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무더운 날씨가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먹을 것이 풍부해지는 가을이야말로 책읽기에 적격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상’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시간은 매우 짧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일 기준으로 6분에 불과하다는 게 통계청의 보고 자료입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 펴낸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연간 독서율은 65.3%입니다. 연간 독서율이란 지난 1년 동안 일반 도서를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을 말합니다. 통계를 바탕으로 바꿔 말하면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성인이 34.7%에 이른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수치는 세계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독서율에 해당합니다. 즉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전체 평균 76.5%에 못미치는 수치이며 이 수치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책읽기를 존중했습니다. 집을 나가서는 천하의 뜻 있는 벗들과 사귀는 것을 중시하되, 집에 들어와서는 옛 성현들의 책을 읽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온 것입니다. 책을 읽어야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교양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평생 중국 인문정신의 재건에 생애를 바친 당군의(唐君毅, 1909~1978)는 독서와 관련해 유명한 ‘거울론’을 제시했습니다. 그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서적은 인류 문화보다 늦게 나타났지만 인류 문화의 거울이다. 인간은 이 거울을 통해야만 인류문화의 대체를 이해하고 자연 세계에서 인문 세계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독서는 우리의 작은 거울이다. 서적이라는 큰 거울에 대고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는 수없이 많은 총명하고 지혜로운 심령이 비춰주는 세상의 사물과 진리를 우리가 독서하는 작은 거울에 반사시켜 볼 줄 알아야 한다. 직접적이고 단순한 사상은 깊을 수 없다. 하나의 사상을 다시 생각하고 생각해야 그 사상이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독서는 동서고금의 사상을 다시 사상하는 것이다.”

독서를 거울에 비유하며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당군의의 ‘거울론’은 후대에도 많은 이들이 전범(典範)으로 삼아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역대 위인들은 독서를 통해 자신을 담금질하며 세상에 필요한 인물로 성장했습니다. 한글을 창제한 위대한 세종대왕은 백독백습(百讀百習)의 독서를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글의 내용이 자신의 몸과 하나가 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는 ‘백독백습’은 끈기와 인내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세종대왕과 비슷한 독서습관을 가진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링컨입니다. 링컨은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책을 사서 읽을 형편이 안됐다고 합니다. 대신 양서(良書)를 선별해 줄줄 외울 정도로 반복해 읽었습니다. 그가 읽은 〈워싱턴 전기〉와 〈톰소여의 모험〉은 훗날 ‘노예해방’의 자양을 쌓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악가로서 청력을 잃은 베토벤은 좌절하지 않고 독서를 통해 음악적 영감을 키워나갔습니다.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에흐몬트’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작품 ‘에흐몬트’를 읽고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세계의 위인으로 성장한 이들의 공통점은 독서에 있었습니다. 부처님도 예외는 아닙니다. 부처님은 출가 전 카필라궁 왕자로 있을 때 왕족계급으로 반드시 공부해야 할 필독서가 있었는데, 짧은 시간 내 이를 모두 섭렵했고 통달했습니다. 필독서란 다름 아닌 인도 고대성전으로 꼽히는 4베다(Veda)였습니다. 자연신의 찬미와 가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리그베다, 제관이 부르는 노래를 모은 사마베다, 공양·희생·제사를 위한 야주르베다,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비는 내용의 아타르바베다가 그것입니다. 이들 4베다는 부처님이 왕자 시절 익혔던 고서였고 훗날 불교사상을 정립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불교사상의 깊이는 경전의 제작과 배포와도 무관치 않습니다. 모든 불교경전은 수지독송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이 이 경을 수지독송하고 그 의취를 알게 되면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에 일천 부처님이 손을 내밀어 악취에 떨어지지 않게 하리라…이와 같은 공덕과 이익이 있으므로 지혜 있는 자는 마땅히 일심으로 자기가 쓰거나 남을 시켜서 쓰며 수지하고 독송하여 바로 생각하고 여설수행하나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무량아승지 세계를 칠보로 가득 채워 보시를 했다고 하자. 그러나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의 사구게(四句偈) 만이라도 수지하고 독송하고 타인을 위해 해설하면 그 복이 저 복보다 뛰어난 것이다…….”

〈법화경〉을 비롯한 모든 경전에서는 경전을 지니고 읽는 공덕이 그 어떤 재화로 장엄한 보시공덕보다도 수승하다고 강조합니다. 독서의 계절, 불서읽기로 내일의 희망을 가꾸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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