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 ~ 28일, 출품작 42편ㆍ해외초청작 10편 등 70편 상영
대한극장ㆍCGV피카디리1958ㆍ서울극장ㆍ서울역사박물관서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서울노인영화제에서는 노인영화제 공모전 출품작 42편, 해외초청작 10편, 도슨트초이스 6편, 국내장편초청작 4편 등 총 70편의 영화를 대한극장 · CGV피카디리1958 · 서울극장 ·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성황리에 상영했다. 영화 상영 이외에도 10주년을 기념해 ‘종로의 영화공원’을 1930년대 초기 극장문화의 메카 경성(京城)으로 재현하고 감독과의 대화 · 도슨트 해설 등 더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펼쳤다. 영화제 홍보대사로는 배우 김혜옥 · 이태환 씨가 활동했다.

영화제 공모에 출품된 작품은 모두 196편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노인감독부문 18편, 청년감독부문 24편이 예선을 통과해 총 42편이 경합을 겨뤘다. 노인영화제는 노인이 문화생산의 주체가 되도록 하고, 젊은이에게는 노년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고민을 던지게 한다.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주최하는 노인영화제는 ‘서울시’와 함께 세계의 영화제로 발돋움할 것이다. 2017년 서울노인영화제 수상작에는 총 8편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한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제10회 노인영화제 수상작

 

대상 (상금 400만원)
노인감독 김병열 (작품: 슬픈 결혼사진)
청년감독 김영석 (작품: 집으로 가는 길)

우수상 (상금 100만원)
노인감독 조완식 (작품: 가을 애)
청년감독 박준영 (작품: 의자 위 여자)

시스프렌드상 (상금 50만원)
노인감독 양중열 (작품: 사랑할 시간)
노인감독 이준걸 (작품: 나의 화려한 인생 2막)
청년감독 권순형 (작품: 날아라 할배)

관객투표상
노인감독 박일 (작품: 호랑나비오빠)

 


 

 

 

[제10회 노인영화제 대상 · 우수상 작품 줄거리]

 

잊지 못할 황혼의 결혼식
‘슬픈 결혼사진’(2017)
노인감독부문 대상 / 김병열

이 영화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치매 할머니를 위해 손자 · 손녀가 결혼식을 준비해준다는 내용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는 이 가정에서는 부부와 중학생인 손녀, 초등학생인 손자가 돌아가며 노인을 보살핀다. 할머니는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젊은 시절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종종 집을 나가 남편을 찾아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젊은 시절의 남편과 꼭 닮은 고물상 할아버지를 보고 그를 따라 다닌다.

집을 나간 할머니를 경찰서에서 겨우 찾은 가족들은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이 때문에 노인을 요양원으로 보낼 결정을 한다.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손자는 할머니가 요양원에 가는 것이 슬프다. 그렇지만 할머니가 요양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평생 결혼식을 올려보지 못한 할머니에게 결혼식을 올려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나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실시하는 ‘리마인드 웨딩’에 사연을 보내고, 할머니의 상대가 되어줄 고물상 할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반친구들과 각종 폐지, 고철, 재활용품을 모아 할아버지에게 전해준다.

두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지만 기쁨도 잠시, 할머니는 곧 근처의 요양원으로 가게 된다. 고물상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를 찾아가 다시는 할머니를 떠나지 않을 것이란 약속을 하고, 할머니 얼굴에는 활짝 웃음꽃이 핀다.

강아지를 떠나보내고 혼자 돌아오는 길
‘집으로 가는 길’(2016)
청년감독부분 대상 / 김영석

‘집으로 가는 길’은 외로움을 달래주던 강아지를 떠나보내고 홀로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의 쓸쓸함을 담은 이야기다.

매미 소리도 지쳐 가는 어느 여름날, 고춧잎도 깻잎도 무더위에 축 쳐져 있다. 말라가는 작물에 할머니는 물을 준다. 농사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할머니 곁을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지키고 있다. 어린 강아지는 짖는 일도 없어, 말이 없는 할머니를 닮았다.

어느 날, 할머니는 강아지를 데리고 버스에 타려고 하지만 운전수는 태워주지 않는다. 할머니는 집 어딘가에서 낡은 오토바이를 찾아내 오토바이를 수리하고 운전을 연습한다. 할머니가 오토바이 운전에 능숙해지자, 할머니는 오토바이 앞에 달린 바구니에 강아지를 태워 시내로 달린다.

할머니는 애견숍에 강아지를 맡기려 하지만 ‘잡종’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목마른 강아지를 위해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오는 사이 목줄이 풀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강아지. 할머니는 빠른 걸음으로 시장으로 가서 강아지를 찾아보지만 강아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행히 한 소녀가 목마른 강아지에게 시원한 물을 주고, 강아지가 물을 먹는 광경을 본다. 할머니는 소녀와 강아지를 물끄러미 본 뒤 아무 말도 없이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강아지가 없는 집에는 적막과 외로움이 어둠처럼 번지고 있다.

늦가을의 짧은 사랑 이야기
‘가을 애(愛)’ (2017)
노인감독부문 우수상 / 조완식

이 영화는 인생의 가을을 맞은 노년의 두 남녀가 단풍지는 가을에 우연히 만나 일주일간 행복한 시간을 보낸 뒤 지는 낙엽처럼 이별하고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다.

단풍은 아름답게 물들고 국화축제가 한창인 어느 가을날, 연희는 낙엽 지는 오솔길가의 의자에 앉아 혼자 시를 읊고 있었다. 한 남자가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을 알게 된 연희는 불쾌해하며 사진을 지우라고 한 뒤 자리를 뜬다.

답답한 마음에 연희는 바람도 쐴 겸 국화축제를 보러 나온다. 예쁜 국화를 사진 찍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 산책로에서 자신을 찍던 그 남자와 우연히 마주친다. 알고 보니 남자는 외국에서 살다가 45년 만에 처음 한국으로 돌아와 고향을 찾아 온 것이었다. 민박집을 묻는 남자에게 연희는 일주일간 자신의 집에 머무르라고 한다.

둘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산책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일주일은 빠르게 흘러 곧 남자가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둘은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속 시원히 고백하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한다. 결국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남자는 예정대로 돌아가고, 연희는 그가 떠난 것이 확실하지만 아직도 그가 여전히 함께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가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계절의 한 가운데 연희는 앉아 있다.

노인의 죽음에 모두가 유죄
‘의자 위 여자’(2017)
청년감독부문 우수상 / 박준영

‘의자 위 여자’는 안마의자에 몸이 끼어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과 사회의 무책임과 방조를 보여주는 영화다.

한 노인이 상조회사에 가입해 가입선물로 안마의자가 노인의 집에 도착했다. 어느날 노인은 의자에 앉아 TV를 보며 뜨개질을 하기 시작했다. 의자가 멈추며 노인은 안마의자에 끼어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며칠이 흘러 노인은 안마의자에서 겨우 자신의 팔을 빼낼 수 있게 되지만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노인의 시체를 가장 처음 발견한 것은 사회복지사였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노인을 방문해야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꽤 오래도록 자신의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 복지사의 연락에 경찰과 소방대원, 처음 안마의자를 설치한 기술자가 오는데, 모두가 의자에서 노인을 꺼낼 수 없다. 설치공은 안마의자를 작동하는 방법을 노인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의자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보지도 않았지만 그 사실을 은폐한다.

공장으로 가서 의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설치공의 말에 사람들은 안마의자에 끼인 노인을 트럭 뒤에 싣는다. 트럭 뒤에 실려 가는 죽은 노인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뜬다. 영화는 노인의 죽음에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할 뿐, 노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는 현대사회의 쓸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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