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11월 8일까지, 대승경전변상도 한자리에

허락 作, <금강반야바라밀경>

30여 년간 일심(一心)으로 200만 자에 달하는 불경을 금으로 사경해 온 허락(許洛) 작가가 그간의 작업을 집대성한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대방광불화엄경〉ㆍ〈묘법연화경〉ㆍ〈지장보살본원경〉 병풍, 〈묘법연화경〉ㆍ〈금강반야바라밀경〉ㆍ〈지장보살본원경〉 절첩본, 각 경전에 해당하는 변상도와 소품 등 91점이 전시된다.

금사경은 고려시대 왕후장상이 조상 천도를 목적으로 진행한 국가적인 사업이었다. 사용하는 재료가 귀하고, 만드는 기법과 과정이 복잡한 데다가 만드는 방법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사경은 억불숭유정책이 시행된 조선 시대 이후 단절되기에 이르렀다.

허 작가는 1986년 양산 통도사에서 금자 〈대방광불화엄경〉 제46권을 본 뒤, 환희심과 전율을 느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금으로 사경을 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었고, 어디서 배워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는 종이에 어떻게 금으로 글씨를 쓰는지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8년이 지난 연구 끝에 그는 금으로 쓴 글자가 황금색으로 가장 아름답고 밝게 빛나는 황금비율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후 허 작가는 금사경에 알맞은 감지를 특수 주문하고, 수많은 글자의 배치를 조화롭게 설계해 금사경 작품을 만들어 냈다. 특별히 제작한 감지는 물에 담갔다 빼서 다시 말려도 손상되지 않을 만큼 습기에 강하고 오래 보존되는 것이 특징이다. 해인사 대장경판을 모본으로 더욱 섬세하게 구현한 변상도도 그가 제작한 금사경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의 작품은 작가 개인의 수행을 넘어서서, 불교경전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고 되새길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을 위한 것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방대한 양의 불교경전을 담은 작품을 한눈에 보며 마음을 정화하고, 스스로 직접 경전을 사경하겠다는 원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담(現淡) 허락(許洛) 작가는 2011년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과 2017년 1월 서울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제19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최우수상(2002년), 제22회 문화재청상(2007년)을 수상한 바 있다.

허 작가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유산인 금사경이 원활하게 보급되고, 금사경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면서 “장시간에 걸쳐 작업해 온 작품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경의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화엄경〉 60만자를 절첩본으로 두 번 사경했는데 장엄한 연화장세계를 한 눈에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이번에는 책자가 아니라 병풍으로 만들고 있다. 병풍이 완성되면 변상도 81점을 포함해 총 162폭, 100미터가 넘는 대작이 될 것”이라면서 제작 기간은 6년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제작이 완료된 첫 번째 병풍은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허락(許洛) 금사경 특별전은 10월 25일~11월 8일 한국문화정품관 3층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개막식은 10월 25일 오후 4시에 열리며, 개막공연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김묘선 무용가가 ‘승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11월 4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의 만남’도 마련돼 금사경과 작품에 관련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

문의. 한국문화정품관갤러리 02-747-5634

허락 作, <묘법연화경 제1권> 변상도.
<대방광불화엄경> 절첩본.
각 권의 변상도와 경전을 사경한 <묘법연화경> 병풍.
현담(現淡) 허락(許洛)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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