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나온 성철 스님의 ‘임제록’ 법문
원택 스님 정리/장경각/25,000원

조계종 제6~7대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1912~1993)이 해인사 방장으로 있던 1974~75년 하안거 때 보름마다 평석ㆍ강설한 <임제록> 법문을 정리, 보완한 책이 출간됐다.

성철 스님은 법문은 25년을 곁에서 모신 시자 원택 스님에 의해 1993년 열반 직전에 대부분 법문집으로 출간됐다. 당시 성철 스님께서는 <임제록> 중 전반부이며 중요한 대목이라 할 ‘마방의 서’, ‘상당법문’, ‘시중’의 앞부분까지 평석하시다 중단해 ‘시중’ 나머지 부분과 ‘수시’, ‘감변’, ‘행록’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었다.

이에 원택 스님은 이 부분이 늘 마음에 걸려 있었는데, 지난해 봉암사 결사 70주년이자 해인총림 백일법문 50주년을 맞아 성철 스님께서 평석하신 부분은 그대로 정리하고, 1년 6개월에 걸쳐 녹음테이프에 남겨진 부분만 번역해 정리, 출간하게 된 것이다.

원택 스님이 정리한 이 책은 이전 <임제록>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선어록과 선을 보는 성철 스님의 관점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둘째, <임제록>을 단순히 문자적 지식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고, 깨달음의 징검다리 혹은 깨달음에 이르는 이정표로 삼기 위해 평석하고 있다. 셋째, 말의 겉만 쫓아가면 모든 법문은 독약이 됨을 성철 스님은 이 책에서 고구정녕하게 강조하고 있다. 넷째, <임제록> 전체가 아닌 앞부분의 중요한 대목만 평석했다. 다섯 째, <임제록> 서문을 쓴 마방(馬防)이라는 인물을 조명했다.

마지막으로 책 353쪽에 실린 ‘성철스님의 수좌오계’ 부분은 이미 알려진 지침이나 당시 성철 스님께서 <임제록> 평석을 마칠 때 수좌들에게 하신 말씀을 그대로 실었다. 성철 스님은 안거 중 수좌들에게 △얘기하지 말라. △잠 많이 자지 마라. △책 보지 마라. △음식에 조심하여 적게 먹어라. △돌아다니지 마라. 등 다섯 가지 지침을 강조하신 것은 <임제록 평석>의 뜻이 선어록을 새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참실수를 독려하고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성철 스님의 법문을 정리한 원택 스님은 “큰스님께서 심형을 기울려 발표한 법문들을 그 시절 그 시대에 따라 제때 제대로 출판했더라면, 불교계와 학계의 격파 수준을 보다 더 높이는 데 그 책들이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다양한 특징들이 담긴 <성철스님 임제록 평석>이 선(禪)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선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많은 분들을 실참(實參)으로 인도하는 지침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고 말했다.

한편 <임제록>은 임제의현(臨濟義玄, ?~867) 스님의 말씀을 제자 삼성혜연((三聖慧然)이 기록한 법문집으로 흔히 불교계에선 ‘선어록의 왕’이라 칭한다. 성철 스님은 임제록 평석을 시작하면서 임제 스님과 임제록, 그리고 임제종에 대한 역사와 전통을 소개하고 있는데, <임제록>을 “선어록의 왕”, “세계 4대 귀서(貴書)”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한 유명한 일본 근대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郎)는 ‘일본이 전쟁으로 모든 책이 불타더라도 <임제록> 한권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극찬한 바가 있다.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원택 스님.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