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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法話 속으로 59. 시대창 이야기

관음보살 앞 맹세 어겼다가 꿈 통해 뉘우쳐

옛날 중국 소주 땅에 돈 많은 장자 시대창(施大昌)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일찍이 불교신자로서 신심이 대단하여 호구산에 관음사를 창건하고, 다시 관음전 법당을 새로 건축하였습니다.
밤낮으로 〈법화경〉을 읽으며 백의관세음보살상을 조성해 모시고 법당을 찬란하게 장엄했습니다. 현판을 조각한 뒤에 금색으로 글자마다 도금하여 높이 달아 놓기까지 하였던 것입니다.
“중생을 위한 구고구난을 베풀어 주시는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님이시여! 저의 죄를 소멸하여주시고 복을 이루어 주시며, 동시에 무수한 모든 중생도 이 백화도량으로 이끌어 제도케하여 주소서.”
관음전 낙성식날, 주지로 모신 단계화상(丹溪和尙) 또한 관세음보살님께 예배하고 꿇어 앉아서 시대창의 소원이 성취되기를 축원하였지요. 이렇게 축원을 마치고 법당 문을 나오려는데 절 뒤에서 이상한 곡성이 크게 들려왔습니다. 시대창이 올라가서 보니까 오랫동안 안부를 모르고 살던 서당의 동창생인 계한경이란 친구가 아닙니까?
“이게 웬일인가. 자네가 어찌하여 이곳에 와서 울고 있는가?”
한경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자네 보기에 면목이 없네. 내가 빚이 많아서 조용한 곳에 와서 자살을 하려고 나무에 목을 매어 죽으려고 하였지만, 내가 죽으면 마누라와 아이들이 불쌍해 죽을 수가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신세타령을 하고 울며 앉아 있는 것일세.”
이 말을 들은 시대창이 말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은 우리 절에 모신 관세음보살님이 도와주신 걸세. 대관절 빚이 얼마나 되기에 죽으려고 결심까지 하였단 말인가?”
“자그마치 3만냥일세.”
“어쩌다가 그렇게 큰 빚을 졌단 말인가?”
“장사를 해 보려고 남에게 빚을 얻어서 시작했는데 번번이 실패만 당해 이 지경이 되었다네.”
“친구 간에 그런 말을 들으니 내 가슴이 아프네. 갚을 생각일랑 말고, 다시 잘 살아 보도록 하게.”
시대창은 한경에게 3만냥의 어음을 떼어주었습니다.
“그대는 나의 은인일세. 아무리 우정이라고 하지만 이럴 수가 있는가? 자네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네.”
“내가 자네를 도울 수 있어 도리어 기쁘기 짝이 없네, 이 사람아. 빚을 갚아도 당장 먹고 살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게 결실을 앞둔 작은 과수원 하나 있으니 우선 과일을 팔아 생활을 해 보게.”
시대창은 그 자리에서 바로 친구에게 몇 천평이나 되는 과수원을 양도해 주었습니다. 한경은 너무 감격하여 관음전 법당을 향해 머리 숙여 절하며 맹세하였지요.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님이시여, 이게 다 보살님의 공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부처님 제자가 아니었더라면 어찌 이와 같이 너그럽게 저를 대하겠습니까? 제가 만일 금생에 이 돈을 갚지 못한다면, 우리 식구가 죽어 저 세상의 견마(犬馬)가 되어서라도 꼭 갚겠나이다.”
이후 한경은 3남매 중 가장 아끼는 큰딸을 시대창의 아들과 성혼을 시키겠다고 먼저 약속하였습니다.
그 뒤에 한경은 시대창이 준 돈으로 빚을 다 갚고 과수원을 경영하던 중 뜻밖의 횡재를 하였습니다.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가 어마어마한 크기의 순금 덩어리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한경은 아주 큰 부자가 되었지요.
한편 시대창은 어찌된 일인지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여 파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황금에 눈이 먼 한경은 친구를 돕기는 커녕, 약혼을 한 딸도 며느리로 주지 않고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버렸습니다.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호화로운 무역상을 시작했지만 협잡꾼에게 속아 재산을 송두리째 날리고 다시 알거지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절망한 그는 길가에 쓰러져 울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꿈속에서 한경은 어떤 큰 집에 이르러 이슬이라도 피하고자 개구멍으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뜻밖에도 시대창이 서 있었습니다.
“이 개가죽을 쓴 친구야! 무엇을 얻어먹으려고 또 왔느냐?”
면목이 없는 한경이 도망쳐 뒷마당에 들어가서 보니까 두 아들과 아내가 개가 되어 있지 않겠습니까? 깜짝 놀라서 돌아보니 자신도 이미 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오?”
“여보, 당신이 호구산 관음사에 계신 관음보살님께 맹세한 일을 잊었소? 당신이 마음을 잘못 썼기 때문에 그대로 된 거요. 누구를 원망하겠소.”
한경이 집으로 돌아가보니 벌써 두 아들이 죽었고, 아내도 병이 들어 죽으려고 하는데 허공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버지, 우리가 시대창 아저씨의 은혜를 저버렸다고 하여 명부시왕(十王)이 우리들을 개가 되게 하였소. 숫캉아지 두 마리는 우리 형제가 되고, 혹이 달린 암캉아지는 어머니요. 아버지도 오래지 않아서 사자에게 붙잡혀 가서 시왕님의 판결을 받고 이 집으로 개가 되어 올 것입니다. 그리나 착한 누나만은 남은 인연이 있기 때문에 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꿈에서 깨자마자 딸을 데리고 소주로 가서 시대창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 사이 시대창은 다시 살림이 일어나서 예전처럼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염치없는 일이지만 약속대로 내 딸을 데리고 왔으니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소.”
이때 시대창의 아들 환이 나섰습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도 분수가 있지 않습니까. 3만냥의 빚 때문에 죽게 된 당신을 아버지가 살려주고, 더구나 과수원까지 주지 아니하였소? 우리가 몰락하자 말 한 마디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나 살더니 무슨 염치로 다시 찾아왔단 말입니까?”
환이 뿐 아니라 다른 하인들도 가세하여 욕설을 퍼부었지만, 한경은 땅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 때 그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세 마리가 쫓아 나와 슬프게 울부짖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경은 이들이 자기의 처자라고 생각하니 더욱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그는 시대창의 아들을 붙들고 애원하였습니다.
“오갈 데 없는 내 딸을 그대의 후실이라도 받아들여 주었으면 결초보은하겠소.”
눈을 감고 잠자코 있던 시대창이 비로소 나섰습니다. “얘야, 소행이야 괘씸하지만 그의 딸이야 무슨 죄가 있겠느냐. 그러니 네가 용서하고 받아들이도록 하여라.”
한경은 눈물을 흘리며 딸을 시대창에게 맡기고 곧바로 호구산 관음사로 올라가서 모든 죄업을 관음보살님께 참회하고 스님이 되어서 일심으로 친구의 행복을 빌며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처자가 인간으로 환생하기를 기도했습니다.
어느날 밤, 한경은 두 아들과 부인이 절을 하며 업보가 소멸되고 극락왕생했다는 꿈을 꾸게 됩니다. 이후 한경은 단계화상의 뒤를 이어 관음사의 주지가 되었고, 시대창은 그 화주가 되어서 80세까지 함께 염불삼매로 살았다고 합니다.

우봉규 작가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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