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불교 속의 개 이야기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당삼목구(唐三目拘). 벽사의 의미를 지닌 개그림이다.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올해는 불기 2562년 무술년(戊戌年)이다. 십이간지로 볼 때 개띠 해인 것이다. 개는 한자로 견(犬), 구(狗), 술(戌) 등으로 표기되며 전세계적으로 약 400여 종의 품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과 함께 살며 대표적인 반려동물로 자리잡고 있는 개는 동서양의 신화 속에도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명부(冥府)를 지키는 개 케르베로스가 나온다. 케르베로스는 명부의 왕 하데스와 그의 비(妃) 페르세포네가 사는 집을 지키며 그곳을 드나드는 사자들을 위협하고 생자(生者)의 통과는 허용하지 않는 맹견이다.
인도신화에서는 사자국의 왕 야마가 기르는 개가 있는데 생김새가 독특하다. 눈이 각각 네 개씩이며 머리가 두 개인 이 개는 야마의 궁으로 가는 사자(死者)들이 통과하는 길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 개는 수렵용 대신 제사의 희생양으로 많이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통적으로 개는 사후세계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에 등장하는 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함경〉 ‘두조경’은 폭력을 휘두르고 화를 잘 낸 업보로 개로 태어난 ‘두조’의 이야기다.
두조는 평생 구두쇠로 살면서 화를 잘 내는 악한 성질을 가졌다. 금은보화를 자식도 모르게 땅 속 깊이 감추어 두었다가 이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마친 뒤, 자기 집 개로 태어났다. 두조의 아들 ‘곡’은 이런 사연을 전혀 모르고 개를 기르며 몹시 사랑했다. 금목걸이를 매어 주었고, 평상을 만들어 주었다. 평상엔 개가 편히 누울 수 있도록 털로 짠 요를 깔아주었다. 금으로 만든 개밥통엔 매일 맛난 음식이 담겨 있었다. 개 이름은 ‘노’였다. 곡이 저자에 물건을 사러 나간 사이에 부처님이 마침 곡의 집 문 앞을 지나셨다. 노는 부처님인 줄 알면서 큰 소리로 짖었다. 부처님이 노를 보고 꾸짖으셨다.
“네가 사람으로 있을 때도 언제나 주먹을 휘두르며 화를 내더니, 지금 개가 되어서도 짖어대는구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노는 부처님 꾸중을 듣고 부끄러워하며, 평상 밑에 들어가 밥도 먹지 않은 채 눈물을 흘렸다. 곡이 개를 살피다 집 안 사람들로부터 부처님께 혼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곡은 부처님을 찾아가 화를 내며 말했다.
“부처님께서 우리 개 ‘노’를 심하게 꾸짖었다지요? 개가 먹지도 눕지도 않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개를 꾸짖은 연유를 차근차근 말씀하셨다. 그리고 개와 곡과의 관계를 설명하셨다. 하지만 믿지 못하는 곡에게 부처님이 노에게 물어보라고 당부하셨다.
“궁금한 데가 있으면 노에게 물어보게. 저 개는 사람의 말을 하지는 못해도 잘 알아듣네.”
부처님의 이야기를 들은 곡은 집으로 돌아가 개를 시험해보았다.
“노야, 네가 정말 우리 아버지의 후신이라면, 내가 주는 이 밥을 먹어라.”
밥을 먹지 않던 노는 그 말을 듣고, 곡이 주는 밥을 먹었다. 아버지 두조의 후신이 틀림없었다.
“노야, 네가 아버지의 후신이라면 가졌던 보물을 어디다 숨겨뒀는지 가르쳐다오.”
개는 입으로 평상 오른쪽 다리 밑을 가리키며 앞발로 땅을 긁어 보였다. 그곳을 깊이 파보니 과연 금은보배가 묻혀있었다. 곡은 곧 부처님께로 달려가 예배한 후 말했다.
“부처님, 진실로 부처님 말씀과 같았습니다.”
〈본생경〉에서는 개를 이용해 왕과 사람을 교화하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다.
과거 가섭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셨을 때 우시나라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 때 가섭부처님은 4제의 법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결박에서 풀어주시며 모두 열반을 얻게 했다. 하지만 가섭부처님이 세상을 떠나신 뒤로 오랫동안 불법이 쇠해 갔다. 비구들은 21종의 불상응법(不相應法)에 의한 생활을 경영하고, 비구니들과 접촉해 아이를 낳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0종의 불선법(不善法)으로 나아가, 죽은 뒤에는 악취에 떨어졌다.
그 때 제석천왕은 사람들이 모두 악취에 떨어져 있는 것과, 또 불법이 쇠해 있는 것을 알고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먼저 저들을 두렵게 하고 놀라게 하자. 저들이 두려워하고 있을 때, 그들을 안심시켜 법을 설명하자. 그래서 쇠한 불법을 다시 일으켜 천년 동안 행해질 터전을 만들자.”
제석천왕은 마타리라는 신을 검은 색깔의 ‘마하캉하’라는 개로 변하게 했다. 마하캉하 개는 파초 열매만한 네 개의 이빨을 가졌고, 그것이 사방으로 광명을 놓았다. 제석천왕은 사냥꾼으로 변장한 후 개를 데리고 성이 있는 번잡한 도시에 나타났다.
“세상은 멸망한다.”며 세 번 외치자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성안에 들어가 그 사정을 왕에게 알렸다. 왕은 거리 어구를 막게 했다. 그러나 제석천왕은 높은 성을 뛰어넘어 개와 함께 성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질려 집안으로 도망쳐 들어가 모두 문을 잠갔다.
개는 보는 사람마다 쫓으면서 왕궁으로 갔다. 사람들은 왕궁 뜰로 쫓겨 들어가 궁문을 잠갔다. 왕도 궁녀를 거느리고 높은 누각으로 올라갔다. 개는 앞발을 들고 문기둥에 올라가 큰 소리로 짖어댔다. 그 소리는 밑으로는 무간지옥에서, 위로는 가장 높은 천상세계에까지 울렸다.
왕이 용기를 내어 창을 열고 제석천왕에게 물었다.
“사냥꾼이여, 어찌하여 그대의 개는 시끄럽게 짖어 대는가?”
“배가 고파 그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먹이를 주리라.”
왕은 자기를 위해 준비해 둔 요리를 전부 내어 주었다. 개는 한입에 다 먹어 버리고 또 짖어댔다. 왕이 또 그 까닭을 묻자, 배가 고픈 탓이라고 또 대답했다. 왕은 그 끼니와 말 먹이까지 전부 내다 주었다. 개는 그것도 다 먹어 버렸다. 왕은 성 안의 모든 음식을 갖다 주었고 개는 주는 족족 다 먹어 치웠다. 왕은 이 모습을 보고 제석천왕에게 성안에 온 진짜 이유를 물었다.
이 질문에 제석천왕은 다음 노래로 대답했다.

“바루를 손에 들고
중옷을 몸에 걸친 머리 깎은 사문들,
보습으로 밭을 갈아 농사 지으리.
그 때 이 검은 개는 풀려지리라.
고행(苦行)하면서 중옷을 몸에 걸친
머리 깎고 집 나온 여인들이
5욕에 물들어 행세하리니,
그 때 이 검은 개는 풀려지리라.
베다와 사비티와
제식(祭式)의 절차를 배운 바라문들,
오직 보수를 바라 제식을 행하리니,
그 때 이 검은 개는 풀려지리라.
어머니와 아버지 나이 많은 이를,
또 늙어 쇠한 사람을,
재물 가졌으면서 부양하지 않으리니,
그 때 이 검은 개는 풀려지리라.
남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며
사람의 잘못만을 생각하는 자,
이 세상에서 함부로 덤벙대리니,
그 때 이 검은 개는 풀려지리라.”

제석천왕은 이렇게 노래한 뒤 줄을 당겨 개를 앉혔다. 이윽고 사냥꾼의 모습을 버리고, 황금빛으로 빛나면서 공중에 섰다.
“대왕이여, 나는 모든 신의 왕인 제석이다. 이 세상이 멸망할까 두려워 여기 온 것이다. 현재는 죽어간 사람들이 불법(不法)을 행했기 때문에 모두 악취(惡臭)에 떨어졌다. 나쁜 자들에 대해서 금후에 어떻게 할 것은 내 생각에 있다. 부디 게을리 말라.”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신 뒤, “그 때의 마타리는 저 아난다요, 그 제석은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백유경〉에 나오는 ‘개의 전생 이야기’는 권력자의 그릇된 오해로 인해 무고한 개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바로 잡는 보살의 가르침이 주된 내용이다.
옛날 바라나시에서 보살은 그 업에 따라 개로 태어났다. 그는 수백 마리의 개에 둘러싸여 큰 묘지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왕은 신도에서 나는 흰 말에 아름다운 장식을 한 수레를 타고 동산에 나가 종일 놀다가 해가 저물어서 돌아왔다. 사람들은 가죽끈을 매어 둔 그대로 수레를 왕의 뜰에 두고 갔다. 그날 밤에 비가 내려 가죽끈이 젖었다. 좋은 종자의 개들이 내려와 물에 불은 가죽끈을 모두 먹어버렸다. 이튿날 신하들이 왕에게 “하수구로 개들이 들어와 수레의 가죽과 가죽끈을 다 먹어버렸다”고 고했다. 왕은 잔뜩 화가 나 “개들을 모두 죽여 버려라”고 명령했다. 왕궁에서 키우는 좋은 종자의 개들이 한 일인데 성 밖의 떠돌이 개들이 한 일로 치부하고 신하들이 무고한 것이다. 이에 개로 태어난 보살이 왕 앞에 나아가 어떤 사건을 판단하고 조사할 땐 저울처럼 공평해야 한다고 말하며 소나 양의 젖과 길상초를 가져오게 해 궁안의 좋은 종자의 개들에게 먹였다. 그것을 마신 개들이 지난 밤 먹은 가죽들을 토해냈다. 왕은 비로소 자신의 오해를 참회하며 보살 개에 공양했다. 이 보살 개의 활약으로 무고한 개들은 목숨을 지킬 수 있었고, 보살 개의 가르침에 따라 정행을 닦아 마침내 천상세계에 태어났다. 이 ‘개의 교훈’은 1만년 동안 계속되었다고 한다.
〈백유경〉에 또 다른 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역시 억울한 일을 당하기는 앞의 것과 흡사하다. 어느 날 시원한 여름 밤 주인과 함께 달구경을 나온 개가 기분이 좋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왈왈 짖어댔다. 다른 개들도 여기저기서 따라 짖었다. 그러자 일이 공교롭게 되느라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달을 가리고 말았다. 달구경이 틀어진 주인은 개가 짖어 구름이 달을 가렸다고 생각하고 무고한 개를 흠씬 두들겨 팼다. 개는 좋은 달밤에 영문도 모르고 주인에게 얻어맞고 말았다.
이처럼 불전 속에 등장하는 개는 선행을 닦지 않은 업보로 태어나거나 또는 자신의 행실과 상관없이 무고한 희생을 당하기도 한다. 

1977년 만봉 스님 作 ‘십이지신도 술신 초두라 대장’. 불법(佛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용맹한 개의 모습이다.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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