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눈(270호)

스포츠 포교는 스포츠 활동을 포교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는 직업으로 하는 프로체육과 기업에 속해 있는 실업체육,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건강과 친목 도모 등을 위해 하는 생활체육 등 다양한 분야와 종목이 포함되어 있어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스포츠 포교의 영역은 대부분 생활체육 분야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일부 종목의 경우 프로팀과 실업팀이 종교성을 띠고 운영되는 사례가 있다.

2003년 처음 열린 달마배 스노우보드 대회는 이후 매년 열리고 있다. 2014년 2월 열린 제12회 달마오픈 페스티벌에서 한 선수가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불교계 뒤늦은 관심

스포츠 포교에 가장 일찍 관심을 기울인 종교단체는 통일교라고 할 수 있다. 통일교는 일화축구단을 1부 프로팀으로 창단하여 운영하다가 지금은 성남을 연고로 하는 성남시민프로축구단으로 그 성격이 변했다. 한국기독교선교회에서 운영하던 할렐루야 축구단은 1부 프로축구팀으로 출발하였으나 고양FC로 전환되었다가 현재는 아마추어팀으로 그 성격이 변했다.

이렇게 프로축구팀을 중심으로 종교적 성격이 있는 팀들이 활동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실업팀 혹은 생활체육팀으로 전환되었다. 그 이유는 프로팀이나 실업팀을 운영하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그 비용을 종교계가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스포츠 분야는 세간의 주목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들이 활동하면서 스타마케팅을 통한 포교 혹은 선교의 대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프로선수가 대중의 우상으로 떠오르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종교계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반면에 불교계에서 프로나 실업팀을 운영한 사례는 없다. 아마추어 생활체육팀으로 운영되는 사례들을 일부 찾아볼 수 있는 정도다. 불교계에서 스포츠 포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주요 대회에서 특정 종교의 성향을 가진 선수들이 과도한 세리모니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유명한 선수들의 행동에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그것이 특정 종교의 선교활동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불교계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고 젊은이들이 종교활동 대신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각 사찰의 스님들도 스포츠를 활용한 포교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불교계의 스포츠 포교에서는 1990년대부터 시작한 골굴사 선무도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사찰에서는 ‘선무도 템플스테이’를 통해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불교를 알리고 있다.

불교 스포츠는 스님들이 수행과정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으로 시작된 것이 현재까지 전승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산의 청련암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선무도다. 선무도는 스님들 사이에서만 전승되다가 1990년대 골굴사가 선무도 도량으로 활용되면서 세간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생활체육분야는 강원의 학인스님들이 참여하는 학인체육대회가 축구 중심으로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명맥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스포츠를 포교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났다.

천태종은 거의 매년 전국 사찰의 신도들이 참여하는 ‘상월원각대조사기 전국 배구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29일 단양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39회 천태종 전국청년회 배구대회 및 천태화합한마당’의 한 장면.

생활체육 중심, 국내에 국한

불교계에의 스포츠 포교 사례는 앞서 언급한 1990년대부터 시작된 골굴사의 선무도가 대표적이다. 이 사찰에서는 ‘선무도 템플스테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후 2003년 달마배 스노우보드대회를 시작으로 경기대회를 주관하는 형식으로 관심이 전환되었다. 2005년 강화 전등사의 게이트볼 대회, 2010년 고창 선운사의 선운골 공동체 체육대회, 2011년 속초 신흥사배 축구대회, 2013년 서울 화계사 꽃가람 체육대회, 2016년 양주 회암사 무학대사배 배드민턴 대회 등이 현재까지도 맥을 잇고 있다.

천태종에서는 최근까지 거의 매년 전국 사찰의 신도들이 참여하는 ‘상월원각대조사기 전국 배구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29일 단양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대회가 39회 대회였다. 근래 들어 배구 외에 족구와 피구, 배드민턴, 단체줄넘기 등으로 종목을 확대해 불자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대회는 종단 차원에서 개최하고, 사찰의 신도들이 주로 참여하기 때문에 종단의 내부 행사적 성격이 큰 편이다.

사찰에서의 스포츠 활동은 시설 운영, 단체 창단과 지원, 대회 유치, 일반 대회 찬조 등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현재 사찰에서 스포츠 시설을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사찰에 탁구대, 농구대 등을 갖춘 곳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운영하는 곳은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 스포츠단은 종목별로 큰 차이가 있지만 축구와 야구의 경우 프로팀인 1부 리그부터 실업팀, 학생팀, 조기축구회(생활체육팀) 등 각종 리그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배드민턴과 탁구 등의 종목도 전국적으로 다양한 토너먼트 대회가 열리고 있다.

불교계에서 스포츠단을 창단한 사례는 설악산 신흥사의 설호 축구단과 야구단이 있는데 지속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통도사를 비롯한 일부 사찰에서 조기축구회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 법련사에서도 어린이 축구단을 창단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불교계에서는 스님들이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창단을 해도 지속되지 못하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포츠 대회는 해당 종목의 선수들이 다양하게 참여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대회 주체의 역량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불교계의 대표적인 동계 스포츠대회는 달마배 스노우보드 대회다. 이 대회는 호산 스님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스노우보드 선수들과 교분을 맺고 지원하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이 종목이 동계올림픽의 주요 종목으로 채택됨으로써 국제적인 명성을 갖게 되었다. 사찰에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 경우, 대부분 신도 중심으로 운영되거나 지역 주민 일부가 참여하는 소규모 행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런 한계를 뛰어넘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찰에서 각종 대회에 스폰서로 나서서 후원하는 사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후원활동이 언론에 주목을 받지 못하면 일반인들이 인식하기 어렵다. 언론에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하계 및 동계올림픽 등 유명 대회이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행사여야 한다. 그렇지만 어린이 · 청소년 등 꿈나무 육성을 위한 후원활동이 지속되면 이를 통해 배출되는 선수들에 의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본다.

불교계의 스포츠 포교 활동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대부분이 생활체육분야를 중심으로 대회를 주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최근 들어 생활체육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아쉬운 부분은 홍보성이 높은 프로 영역에 대한 무관심과 종목의 다양화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주요 사찰에서 시행하는 생활체육대회는 주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회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범주는 주로 기초자치단체 중심으로 하되, 시 · 도 지역으로 확대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경향은 지역주민들의 결속에는 도움이 되지만 전국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는 한계가 발생한다.

셋째, 국내에 집중되어 있을 뿐 해외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불교계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역량이 해외로 진출할 만큼 크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불교계에서 적극적으로 스포츠 인재를 육성하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사찰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스포츠 분야의 폭이 매우 좁은 것을 알 수 있다. 스노우보드 외에 주로 축구 · 배드민턴 · 게이트볼 등이 언급되고 있을 뿐 대중성이 있는 야구 ·배구 ·농구 · 족구 등 구기 종목을 비롯하여 마라톤 · 골프 · 볼링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악산 호랑이’라는 뜻을 지닌 설호축구단은 2008년 조계종 포교원장배 축구대회 우승 후 ‘축구도 포교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신흥사 포교국장의 주도아래 이듬해 창단했다. 설호축구단 회원들이 속초시 공설운동장에서 야간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운동시설 운영 통한 간접 포교를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포교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을 수 있는 대회는 지난해 7회를 맞은 속초 신흥사배 축구대회이다. 이 대회는 속초·양양·고성·양구 등 4개 군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축구팀들이 각 지역별, 연령별로 리그전을 벌여서 결승전을 속초 공설운동장에서 치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대회의 결승전에 맞추어 어린이 · 청소년 등 전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축전도 함께 개최한다. 또한 승용차를 비롯하여 각종 경품을 제공함으로써 참여자들로 하여금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대회에는 100여 개에 달하는 축구팀과 약 1500명의 선수들이 참여하고, 결승전 당일에는 5,000여 명 이상의 시민들이 동참하는 등 즐기는 축제로 성장하였다. 신흥사에서는 한 때 지역 야구팀을 만들었으나 운동장 설비가 미흡하여 지속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해체되었다.

불교적 색채를 띠고 스포츠 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 소림사의 무술과 파룬공의 태극권 등이 있다. 그러나 소림사의 무술은 일종의 관광상품으로 전락했고, 파룬공의 태극권은 중국에서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음으로써 대중성이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특정 종교가 절대 다수의 교세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에서 스포츠가 선교활동에 이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미국이나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 스포츠로 청소년 대상 선교활동을 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종교단체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돌리는 이유는 다종교 사회에서 포교활동이 갖는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포교방법으로는 교세를 확장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부 종교단체에서는 체육관 등 실내 스포츠 시설을 만들어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의 종교단체들이 스포츠를 통한 국제선교 활동에 나서는 사례는 매우 흔하다.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국기라고 할 수 있는 태권도를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 · 필리핀 · 인도 · 네팔 · 타지스키스탄 · 베트남 · 수단 · 가봉 등 여러 나라에 태권도 교관들이 활동하면서 암묵적으로는 선교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부 대학에 태권도선교학과를 개설해 전문인력을 양성, 이들을 각국에 파견하는 사례도 있다. 즉 해외선교의 수단으로 태권도를 이용하고 있다. 할렐루야 축구단과 임마누엘 축구단 등은 스포츠 교류 차원에서 해외 경기에 나서고 있다.

스포츠를 직접적인 포교나 선교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순수한 스포츠 활동에 종교가 개입되는 것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포츠의 순수성을 종교가 오염시킨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다만 종교계가 낙후된 스포츠 시설을 지원하고, 지역주민들이 화합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스포츠 꿈나무들을 발굴하여 후원하는 것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할 일이라 할 수 있다.

불교계에서는 포교를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불자와 지역주민들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순수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자와 지역주민들이 건강을 증진하고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건전한 생활체육을 육성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불교계의 올바른 역할이다.

이를 위해 불교계는 사찰 소유 토지 중에서 스포츠 시설 건립이 가능한 부지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축구장 · 야구장 · 테니스장을 비롯한 각종 필드 경기장과 탁구 · 배드민턴 · 스쿼시 · 농구 · 배구 등이 가능한 실내경기장들을 설치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동호인들이 다양한 경기를 벌이는 리그전이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에 부족한 운동시설을 갖추면 많은 지역 주민들이 사찰을 찾을 수 있다. 주요 사찰에서 환경에 적합한 운동시설을 하나씩만 운영한다고 해도 직 · 간접적인 포교효과를 부수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전문성을 갖춘 스포츠 지도자들을 후원함으로써 그들이 사찰의 스포츠 시설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생활체육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될 수 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 경기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행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재가불자가 되는 길〉, 〈둥근 깨달음, 천수경〉, 〈불교지도자론〉(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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