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기 2562년 무술년 아침을 열며

불기 2562년 무술년(戊戌年) 새아침이 밝았다. 십이간지에서 ‘무(戊)’는 ‘황금’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올해 무술년은 ‘황금 개띠 해’로 불리며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각급 기관에서는 새해 벽두, 경제와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아 국민들을 격려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어느 해보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국민과 함께 하는 해’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2월 평창을 중심으로 강원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6월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북핵 문제와 맞물려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사드 문제 등 미국과 중국·일본 등 국제적 관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긴장국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연히 국민들의 응원과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한 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는 동반자적 자세가 매우 긴요히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마침 올해는 ‘개띠 해’다. 특히 개는 ‘사람을 돕는 어진 동물’이라고 해서 예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반려(伴侶) 동물이다. 반려의 관계가 그릇되면 갈등과 대립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반려는 우정이며, 신뢰이다. 우정과 신뢰에 금이 간 자리는 증오와 불신이 대신 차지하기 마련이다. 국제관계는 물론이려니와 경제와 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지 못하면 희망이 절망으로 바뀔 수 있다.

반려를 불교적 의미로 해석하자면 ‘공업중생(共業衆生)’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과 자연, 자연과 환경, 환경과 인간은 반려의 관계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공업의 연기적(緣起的)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이 관계를 간과하고 타자(他者)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상생(相生)과 공존(共存)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무술년을 맞이하여 반려라는 말을 떠올리는 이유는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우리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재작년 불교계는 불자 수 300만 감소라는 충격적인 통계를 접했다. 이 같은 통계수치의 이면에는 과연 불교가 국민과 희망과 아픔을 얼마나 함께 했느냐 하는 냉철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불교 1700년 역사를 거론하며 민족불교 운운하지만 기실 국민과 얼마나 가까이 행보하였는가 반문한다면 반성할 일이 많다. 솔직히 말해 국민이 불교를 걱정하는 현실이었지, 불교가 국민의 편에 서서 희망이 되지는 못했다. 국민들이 실의와 절망에 빠졌을 때 불교를 찾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불교의 개혁과제가 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현실에 안주한다면 머지않아 국민들의 외면을 사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국민과 함께 하는 불교’란 다름 아니다. 현대사회의 위기적 상황을 불교적 시각에 따라 분석 진단하고 해결의 원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해결책이 제시돼야 하고, 위기적 상황에 따른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불교가 함께 해야 한다. 불교의 이상은 중생의 현실고(現實苦)를 제거하여 평화와 안온(安穩)을 성취케 하는 데 있다. 따라서 불교계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위기상황에 대해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곧 국민과 함께 하는 불교로 나아가는 길이며, 보살도(菩薩道)의 실천이다.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인류는 여전히 기아와 빈곤, 약물과 알콜 중독, 핵전쟁의 위협, 폭력과 살상 등 인간의 평화와 행복을 위협하는 상황들과 직면해 있다. 이런 문제 역시 불교 밖의 일이 아니라 동반자적 관계, 즉 공업중생의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불교, 국민이 바라는 불교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의 고민과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불교로 거듭나야 한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