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원 복식의 남성 미라 발견
유전학 정보
식생활 등 확인 예정
알타이 지역→동서 문화교류 요충지

몽골 시베트하이르한 고분군 2017-4호분 출토 남성 미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한 중앙아시아 지역 내 적석계 무덤의 조사연구 중 몽골 알타이 고분에서 중국식 복장을 한 남성 미라를 발견해, 이 일대가 동서 문화교류의 요충지였음을 다시금 입증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맹식)는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고고학연구소(소장 S.촐로온)와 공동으로 몽골 알타이 산악 지역의 시베트 하이르한(Shiveet Khairhan) 유적에서 파지릭 고분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는 ‘몽골 알타이 산악 지역 파지릭 고분군과 국내 적석계 무덤과의 관련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에 이은 2차 연도 조사다.

파지릭 고분은 기원전 5∼3세기 무렵, 몽골과 러시아 알타이 산악 지역에 분포하였던 스키토-시베리아(초기철기시대) 유목 문화기에 만들어진 돌을 사용한 무덤이다. 이번에는 파지릭 고분 2기(기원전 5~3세기)와 기원 전후 시기의 소형 고분 3기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를 시행했고, 그 중 2017-4호 소형 고분에서 미라가 나왔다.

미라는 신장 165~170cm의 남성으로 반듯이 누운 자세였다. 몸통의 피부조직 일부와 상의가 남아 있었으며 하의는 삭아 없어진 상태였다. 연대 측정결과, 기원 후 1세기경의 인물로 추정되고 입은 옷은 견직물로 제작된 우임(右衽, 옷깃을 오른쪽을 향해 여며 입는 것) 형식의 직령포(直領袍, 곧은 깃이 달린 겉옷)로 중국 중원 지역에서 유행했던 복식으로 밝혀졌다.

지난 8월 7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몽골 현지에 직물 보존처리 전공자를 파견하여 미라에 붙은 복식을 분리, 응급 보존처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수습된 복식은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고고학연구소에 보관하고, 10월 중 국내로 들여와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추가 보존처리를 진행한다. DNA 분석과 안정동위원소(安定同位元素) 분석 등을 통해 남성의 유전학적 정보와 식생활 등도 확인할 예정이다.

이 밖에 돌을 양쪽으로 덧대어 쌓아 타원형 봉분으로 만든 파지릭 고분이 발견됐는데, 이와 같은 축조방법은 알타이에서 처음 확인된 것이다. 고분 내에서는 주인공과 함께 순장된 말의 뼈, 재갈 등의 마구, 파지릭 시기 토기 조각, 금박장식 등도 출토됐다.

러시아과학원에서는 1993년 알타이 일대에서 일명 ‘얼음공주’로 불리는 기원전 5세기의 여성 미라가 ‘여사제’임을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한 남성 미라 역시 과학적인 분석과 연구를 통해 실크로드를 지나던 무역 상인이었을지, 당시 진-한 교체시기의 주민 이주와 관련이 있을지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에 확인된 미라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이 일대에 관한 연차조사를 추진하여 유라시아 고대 문화의 교류 양상을 밝혀나가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몽골 시베트하이르한 고분군 2017-4호분 출토 남성 미라(확대).
미라에서 벗겨낸 직령포(直領袍)의 모습.
몽골 시베트하이르한 고분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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