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이드(269호)

萬海가 제시한 한국불교의 길
〈조선불교유신론〉

한용운 지음ㆍ정은주 해설 / 풀빛 / 14,000원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은 시인이자 승려인 독립운동가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1879~1944) 스님의 불교개혁론을 담은 책이다. 만해 스님은 서른둘의 나이(1910년)에 당시 불교의 타락상과 나태함을 하나하나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당시 불교계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억불숭유(抑佛崇儒)로 인한 무기력과 무질서, 각종 인습과 폐단에 얼룩져 있었다. 〈조선불교유신론〉은 ‘정치 · 사회 등 모든 분야에 변화와 혁신이 활발한데 오직 조선불교만이 미신 · 기복 · 은둔 등 인습에 젖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만해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불교교리와 철학에서 시작해 △승가 교육 △수행·참선·불교의식 간소화 △의례나 포교 방식 혁신 △불교를 통괄하는 조직기구 구성 등을 제안했다. 심지어 승려의 혼인 문제 등 일제 식민치하 당시 불교계의 당면 문제와 관련해 과감하고 파격적인 대안을 모색했다. 또 불교를 동양과 서양의 주요 종교 · 철학 · 사상과 비교해 논했고, 불교가 깊은 산중이 아닌 대중 안에서 호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설을 맡은 정은주 씨는 기존의 생소한 불교 용어나 고전 문구가 나올 때마다 원서에 없는 해석과 배경지식을 병기했고, 만해 스님이 저술한 다른 논설 자료나 시 등을 다각도로 참고했다. 원서는 서론부터 결론까지 17장으로 나눠 서술했지만, 책에서는 주제별로 묶어 6장으로 재구성했다.

정은주 씨는 “〈조선불교유신론〉에는 불교개혁 의지뿐 아니라 만해 스님이 지닌 역사의식과 세계관, 시대상이 담겨 있다.”면서 “종교적인 열정을 바탕으로 불교 전반에 걸친 예리한 관찰과 비판, 시대에 뒤떨어진 우리 불교를 개혁할 새로운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 우리 사상계에 큰 영향을 남긴 명저로 손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판적 시각으로 한국불교 직시
화엄코리아
김재영 / 동쪽나라 / 18,000원

2700년 불교 역사와 현재 한국불교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불교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들여다 본 책이 출간됐다. 〈화엄코리아〉는 불교공부 모임인 ‘붓다-스터디(Buddha-study)’가 공부하고 토론한 내용을 묶은 책으로, 주제는 ‘만인견성 만인해탈’이다.

이 책에는 출가와 재가가 망각하고 있는 화엄불국토에 대한 꿈과 열정, 세계를 비추는 이 시대의 화엄코리아에 관한 얘기가 실렸다. 저자는 △불교현실의 역사적 사회적 성찰 △불교 2천 7백년사, 발전인가? 왜곡인가? △관찰과 토론, 이것이 불교다 등 총 3부로 구성된 내용에서 철저하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불교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을 깨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자는 〈화엄코리아〉의 ‘화엄’은 저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수많은 다양한 민중들이 잡초처럼 한마당으로 어울린다는 불교 본연의 세계로, ‘화엄종’의 ‘화엄사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한국불교는 홀로 서야 한다. 한국불교는 홀로 설 줄 알아야 한다. 중국불교로부터 벗어나 홀로 설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현대의 한국불교가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불교가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의 현장으로 달려가지 못하고, 스스로 이름 없는 민중이 되어 동포들의 친구가 되지 못하고, 좌절하고 상처받은 사람들 위로가 되지 못하고, 희망이 되지 못하고 오로지 ‘한소식’을 기다리는 신비주의에 빠져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울러 출가와 재가 가릴 것 없이 스스로 우월감과 자기도취에 빠져 절 받기를 좋아하고, 섬김 받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먼저 인사할 줄 모르고, 남을 섬길 줄 몰라서 엄중한 과보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비판적인 시각을 통해 저자는 한국불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부록으로 ‘오계 포살청규’, ‘불자 하루송’, ‘회향 발원문’이 실렸다.

 

SNS로 읽는 ‘반야심경’ 해설서
〈반야톡〉

권진영 / 조계종출판사 / 16,000원

23년째 종립학교 교법사로 재직 중인 동대부중 권진영 교학실장이 청소년을 위한 〈반야심경〉 해설서를 펴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s)를 통해 〈반야심경〉을 주제로 청소년들과 소통한 과정을 그림을 곁들여 재구성했다.

방과 후 입시학원으로 내몰리는 청소년들과 대화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SNS를 활용하게 됐다는 권 법사는 종립학교학생회 리더십 모임을 통해 인연이 닿은 50여 명의 청소년들과 약 1년 간 토론과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총 20장에 ‘현장법사’, ‘반야바라밀’, ‘관세음보살’, ‘오온’, ‘공’, ‘삼법인’, ‘인과법’, ‘십이연기법’, ‘사성제와 팔정도’ 등의 내용을 통해 ‘성적’, ‘다이어트’ 등 청소년들의 평소 고민과 일상에 소재를 접목한 게 특징. 깊이 있는 경전해설서라기 보다 초중학년용 기초교리서에 가깝고, SNS를 캡처한 형태로 편집해 청소년들이 읽기에 부담이 없다.

권 법사는 “청소년은 휴대폰을 항상 곁에 두며 게임을 하고, SNS를 하는데, 이런 역기능을 순기능으로 전환해 포교로 활용하고자 했다.”면서 “청소년들은 〈반야심경〉을 외우느냐에 따라 불교 신자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그 의미는 잘 모르고 무작정 외운다. 이제 1년의 소통을 통해 핵심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이 됐다. 앞으로 다른 경전도 시도해 보려한다.”고 말했다.

권진영은 동국대 불교학과, 동 교육대학원 종교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자기 주도학습과 불교교육도구 개발에 관심을 갖고 다수의 워크북을 제작, 보급했다. 현재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중앙집행위원과 청소년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삽화는 중앙대 산업디자인과와 동 대학원을 나온 같은 학교 미술교사 김새봄 씨가 그렸다.

 

청화 스님 참선법문 원음 그대로
청화 스님의 참선공부법
청화 스님 / 상상출판 / 15,000원

청화(1923~2003) 스님의 생전 법문 중 참선공부와 관련된 쉽고 간결한 내용 두 편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첫 법문(1부 청화스님의 금타대화상 ‘보리방편문’ 설법)은 스님이 1990년 4월 광주 금륜회관에서 금륜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은사인 금타(1898~1948) 스님의 ‘보리방편문’의 핵심을 풀어낸 내용이다.

용수보살의 저술 중 〈보리심론〉을 추린 ‘보리방편문’ 법문에서 청화 스님은 “‘보리방편문’에서는 한마디로 심즉시불, 마음이 곧 부처임을 말씀했다. 조금 복잡하게 이론 전개가 되어 있고, 법문도 상당히 길지만, 한마디로 결국 심즉시불이다. 이것이 방편문의 대의”라고 강조했다.

둘째 법문(2부 청화 스님의 참선 법문 - 참선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올바른 참선인가?)은 청화 스님이 40년간의 일일일식 장좌불와의 토굴수행을 마치고 1985년 곡성 태안사에서 3년 결사를 결행하기 위해 위해 사부대중과 4박5일 간의 용맹정진을 할 때 하루 1시간 씩 다섯 차례에 걸쳐 참선 실참실수(實參實修)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참선의 필요성과 중요성, 구체적 방법을 쉽게 풀어낸 게 특징이다.

법문에는 염불과 염불선의 차이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스님은 “관음보살이나 아미타불은 저만큼 밖에 계시는데 우리가 구하고 기도해야 그분들 기운이 우리를 돕는다. 이런 정도는 염불선이 못된다. 법당 가서 자기 행복을 찾는 건 방편염불에 불과하다. 염불이 염불선이 되려면 부처를 자기 마음 밖에서 구하지 않고, 내 마음의 실체 즉, 내 마음의 실상이 바로 부처임을 분명히 느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화 스님은 1947년 백양사 운문암에서 금타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50여 년 간 벽송사 등에서 일종식(一種食)과 장좌불와를 실천, 수행했다. 1985년 곡성 태안사에서 3년 결사를 시작으로 1995년까지 사찰을 중창복원, 동리산문을 재건했다. 미주 포교에 앞장섰고, 곡성 성륜사 조실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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