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설날을 맞아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를 찾아 도용 종정예하를 비롯해 어른 스님들께 새해 문안인사를 드리는 정초 참배 행렬이 올해도 줄을 잇고 있다. 설날인 2월 16일부터 음력 초닷새인 2월 20일까지 구인사를 참배한 신도들은 약 3만 명을 넘어선다. 이후 대보름인 3월 2일까지 참배하게 될 신도들을 추산하면 약 10만 명에 달할 것이란 게 천태종 측의 설명이다. 천태종의 3대 지표 중 하나인 생활불교 종풍을 잇는 세배 문화는 사찰과 수행, 신도들의 생활을 하나의 틀 안에 담아낸 천태종의 모범적 미풍양속이다.

경전에서는 부모와 형제를 비롯한 현생의 여러 인연들은 모두 수천억 겁 동안 쌓인 인연이 결과라고 설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해탈을 목표로 수행의 길을 바르게 인도하는 스님이나 그 길을 함께 걷는 도반들과의 인연 가치는 지고(至高)하다고 말할 수 있다. 명절에 가족 하례(賀禮)와 함께 불문(佛門)의 어른들을 찾아뵙고, 도반들을 만나 ‘한 해 동안 열심히 수행 정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일은 불자란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여 신심을 고취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불자 인구의 감소는 불교계 안팎에 크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 근원적 요인을 지적할 때 불자들의 소속감 결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자들의 삶이 맞물려 순환하도록 해야 한다. 법회일과 초하루·각종 재일에 사찰을 참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불교에 바탕을 둔 사고를 하고,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오늘날 불교계가 안고 있는 이런 과제의 해결에 천태종 정초 참배가 시사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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