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 등 인생의 가치를 찾으세요.

문 : 절에서 만난 친한 도반들이 있었습니다. 함께 기도가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공양을 같이 하거나 차를 마시는데요. 거의 주도적으로 제가 진행을 해온 모임입니다. 그런데 제가 어떤 신도 분에 대해 험담을 많이 했습니다. 저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그냥 보기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혼자 커피를 사러 매장에 갔다가 저와 함께 모임을 하는 도반들이 모여서 얘기하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 거침없이 저를 흉보는 도반 분들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얼굴을 붉히고 집에 오니 화가 나기도 했지만 오히려 저 스스로가 싫어졌습니다. 제가 그 분들께 화를 내고 따지기도 어려웠습니다. 저 역시 그 모임에서 그들과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그 분들과 부딪히는 것이 싫어서 절에도 나가기 싫어지고 점점 혼자가 된다는 느낌입니다. 스님!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답 :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시에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고 말이 많아서 도를 잃는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목동이 양을 몰고 가는데 이리저리 길이 갈라지면 양을 잃을 확률이 많아지는 것처럼 말을 많이 하면 덕을 잃고 인격을 훼손할 가능성이 많다는 뜻입니다.

말이 많은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많은 말을 하다보면 덕을 잃는 말을 하게 될 것이기에 입이 무거운 것을 군자의 덕으로 여기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남을 흉보는 것처럼 남도 나를 흉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라고 했습니다.

질문하신 분도 그저 수다를 떠는 가벼운 마음으로 누군가를 흉보다가, 자신 또한 흉보기의 대상이 되었음을 알게 되셨군요.

그런 일을 당함으로써 스스로 입조심을 다짐 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오히려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어요. 함께 한 도반들이 스승이라 생각할 수도 있구요.

문제는 그 일로 자책하고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생활에 의욕을 상실하고 있는 대목인데요. 그것 또한 의연하게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반성의 기회를 얻었고, 질문하신 분을 흉본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까 스스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말의 중요성, 입안의 도끼가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말을 적게 하고 조심하는 습관을 기르면서 남을 흉보는 일도 끊어 버리시고 그렇게 변화한 모습으로 의연하게 지내시면, 지나간 일은 잊고 보다 격조 높은 생활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고, 참회하고 새로운 버전의 삶을 이루어간다면 그 실수가 약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 약의 효력이 주변사람들에게 감동과 존경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니, 위축된 마음을 버리시고 새로운 자세로 삶을 열어 가시기 바랍니다.

문 : 스님~ 저희 부부는 어느새 70대 후반에 접어들었습니다. 남들처럼 아름다운 황혼을 보내지는 못하지만 문제없이 자식들을 어엿하게 다 키워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고민이 생겼습니다. 바로 남편 때문인데요. 젊었을 때는 안 그랬는데, 요 몇 년 사이에 바깥양반이 툭하면 화를 내고 욕하거나, 큰소리를 많이 칩니다.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큰 창피를 당했습니다. 노인석 양보를 안했다고 한 젊은 남자한테 큰소리로 야단을 치며 화를 내더군요. 상대방이 처음에는 죄송하다고 하는데도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이야...’로 큰소리치니까 언쟁이 붙었습니다. 제가 만류를 해도 막무가내로 분을 참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주변 분들이 제 남편을 혐오하는 눈빛으로 보더군요. 집에 와서 왜 그랬는지 물어봐도 그 사람 탓만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더군요. 저한테도 마찬가지입니다. 요 근래 몇 년 사이에 점점 심해지는 듯합니다. 그 구업을 어떻게 다 담을지 걱정입니다. 스님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답 : 말은 의사 표현의 수단입니다. 그래서 말은 그 사람의 사상과 인격을 비춰내는 거울과 같습니다. 연세가 높으신 분이신데, 화를 섞은 말을 하고 쉽게 흥분되어 고함을 친다면 주변 사람들은 참으로 난감해할 수밖에 없죠.

질문하신 보살님의 경우 처사님의 구업 이전에 요즘의 심리상태를 면밀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가 스님일지라도 아직 세속 나이가 처사님에 미치지 못하니 말씀 드리기가 다소 조심스럽습니다만, 연세가 높아짐에 따라 세상을 보고 느끼는 방향도 많이 변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약간의 분노를 지니신 듯합니다.

이를테면 늙음에 대한 거부반응이 사회적 분노로 드러나는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리문제도 그렇고 보살님에게 수시로 화를 내는 게 아닌지요.

그렇게 생각된다면 우선적으로 황혼기 인생의 가치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건강을 돌보고 적당한 취미생활을 하시고 절에 다니시면서 경전도 읽고 기도도 하시면서 인과의 도리와 무상의 도리를 일깨우시기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벌컥 벌컥 화를 내고, 독기가 서린 말을 하는 것은 입 속에 들어 있는 도끼를 함부로 휘두르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다칠 수 있잖아요? 보살님께서 조용히, 자연스럽게 처사님의 마음을 변화시키면서 백년해로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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