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여는 불교(270호)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결심을 한다. 지난 해 혹은 지난 세월들을 돌아보고 새해부터는 새로운 삶의 모습을 갖추려고 즉,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무를 잘랐을 때 보이는 나이테처럼 눈에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또 한 살’이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것이 어린이에게는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나이 든 분은 당사자의 사고방식이나 마음가짐에 따라 성숙의 기쁨 아니면 비애를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믐날 밤에는 조용히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고 성찰하며 새해 아침에는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으며 새로운 희망과 소원을 빈다. 그래서 해마다 ‘해돋이 명소’에는 한해의 소원을 빌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리고 적어도 새해에는 꼭 이루고 싶은 내용을 마음 모아 빈다. 건강을, 승진을, 사업 성공을, 출산을, 결혼을, 합격을,,, 이처럼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 · 향상심이 없다면 어쩌면 그 사람은 제대로 살아있는 존재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런 결심은 삶의 과정에서 언제 어느 때에 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을 터이다. 그러나 우리는 특정한 날자, 혹은 시기를 정해두고 그때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소위 생활의 일상적인 굴레에 얽매어 있기 때문에 그 정형화된 틀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여 실행한다면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지리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언급한 몇 가지 소원은 다소 상투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그러한 범주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그런 소원들은 많은 경우 자기 힘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 보인다. 물론 정말 혼신을 다하여 일 년 내내 그 목표에 집중한다면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고 하늘(부처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 이루어지게 해 주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자기 힘만으로는 되지 않을 일이 이루어지는 일들을 자주 보고 듣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 인간에게 가치 있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의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습관은 버릇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하나의 일정한 행동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수행되어져 하나의 패턴을 이루어 끝내는 무의식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행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습관화 된 행동을 평소에는 모르고 하다가 어떤 계기에 그것을 의식하게 된다. 증상, 통증, 상대방의 반응 등으로 스스로 자각하든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때 판단이 일어난다. 자신에게 좋은 습관인지, 아니면 나쁜 습관인지를. 좋은 습관일 때는 괜찮지만 문제는 나쁜 습관으로 판정되었을 때이다.

이때 판단의 기준은 대부분 개인별 삶의 목표 실현에 촉진요소이냐, 저해요소로 작용하느냐에 따른다. 만일 특별한 목표가 의식되지 않는다면 바람직한 자기 모습이나 개인의 생명, 인체의 건강 유지 혹은 확보가 초점이 된다. 나쁜 습관으로 판단되면 정상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면 그런 행동을 이제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러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렇지만 생각은 생각에 그칠 뿐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얼마 가지 않아 무심코 다시 그전 행동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먹은 대로 하기가 쉽지 않음을 느끼며 자신의 의지박약과 정신력 부족을 탓하기도 한다. 자신을 못난 사람으로 여겨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다른 방법적인 도움에 의지하려고도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더 깊은 갈등과 열패감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몇 번 거듭되면 그만 두려는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고 합리화하여 체념 상태에서 아예 나쁜 습관으로 판정된 행동을 무기력하게 지속하게 된다.

이러한 나쁜 습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흡연, 과음(過飮), 각종 중독현상, 거짓말, 도벽, 화내기, 인사 잘 안하기, 폭력 등이 있다. 크게 보면 탐진치(貪瞋癡)의 삼독심(三毒心)으로 수렴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습관은 어제 오늘에 몸에 붙은 것이 아니라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반복적으로 거듭되어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익숙해진 행동을 말한다. 유식학에서는 이를 훈습(薰習)이라고 하며 이러한 작용은 대개 마나식(末那識) 차원에서 일어난다.

마나식은 아뢰야식(阿賴耶識)을 끊임없이 자아(自我)라고 오인하여 집착하고, 아뢰야식에 저장된 종자(種子)를 이끌어 내어 육식(六識)을 통해 인식이 이루어지도록 둘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여,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육식이 일어나게 하는 내면 작용이다. 이것은 항상 아치(我痴), 아견(我見), 아만(我慢), 아애(我愛)라는 네 가지 번뇌와 함께 일어난다.

현대 심리학인 NLP(Neuro-Linguistic Programming, 신경 언어 프로그래밍)에서는 인간 내면의 가장 심층인 아뢰야식에 저장된 종자(種子)를 내자아(內自我, Parts)라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라면 온갖 크고 작은 부속품이 서로 연결되어 자동차의 기능을 수행하고 TV 또한 많은 부품이 구성되어 화면을 나타내듯이, 사람도 내면에 여러 욕구 · 선호 · 지향 · 목표가 서로 섞여있고 그것이 조정되어 한 사람의 캐릭터가 형성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웃고 싶은 파트도 있고, 울고 싶은 파트도 있고,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는 나도 있고, 나태하고 싶은 나도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 TV의 모델에 따라 부품 내용이 서로 다르듯 사람의 심층 내면의 내자아도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나의 내면 깊이 흡연을 하고 싶어 하는 나도 있고, 건강을 지키려는 나도 있다고 할 때, 우리는 어느 쪽 손을 들어 줄 것인가? 물론 생각(의지)으로는 건강을 지키려는 나의 손을 들어주려고 할 것이다. 이같이 단순 명쾌한 결론에 따라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막상 시도를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결국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기 쉽다. 왜냐하면 인간 내면 심층의 작동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실행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내면에 있는 내자아(Parts)들은 모두 각각 ‘긍정적 의도(Positive Intent)’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긍정적 의도란 그 사람 자체, 그 사람의 생명유지 혹은 내면안정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의미이다. 아니, 그렇다면 흡연 행위를 좋아하여 선택하는 내자아에게도 긍정적 의도가 있다는 말인가? 있다. 틀림없이 있다.

흡연자들이 흡연 이유로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스트레스 해소’, ‘내면안정’, ‘무료함 달래기’ 등은 훌륭한 긍정적 측면이다. 이러한 긍정적 의도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흡연을 하고 있으며 흡연도 나름대로 효용가치가 있으니 흡연권을 보장해 달라고 항변한다. 담배는 개인의 기호품인 만큼 피우고 안 피우고는 개인의 자유에 달렸다고 주장하면서 왜 그것을 억제하느냐고 흡연 규제에 저항하고 있다.

일리 있는 의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긍정적 의도에도 차원이 있다. 인간의 의식차원에는 낮은 차원에서 높은 차원에 이르기까지 여섯 가지 차원이 있다. 환경 ‐ 행동 ‐ 능력 ‐ 신념(가치관) ‐ 자아정체성 ‐ 영성 차원이 그것이다. 연기론(緣起論)을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이 세상은 모든 것이 서로 유기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속에는 당연히 저차원의 시스템이 있고 고차원의 시스템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위 시스템(전체)과 하위 시스템(부분)이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한 시스템의 최적화를 이루어간다.

불교에서는 상징적으로 제석천이 계신 도리천(忉利天) 세계의 하늘을 뒤덮는 그물인 인드라망(因陀羅網)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그 그물의 매듭에는 구슬이 달려 있고 모든 구슬에는 사바세계 전체가 비추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 양자의학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세포 단위의 유전자가 인체 전체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상은 현대 심리학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먼저 설명한 의식차원에서 환경은 시스템의 가장 낮은 차원이고 영성은 가장 높은 차원이다. 이렇게 본다면 흡연행위는 행동차원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신념, 가치관 이상의 높은 차원에서 본다면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그러므로 흡연 행위 자체에만 얽매이지 말고 거기에서 벗어나 더 높은 의식차원인 자아정체성(바람직한 나, 반듯한 나)이나 영성(모든 사람에게 공헌하는, 공동체 의식에 충실한) 차원을 지향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이러한 인간 심리 심층의 자각을 거쳐 흡연을 중단하게 되면 군것질 등 금단현상도 없이 자연스럽고 산뜻하게 나쁜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금연 보조품 따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심교준(한국NLP연구소장)

동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일본 산노(産能)대학교 비즈니스스쿨 마케팅, 산업심리과정을 수료했다. 광운대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남서울대 대학원 코칭학과 교수. NLP한국협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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