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단상(270호)

미래의 어느 날, 한적한 농촌 마을의 옛 시골집. 강남 다녀 온 제비 식솔들이 처마에 집을 짓고 ‘지지배배~’ 노래로 새벽을 깨운다. 그 정겨운 노랫소리에 두 팔과 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켜고, 밤새 감았던 눈을 뜬다. 반짝이는 고운 햇살 한 줄기가 얼굴에 부서진다.

마당엔 감나무, 사과나무, 대추나무, 앵두나무, 소나무, 꾸지뽕나무, 아주까리와 갖가지 계절 꽃 등 초목들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린다. 문을 열면 마주하는 겹겹의 산, 아침밥을 하는 이웃집의 굴뚝에서 뿜어내는 하얀 연기와 나무 타는 냄새가 향기롭다. 언제 보아도 하루 종일 보아도 지루하지 않은 정다운 농촌 풍경에 넋이 나가도 마냥 좋다.

오늘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다정한 이가 나를 만나러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찾아온단다. 그를 맞으려 수수빗자루로 방과 마루를 쓸고 닦는다. 햇살에 쌓여 있던 먼지 날리는 모습도 싫지 않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지인에게서 특별히 얻어 온 담백한 수제 막걸리 한 통을 상 위에 놓아두니 흐뭇하고 달콤한 미소가 그치질 않는다.

내가 가끔 떠올리는 ‘행복한 꿈’의 한 풍경이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즐기는 전원생활을 꿈꿔왔다. 농촌 출신인 나는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아파트보다는 나무와 흙으로 지은 한옥스타일의 옛 시골집을 좋아한다. 새해 벽두에 내 꿈을 얘기하는 이유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이 꿈꾸는 ‘행복한 상상’이 ‘현실’로 이뤄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다.

수많은 어느 날 중 하루의 태양이 지고 떴을 뿐인데, 해(年)가 바뀌었다. 한 해의 마지막 석양에 액운을 실어 보내고, 새해 첫 날 솟아오른 태양에게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간절히 염원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어려운 일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그 상상,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고난한 현실에서 ‘행복한 상상’은 더더욱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앞날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비록 상상이 현실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이 좋아하는 ‘오늘의 행복한 상상’이 주는 가치는 충분히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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