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총무원장 후보 출마의 변․종책 발표

출마선언을 하는 설정 스님.

조계종 35대 총무원장 선거 후보로 출마한 전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이 “종단과 종도를 위해 회향코자 출마했다.”고 밝혔다.

기호 1번을 배정받은 설정 스님은 9월 26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의 변과 종책을 발표했다. 스님은 “저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60여 년 동안 걸어온 수행의 길을 되돌아보고 저에게 주어진 일대사에 온전히 부딪쳐 보려고 한다.”며 “종단과 한국불교를 위해 힘과 지혜를 쏟아달라는 많은 분들의 말씀을 무겁게 받들고 종단과 종도를 위한 회향과 서원의 길을 걷고자 한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설정 스님은 또 “신심(信心), 원력(願力), 공심(公心)의 자세로 ‘하심(下心)하는 승가상’을 확립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 신심은 수행자로서의 신앙심이고, 원력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수행자의 목적의식이며, 공심은 대중과 사찰, 종단을 섬기는 마음이다. 이러한 근기를 바탕으로 청정 수행 가풍을 확고히 하고 종단의 안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가겠다.”고 소신을 전했다.

이어 스님은 “지금 우리 종단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1700여년의 유구한 불교 역사가 보여주었듯이 오늘의 어려움을 우리는 현명하고 슬기롭게 이겨낼 것”이라며 “비우고 다시 채우겠다. 희망을 나누는 도반으로서 사부대중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한국불교를 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설정 스님의 출마의 변 발표에 앞서 설정 스님 선거대책위원회 부본부장 일감 스님은 10대 종단 운영기조와 60대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설정 스님이 제시한 10대 종단 운영기조는 △수행가풍과 승풍 진작 △교구중심제 강화 △대중공사에 기초한 종단 쇄신 △종무행정시스템 대선 및 종단재정 안정화 △불교․전통문화에 대한 획기적 국가정책 수립 △승려복지시스템 확대 및 전문 인재 양성 △포교정책의 다각화․내실화 △한국불교의 세계화 △종단의 사회적 역량 강화 및 대국민 신뢰 제고 등이다.

이중에서 설정 스님이 꼽은 핵심 사업은 △수행가풍과 승풍 진작 △교구본사 중심의 종무 행정 △승려복지시스템 확대 구축이다. 스님은 또 비구니부 신설과 정부와의 관계 재설정 등에 대해서도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 설정 스님과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

다음은 출마선언문 전문

<사부대중께 告합니다>

삼보전에 지극한 마음으로 정례를 올립니다.

존경하는 종정예하와 원로대덕 큰스님, 그리고 불퇴전(不退轉)의 정신으로 수행정진과 정법구현에 진력하고 계신 제방의 스님들과 불자여러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예를 올립니다.

지난 1998년 중앙종회의장을 끝으로 종단 소임을 떠나 오로지 선원에서 정진해온 저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과학 기술 발달로 인해 물질문명은 고도화되고 있지만 부의 편중으로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맞이하고 있으며, 정신적 빈곤감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관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종교 역시 정신의 귀의처로서의 본분사와 본래면목을 잊고 세계 곳곳에서 대립과 갈등을 반목하고 있습니다.

북핵 위기 등 심각한 남북 갈등을 안고 있는 우리 사회 역시 이러한 문명사적 혼란과 함께 장기적인 경제 침체 등으로 국민들의 삶이 녹녹치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상징하고 문명사적 대안임을 자부하고 있는 조계종의 현실 또한 새로운 도약을 통해 불교중흥의 시대를 열 것인지, 아니면 불자 감소라는 쇠락의 추세에 이끌려 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선택의 기로 위에 놓여있습니다.

존경하는 원로 대덕 큰스님, 그리고 사부대중 여러분!

이제 저는 60여 년 동안 걸어온 수행의 길을 되돌아보고 저에게 주어진 일대사에 온전히 부딪쳐 보려고 합니다. 깊이 고민하고 이청득심(以聽得心)의 마음으로 주위의 고견과 경책에 귀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종단과 한국불교를 위해 힘과 지혜를 쏟아달라는 많은 분들의 말씀을 무겁게 받들고 종단과 종도를 위한 회향과 서원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저는 신심(信心), 원력(願力), 공심(公心)의 자세로 ‘하심(下心)하는 승가상’을 확립하고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심은 수행자로서의 신앙심이고, 원력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수행자의 목적의식이며, 공심은 대중과 사찰, 종단을 섬기는 마음입니다. 이러한 근기를 바탕으로 청정 수행 가풍을 확고히 하고 종단의 안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가겠습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위기는 기회입니다. 저는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 임하며 이(理)와 사(事)의 경륜과 소신 그리고 뜻을 함께하는 분들의 혜안을 모아 새로운 한국불교의 청사진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한국불교의 미래가 달려있는 교구를 활성화시키고, 대중공의에 기초한 지속적인 종단 쇄신, 내실 있는 승가 교육체계 확립 및 시대에 맞는 포교시스템을 정비하여 한국불교와 우리 종단의 저력을 열어가겠습니다. 특히 백년대계인 승가 복지를 실질화 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통해 수행자가 깨우침에 일로매진(一路邁進)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원로대덕 큰스님, 그리고 사부대중 여러분!

전통사찰을 비롯한 문화재 보존을 시혜(施惠)의 대상으로 여겨온 국가 정책 역시 이제는 획기적으로 바꿔야합니다. 전통문화의 계승 종단으로서 자립(自立)과 자생(自生)의 굳건한 마음가짐으로 불교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보다 당당한 대 정부 관계를 확립 하겠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이타행(利他行)과 한국불교의 세계화(世界化)에 적극 나섬으로써 종도에게는 자긍심을, 국민과 사회 나아가 국제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 종단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1700여년의 유구한 불교 역사가 보여주었듯이 오늘의 어려움을 우리는 현명하고 슬기롭게 이겨낼 것입니다.

비우고 다시 채우겠습니다. 희망을 나누는 도반으로서 사부대중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한국불교를 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불기 2562(2017)년 9월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후보 설정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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