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해외 구호활동 현장리포트(270호)

아름다운동행의 탄자니아 아동지원사업

(재)아름다운동행 탄자니아지부 맹가희 봉사단원

탄자니아의 최대 도시인 다르에스살람 주에 위치한 ‘키감보니 무와송가(Kigamboni Mwasonga)’ 지역에는 마을의 이름을 따서 붙인 ‘무와송가’라는 우리나라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시설이 있습니다. 이 학교는 재단법인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설정 스님 · 조계종 총무원장)’이 탄자니아지부의 주요 지역개발사업 중 하나로 실시하고 있는 ‘아동지원사업(CDP, Children Development Program)’의 네 번째 성과물입니다.
 

시골마다 급속한 인구 증가로
교육혜택 못 받는 아이 ‘수두룩’
네 번째 교육시설 건립 운영 중

이 학교는 전형적인 탄자니아 시골의 학교인데, 2017년 11월 기준으로 1,000여 명의 아동들이 각자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하게 뛰어놀고 있습니다. 시골 작은 초등학교에 1,000여 명이나 되는 학생이 다닐 수 있는가하고 놀라실 수도 있을 텐데, 이는 탄자니아의 특이할만한 인구증가율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이곳처럼 이렇게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학교들은 대부분 평균 학생이 500명 이상 등록 · 출석을 하기 때문에 1,000명의 학생 수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3년여 공사 끝에 2016년 9월 아름다운동행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개교한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전경.

참고로 (재)아름다운동행 탄자니아지부는 키감보니 지역에 3년여 공사 끝에 2016년 9월 아름다운동행이 개교한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기준으로 반경 30Km 이내에는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은 교육기관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 초등학교 3곳, 중등학교 1곳 있습니다. 이 네 곳에는 지역민들이 자체 조직한 사설 교육기관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슬림 종교를 가진 아동만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과 학생 수 10명 이하의 소규모 학원 개념의 사설기관도 있지만, 사실상 파악이 불가능한 게 이곳의 실정입니다.

대부분 2~3시간 걸어서 등교
30평 교실 두 동에 500명 ‘바글’

따라서 지역의 넓이나 급속히 증가하는 인구에 비해 학교시설과 같은 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그렇다보니 배움의 공간이 한 군데라도 새롭게 생기면 인근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몰리는, 안타깝고 당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달리 보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탄자니아 국민들의 교육열이 (한국과 비교하는 건 적당하지 않겠지만) 상당히 뜨겁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기초교육은 개인적 삶의 질 향상에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입장에서는 나라의 인재를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를 위해 탄자니아 정부에서는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육시설의 부족으로 실질적인 혜택은 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반면 국민들은 ‘배워야 한다.’는 열망에 가득 차 있습니다. 배워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 이 ‘무와송가’ 학교의 경우만 보더라도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통학을 위해 평균 두 시간, 심지어 세 시간을 걷거나 뛰어서 등하교를 합니다. 더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는 정해진 시간 없이 간간히 지나는 마을버스를 타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는 ‘히치하이킹’을 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등교전쟁을 치르며 학교에 가는 상황이 매일 아침 벌어집니다.

컴퓨터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이런 분주함도 성실하게 출석을 하고자 하는, 배움의 의지가 뜨거운 학생의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상당수 아이들은 힘겨운 상황에 등교의 의지조차 상실한 채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 먼지놀이에 시간을 빼앗기기도 하고, 아예 학교를 장기간 결석하여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애를 태우는 경우도 자주 일어납니다.

작열하는 뙤약볕을 맞으며 두 시간의 비포장 길을 걸어 등 · 하교를 하는 일은 건장한 성인에게도 굉장한 인내와 고통을 요합니다. 이런 힘겨운 과정을 이겨내고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 수에 비해 교실과 책상과 의자는 수업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족합니다. 거기다가 상하수도 시설까지 빈번하게 문제를 일으키는데,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가난한 나라의 형편상 덤덤하게 감내해야 할 현실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또 다른 아동지원사업 대상 학교인 ‘부밀리아 우코니(Vumilioo Ukoni)’ 초등학교의 경우를 예로 들겠습니다. 이 학교는 평균 400~500명의 학생이 등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제 건립된 교실은 30평 남짓 되는 건물 2동이 전부입니다. 화장실은 별도의 배수시설이 없어서 땅을 판 후 횡으로 부실한 벽돌을 세워놓은 게 전부입니다.

탄자니아지부 설립 초기부터 오랜 관계를 유지하며 그나마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무캄바(Mkamba)’ 초등학교 역시 비슷한 규모의 교실 2동을 500여 명의 학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우기에는 안타깝게도 화장실로 사용하던 건물이 폭우로 인해 지반이 내려앉았습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남 · 녀 구분 없이 학교 근처의 수풀이 우거진 곳에 마을 주민들이 임시로 파놓은 구덩이를 화장실 대신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반시설의 열악함을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탄자니아 전국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어쩌면 몇몇 국가를 제외한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의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개개인의 지엽적인 생활환경도 이런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프리카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경제적 결핍과 안타까움은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이런 상황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단체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슬리퍼 없어 맨발로 등교
옥수수죽으로 한 끼 해결해

아름다운동행이 제공한 옥수수죽을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이곳 아동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도움이 아닙니다. 끼니때 밥을 챙겨 먹을 수 있고, 학교에 입고 다닐 수 있는 교복을 마련하고, 집안 사정을 이유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정도입니다. 생존과 생활에 필요한 아주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먹고 싶은 것이 있고, 갖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곳 아이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단하거나 거창한 게 아니라 생존과 기본 생활에 필요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부모는, 정부조차도 이런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줄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곳 아이들은 전자오락기나 유명브랜드의 신발, 값비싼 음식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구경해본 적이 없고, 본 적이 없으니 갖고 싶지도 않습니다.

아프리카 현지 학생들이 아름다운동행에서 마련한 학용품, 운동화 등 후원물품을 받아가고 있다.

이 아이들은 배를 곯지 않도록 옥수수죽으로나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면 만족해합니다. 덧붙이자면 두서너 시간을 걸어야 할 학교를 슬리퍼가 없어 맨발로 등교하지 않게 ‘단단한 조리 신발이 하나 있었으면’ 하고 소원합니다. 밤에 불을 켜놓을 수 있도록 전기를 생산해주거나 끌어다 주지 못한다면, 밝은 낮에라도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게 책 한 권 구해주자는 게 우리 단체의 활동 방향입니다. 풍족한 생활을 누려본 우리의 입장에서는 소박할 수 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절실한 그 무엇들입니다.

봉사자의 입장에서 탄자니아 아동들의 생활환경은 보면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그 이상의 절박함이 곳곳에 눈에 띱니다. 우리 단체의 지원을 통해 이들이 ‘얼마나 더 나은 삶을 영위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던진다면 저는 감히 대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세계시민으로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탄자니아 아이들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어둠으로 가득하다면, 우리의 미래도 그렇다는 공통의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국제개발-지역개발사업의 외연확장은 세심한 계획과 정확한 방향성을 요구합니다. 단순하게 양적 확대를 목표해서는 역효과를 낳기 일쑤입니다. 사업을 주도하는 본부의 재정 안정성과 활동가들이 활동하는 지부의 구조적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실무자가 아니라 자원봉사자를 파견하는 인력 구조의 취약성도 문제이고, 활동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활동가의 생활안전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탄자니아 아이들을 대신해 한국의 후원자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또 제가 삶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색다른 배움을 얻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가항력적인 변화가 없다면, 내 · 외부적으로 요구되는 성과기준과는 별개로 아름다운동행의 아동결연사업은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이 지역 모든 학교의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혜택이 돌아갈 때까지 저 역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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