 기록을 남기고도 있습니다. 또한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4대 스포츠 제전을 유치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성장과 이로 인한 물질적 풍요는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닌 듯합니다. 사회학자들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우울한 사회’로 정의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우울증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으로 꼽힙니다. 지난 해 기준 5년 새 우울증 환자는 16%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특히 취업 스트레스, 경제력 상실 등으로 20대와 80대 남성의 우울증 환자가 급증했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로 전체 우울증 환자의 수는 여성이 40만 명을 넘어섰고 남성이 20만 명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대비로 볼 때 간과할 수 없는 수치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면적 상황으로는 20대에선 취업이 안 되어 오는 정신적 불안감과 장년층에선 실업 실직에 따른 고통, 노년층에선 경제력 상실이 주요 요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원인을 자신의 무능력으로 돌리는 자기비하가 우울증을 부르는 배경이라는 진단입니다. 우울증을 겪게 되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사람들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회성을 더욱 돈독히 해야 할 관계가 오히려 사람들을 멀리하게 됨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섬에 가두는 형국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리곤 결과적으로 ‘내가 못나서’라는 자기비하감에 빠져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고 심지어 충동적 범죄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자기비하는 우울증을 벗기 위해서라도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마음의 병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못나고 불쌍하다고 여기면 정말로 못나고 불쌍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현실이 불행하다고 해서 자기 자신을 무조건 비하하는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불교에선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존귀(尊貴)하다고 가르칩니다. 한낱 미물중생(微物衆生)이거나 잡초(雜草)에 불과하더라도 우주의 공생(共生)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엄한 생명으로 간주합니다. 서로가 상호작용하여 ‘나’를 있게 해주는 업연(業緣)의 관계이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미물중생도 이러한데 하물며 불성을 지닌 인간이 그 존재를 홀대하고 스스로 비하하는 태도는 지양돼야 마땅합니다.

〈법화경〉에 ‘의리보주(衣裏寶珠)’란 말이 나옵니다. ‘옷 속의 보배구슬’이란 뜻입니다. 경전에 의하면 부처님께 수기를 받은 오백 아라한이 뛸 듯이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이르러 큰 절을 하고 허물을 뉘우치며 부처님께 이렇게 고합니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은 항상 생각하기를 스스로 이미 구경의 멸도를 얻었다 했는데, 이제야 그것을 알았으니 지혜가 없는 자와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은 응당 여래의 지혜를 얻어야 했는데 스스로 작은 지혜에 만족했던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친한 벗의 집에 가서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그의 친한 벗이 관청의 일로 나가야 해서,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보배구슬을 그의 옷속에 꿰매어주고 갔습니다. 그 사람은 취해 잠들어 아무 것도 몰랐고, 다음 날 일어나 길을 나서 거리를 전전하며 옷과 음식을 얻기 위해 부지런히 힘을 다해 찾고 구했지만 그때마다 몹시 큰 어려움이 뒤따랐습니다.”

자신의 옷 속에 친구가 마련해 준 보물이 있는 줄 모른 사람은 가난하게 살아가며 온갖 고초를 겪는다는 비유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보물을 지니고 있지만 어리석은 탓에 보물을 발견하지 못하고 어렵게 산다는 게 이 비유의 핵심 내용입니다.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다름 아닙니다. 스스로 위대하고 존귀하다는 점을 깨우치면 됩니다.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는 일이 곧 보물을 발견하는 행위입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금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셨던 인물입니다. 그는 걷지도 말하지도 쓰지도 못하는 루게릭 병에 평생 시달렸지만 그렇다고 자기 자신을 비하하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당당했고 신체적으로 건강한 이들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물리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남다른 노력과 열정을 기울였습니다.

이처럼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 대해 자긍심을 높이 가질 때 사람들은 그를 따르고 좋아합니다.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할 때 건강한 인간관계도 형성됩니다. 〈법구경〉에 “어머니도 아버지도 다른 친척도 할 수 없네. 잘 다스려진 마음만이 나를 향상시키리.”라고 하였습니다. 당당하고 행복한 삶을 누구나 원하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노력해 보시는 건 어떨는지요? 여러분의 행복한 삶은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데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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