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018년 무술(戊戌)의 해입니다. 새해를 맞게 되면 사람들은 한 해의 운세에 깊은 관심을 갖습니다. 미래에 대한 관심은 삶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실제로 새해벽두부터 온 세계는 정치를 비롯해 전자금융 등 경제 분야와 첨단 컴퓨터 전자기기, 우주산업 등 전 분야에 걸쳐 이런 저런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망들을 통해 인류사회는 보다 풍족한 물질적 편리 추구와 삶의 안락을 추구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와 각급 기관을 위시해 우리나라에 산재한 전 조직과 단체들은 신년교례회를 통해 대망의 2018년을 열어나갈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류사회의 공동번영과 평화를 위협하는 각종 장애를 극복해 나갈 것도 강조합니다. 새해는 보통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무지개빛 전망을 뒤집는 악재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편을 갈라 저마다 제 이익을 추구하는가 하면 인류평화를 위협하는 일마저 서슴지 않았던 전례가 다반사였습니다.

세상의 역사는 이렇게 흘러왔습니다. 사람들의 일에는 깨침과 교섭(交涉)이 있어야 발전과 상생이 도모됩니다. 그러나 깨침과 교섭 대신 술수(術數)와 대치(對峙)로 반목과 갈등을 양산합니다. 이는 도반(道伴=벗)의 철학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반이란 불교식으로 해석하자면 함께 수행하며 탁마하는 벗을 말합니다. 도반은 정치와 경제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철학적 요소입니다. 심지어 향후 인류의 미래산업이라 할 우주개발에서도 도반은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지 〈부경(孚經)〉에 나오는 말씀을 인용해 살펴보겠습니다.

〈부경〉에서는 벗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먼저 꽃과 같은 벗[華如友]입니다. 꽃이 활짝 피면 머리속으로 기어들지만 움츠려 있을 때는 곧 버리게 됩니다. 다르게 말해 부귀함을 보면 친근하게 달라붙지만 빈천하게 되면 멀리 하게 되는 이치니 이것이 꽃과 같은 벗이란 뜻입니다. 둘째는 저울대 같은 벗[秤如友]이니, 무거운 짐을 들면 수그리고 가벼울 때는 게으름을 피우는 관계를 이릅니다. 셋째는 산과 같은 벗[山如友]입니다. 산과 같다는 것은 뭇짐승들이 산 위에 모여 그 모우(毛羽)의 깃을 자랑하듯이 나의 영화나 부귀를 보고 기뻐하는 벗을 일컫습니다. 넷째는 땅과 같은 벗[地如友]이니, 땅은 땀 흘려 일한 자에게 풍족한 곡식을 주고 보배 등 일체를 기꺼이 양호하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벗의 관계는 무릇 이와 같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부경〉에서 말하는 벗이 단순히 일상적인 삶의 관계에서만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기업윤리와 미래산업 등 인류사회가 이끌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이 ‘벗’의 역할과 속성이 적용될 때 인간의 삶은 보다 행복하고 윤택해질 수 있습니다. 가령 산업스파이가 횡행하면 경제의 폐해는 물론 국가와 국가, 국가와 기업 간의 신뢰가 깨져 그만큼 인간의 삶은 후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인간관계에서의 벗이란 어떤 말로 강조해도 그 귀중함을 전부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좋은 벗’을 일러 ‘인생의 전부’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부처님이 라자가하의 작은 정사에 머물고 있을 때, 제자 아난다도 그 지역 어느 골짜기에서 명상에 잠겨 있다가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좋은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나에게 좋은 친구가 있고, 또 좋은 친구가 함께 있다는 것은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마도 내 수행의 절반은 좋은 친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아난다는 부처님께 찾아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아뢰고 부처님의 의견은 어떠한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대답은 아난다가 예상한 것과 달랐습니다.

“아난다야, 네 생각은 틀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좋은 친구가 함께 있으면 수행의 절반을 이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아난다는 평소 부처님이 좋은 친구와 함께 있는 것은 수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씀해 오셨으므로 절반은 아니더라도 많은 이익은 있을 것으로 격려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시니 당혹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다음 말씀은 이랬습니다.

“아난다야, 너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너에게 좋은 친구가 있고, 그 친구와 함께 있게 되면 수행의 절반을 이룩한 것이 아니라 전부를 이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올바른 생각이다. 왜냐하면 순수하고 원만하고 깨끗하고 바른 행동은 언제나 좋은 벗을 따라 다니지만 나쁜 벗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언제나 좋은 벗과 함께 있어야 한다.”

부처님은 좋은 벗이야말로 수행의 전부를 이룩한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좋은 벗이란 영원히 함께 가야 한다는 뜻에서 불교에선 도반이라 부릅니다. 그럼에도 도반이 없다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올해에는 부처님 말씀을 깊이 새겨 도반 만들기에 적극 나서길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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